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이슈]'꿈의 무대는 옛말'… 잇단 성추문, 아수라장 된 문화예술·연예계

이승미 기자

입력 2018-02-25 14:46

more
'꿈의 무대는 옛말'… 잇단 성추문, 아수라장 된 문화예술·연예계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꿈의 무대'로 불렸던 문화·연예계가 성추문으로 '가장 치욕스러운 집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매일 같이 새로 드러나는 '성추행 폭로'로 문화 연예계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차갑게 식고 있다.



미국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한국 문화 예술, 연예계까지 집어삼켰다. 최영미 시인의 폭로시 '괴물'로 문학계의 어두운 실상을 폭로하면서 촉발한 한국 문화예술계의 '미투 운동'은 이후 김수희 대표를 비롯한 '연희단패거리'의 전직 단원이었던 여배우들이 연극계의 대부 이윤택 연출의 끔찍한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대중을 분노케 했고 이후 연예계까지 이어졌다.대중의 가장 큰 분노를 자아낸 사람은 배우 조민기였다. 지난 2010년 청주대 연극학교 교수로 강단에 섰던 그가 지속적으로 여제자들을 성추행해 청주대학교로부터 면직 처분을 받은 사건이 알려진 것. 조민기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처음에는 "명백한 루머"라고 발끈했지만 실명까지 밝히며 조민기의 만행을 고발하는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나오자 "심각성을 인지한다.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말을 바꿨다.

TV, 드라마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조민기는 딸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 SBS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며 '딸 바보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아내인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선진과 함께 하는 가족 예능에 여러 차례 출연한 바 있다. 이에 그의 성추문의 대중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조민기와 함께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조재현 역시 성추문에 휩싸였다. 조재현의 성추문은 지난 23일 배우 최율이 SNS에 미투 관련 글과 함께 조재현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시작됐다. 앞서 온라인에서는 조재현의 이름의 초성과 이니셜이 거론되며 성추행 배우로 지목되긴 했지만 그의 실명을 직접적으로 밝힌 건 최율이 처음이었다.

허율의 폭로에 조재현 측은 당장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조재현이 출연 중인 드라마 tvN '크로스' 측은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최율 폭로의 하루 뒤인 24일에도 조재현의 성추행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졌고 조재현은 마침내 "내가 죄인이다. 반성하며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코로스' 측은 대본 수정에 돌입했다, 조재현이 극의 주인공이라 당장 하차하기는 어려운 상황, 분량을 축소하며 퇴장을 앞당기기 위해 대본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이 뮤직비디오 오디션 도중 신인 여배우를 성희롱 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영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라운드 인터뷰, VIP시사회, 무대인사 등 연출작 '흥부'의 모든 홍보 일정에 제외 됐던 것도 이러한 논란 때문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피해자인 신인 여배우는 SNS를 통해 오디션 당시 조 감독에게 들었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상세히 폭로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자신에 보냈던 조 감독의 상세한 문자까지 공개했지만 정작 조 감독은 모든 언론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천만 요정'이라고 불리며 충무로 대표 흥행 배우로 활약하던 오달수 역시 성추문에 휩싸였다.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을 통해 '이윤택과 같은 극단에 있던' 오 모 배우의 성추행을 폭로한 것. 해당 댓글이 삭제 됐을 아니라 정확한 실명이 거론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의혹을 받는 오달수 측 본인은 물론 소속사 측은 해당 댓글이 작성된 이후 모든 언론의 연락을 피하며 사실상 '잠수'에 들어가며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극동대학교와 서울예대에서 각각 연극연기학과 전임교수, 공연학부 연기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배우 한명구도 미투 운동으로 인한 성추행 폭로로 인해 교수직 사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또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김종욱 찾기' '올 슉 업' '햄릿' '싱 잉 인더 레인' '타이타닉' 등의 작품에 참여했던 대표적인 음악 감독 변희석 역시 성추행의 가해자로 지목돼 사과문을 발표했다.

가요계도 피할 순 없었다. 래퍼 던말릭이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는 폭로로 인해 소속사 데이즈얼라이브에서 퇴출됐고 던말릭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SNS을 통해 공개했다. 배우 곽도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ㄱㄷㅇ'이라는 초성으로 올라온 미투 폭로글 때문에 네티즌들로부터 성추행의 가해자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즉시 해당 글을 반박하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며 논란을 일단락 시키기도 했다.

끊임없는 연예계 성추문 폭로에 대해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암암리에 여성을 향한 성추행과 성폭력이 행해져 왔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에 이미 한 여배우가 거장 감독 중 한 명인 김기덕 감독에게 영화 '뫼비우스'(2013) 촬영 중 대본에 없는 베드신을 촬영 당했다고 폭로했고 또한 유명한 히트 드라마를 연출한 MBC 남성 드라마 PD는 편집팀 소속의 여성 PD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지난 해 스포츠조선과 가진 tvN 드라마 '아르곤' 종영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배우 천우희는 "어떤 독립 영화(개봉되지 못한 작품)를 촬영할 때였는데 촬영 전에 노출 정도에 대해 합의를 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상황으로 만들어지는 압박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더라. 그때 당시에는 소속사도 없이 혼자 활동했을 때 였는 데 내가 매니저도 없고 여자이고 그래서 이러나 싶었다"고 밝히기도 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