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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 투영된 북한은…드라마는 남남북녀·영화는 첩보액션

입력 2018-01-2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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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 투영된 북한은…드라마는 남남북녀·영화는 첩보액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서부터 귀순병사, 평창동계올림픽 남북한 단일팀까지 북한 뉴스가 연일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사진이 여러 매체의 1면을 차지하며 호기심과 함께 다양한 반응을 낳았다.
그간 북한의 도발에는 우려와 걱정을 표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둔감'했던 대중은 판문점 귀순병사와 현송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북한'을 구체적으로 대상화하고 있다.
대중문화계는 평창올림픽 전후로 나온 북한 뉴스들이 향후 드라마와 영화에 다양한 소재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화 '쉬리'부터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까지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 투영된 북한의 모습을 살펴봤다.





◇ 영화는 첩보액션…'쉬리'부터 '강철비'까지
1999년 2월 개봉해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한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첫번째 영화로 기억된다.
국가 비밀정보기관 요원 유중원(한석규 분)과 북한 특수 8군단 소속 최고 저격수 이방희(김윤진)를 내세운 '쉬리'는 첩보액션영화다. 남남북녀의 이뤄질 수 없는 절절한 사랑을 마지막에 배치했지만, 영화의 중심은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액션이 잡았다.
이런 '쉬리'를 시작으로 영화에서는 주로 분단 70년이 흐르도록 변하지 않는 남북한 대치 상황을 액션에 녹인 작품이 이어졌다.

'공동경비구옥 JSA'(2000) '이중간첩'(2002) '실미도'(2003) '의형제'(2010) '베를린'(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용의자'(2013) '붉은 가족'(2013) '동창생'(2013) '공조'(2016) '브이아이피'(2017) '강철비'(2017) 등이다.

액션의 스케일과 종류는 갈수록 커졌고, 간첩이나 탈북자 캐릭터 설정은 풍성해졌으며, 이야기는 다양해졌다. 동네 바보 형으로 위장한 간첩이나 남북한 공조수사 등 상상력을 보탠 여러 이야기가 등장했다.
와중에 '간첩 리철진'(1999) '남남북녀'(2002)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 '간첩'(2012) 등 코믹 영화도 등장했지만, 흥행에서는 참패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은 코미디보다는 개연성 높은 스릴러, 긴박한 첩보액션의 손을 들어줬다. '실미도'가 1천100만, '베를린'이 717만,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695만, '공조'가 782만 명을 모았다.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2012년 선보인 '코리아'는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다시 관심을 모은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남북단일팀의 실화를 그렸다. 하지원이 현정화, 배두나가 리분희를 각각 연기했다.



◇ 드라마는 남남북녀…'더킹 투 하츠'부터 '불어라 미풍아'까지
반면, 드라마에서는 남남북녀(南男北女)의 사랑에 집중한다. 제작비 문제도 있고, 연령대가 폭넓은 TV 시청자들을 동시에 사로잡는 데는 멜로가 주효하기 때문이다.
MBC TV '더킹투하츠'(2012)는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설정 하에 남남북녀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남한의 왕자 이재하(이승기)와 북한 특수부대 여성 교관 항아(하지원)가 국경과 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그렸다.
KBS 2TV '스파이 명월'(2011)은 남한 최고의 한류스타 강우(에릭)와 그를 포섭해 북한으로 데려오라는 지령을 받은 북한의 미녀 스파이 명월(한예슬)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다뤘다.

TV조선 개국드라마 '한반도'(2012)는 남북합작 대체에너지 개발팀에서 일하는 남한 과학자 서명준(황정민)과 북한 림진재(김정은)의 사랑을 다뤘고, KBS 2TV '아이리스'(2012)는 냉철한 북한 최고 공작원 김선화(김소연)가 사선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남한 국가안전국 요원 김현준(이병헌)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가슴앓이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MBC TV '불어라 미풍아'(2016)는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속극으로 화제를 모았다. 북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 가족의 이산과 상봉을 그리면서 탈북 여성 미풍(임지연)과 '훈남' 변호사 이장고(손호준)의 파란만장한 사랑을 중심에 놓았다. 또한 악녀 역시 탈북 여성으로 설정해 탈북자들의 사연과 아픔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 북한 인물 톱스타가 맡아…선악 구도 탈피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쪽 인물을 톱스타가 연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특색이다. 남과 북을 대비하면서 남쪽 인물에 스타를 기용하고, 북쪽 인물에 신인이나 상대적으로 약한 배우를 기용해 남쪽 인물에게로 감정이입을 이끄는 것은 이제 낡은 방식이 됐다. 자연스럽게 남북한의 선악 구도도 탈피했다.
정우성, 현빈, 김수현, 공유, 하정우, 강동원 등 톱스타들이 줄줄이 북한 요원을 연기했다. 전지현과 고소영, 하지원, 한예슬 등 여배우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 SBS TV '닥터 이방인'은 아예 천재 탈북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청춘스타 이종석이 주인공 박훈을 맡아 종횡무진했고, 시청자는 박훈이 이끄는대로 드라마를 항해했다.
매니지먼트숲 김장균 대표는 23일 "이제는 남한이냐 북한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캐릭터가 중요해진 것 같다"며 "과거와 달리 북한 쪽 인물에 감정선과 다양한 이야기를 넣은 캐릭터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북한 쪽 인물이 어떤 사건의 대상자로만 머물렀다면 이제는 사건의 중심에 있거나 사건을 끌고 나가는 역할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북한 관련 이야기도 흐름을 타는 때가 있는 것 같다"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관련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드라마와 영화의 주요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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