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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역주행→1위 굳히기'…'암수살인' 웰메이드 수사극의 힘

이승미 기자

입력 2018-10-15 09:56

수정 2018-10-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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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1위 굳히기'…'암수살인' 웰메이드 수사극의 힘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역주행에 성공한 '암수살인'이 개봉 2주차 주말을 점령하며 1위 굳히기에 제대로 나섰다.



영화 '암수살인'(기매균 감독)이 개봉 2주차 주말이었던 12일부터 14일까지 55만2989명을 동원해 마블 히어로 영화 '베놈'(루벤 플레셔 감독)을 재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일 개봉한 '암수살인'은 같은 날 개봉한 '베놈'(루벤 플레셔 감독)에 밀려 2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암수살인'에 대한 실관람객들의 호평이 쏟아졌고 이에 힘입어 개봉 8일만에 1위를 자리를 뺏는 역주행에 성공했다. 역주행 이후 5일째 1위 굳히기에 들어간 것. 누적관객수는 283만3833명이다.

사실 '암수살인'의 흥행은 시사회 때 일찌감치 예견됐다. 개봉에 앞서 진행된 얼론 배급 시사회에서 호평이 쏟아졌기 때문. 일반인 관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블라인드 시사회에서도 근래에 보기 드문 웰메이드 범죄수사물의 탄생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렇다면 '암수살인'은 어떻게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범죄의 잔혹성과 피해자의 고통을 전시하지 않는다

사실 '암수살인'의 시작은 불안했다. 개봉에 앞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살인사건의 피해자 중 한명의 유족이 '암수살인'이 피해자 유족들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것. 이에 제작사와 배급사는 곧바로 사과했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의 유족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아직도 연유를 몰라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라도 더 풀어지길 바란다"고 '암수살인'의 개봉을 지지했고 가처분신청을 했던 유족도 이후 '암수살인'의 취지에 공감했다며 고소를 취하했다.

성난 유족의 마음까지 돌아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가 피해자의 죽음을 잔혹하게 묘사하거나 피해자 가족의 불행한 삶을 강조하는 방식을 보여줬던 최근 충무로 범죄 영화들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범죄의 잔혹성을 묘사하는 대신, 형사와 살인범의 심리전에 초점을 맞췄고 고통을 자극적으로 전시하려는 대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형사의 묵묵하면서도 끈질긴 의지와 또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도덕성을 강조하며 실화 소재 영화의 미덕을 지켰다.

▶신파와 감정 과잉도 없다

피해자 유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신파와 노골적인 감정 과잉도 배제했다. 신파로 인해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는 방식은 어쩌면 사실에 대한 경감심을 일깨우는 데 가장 편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순간에 몰아치는 감정은 쉽게 희석되버리기 마련. 때문에 '암수살인'은 감정을 쥐어짜는 방식 대신 묵묵히 사건의 진실에 도달하려는 형사의 모습과 그의 진심을 통해서 영화의 여운을 더욱 길게 남겼다.

살인범 강태오와 대립각을 세우는 형사 김형민 역시 감정에 매몰된 인물이 아니다. 기존의 한국 영화 속에서 그려졌던 인간미 넘치지만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다혈질 형사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 욕설과 주먹질을 달고 사는 기존 형사 캐릭터와 달리 김형민은 이성적이고 차분하고 쉽게 흥분하지 않고 묵묵히 증거를 좇는다.

▶김윤석 주지훈, 두 배우가 보여준 최고의 연기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김윤석이 연기한 강형민 형사는 이전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독보적인 위치를 가진 최고의 형사 캐릭터다. 살인범의 손에 죽어간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수사의 동력이지만 절대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형사 '김형민'을 통해 범죄 장르에서 이전에 없던 독보적인 형사 캐릭터를 선보인 것.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기에 오히려 더 표현하기 어려운 강형민이라는 캐릭터를 눈빛과 표정, 말투만으로 온전히 그려냈다.

'신과함께2' '공작'을 통해 201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주지훈은 극악무도한 살인범 강태오를 연기한 주지훈은 액센트 강렬한 원단 부산 사투리와 희로애락을 초 단위로 오가는 입체적인 얼굴로 기존 살인범 캐릭터의 통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무서운 듯 순수하며 진중한 듯 한없이 가벼운 강태오라는 인물은 '암수살인'의 생동감을 더했다.

한편,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 영화다. 2011년 개봉한 '봄, 눈'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허진 등이 출연했다.

smlee0326@pos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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