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OCN '블랙'의 블랙이다. 송승헌은 1995년 의류 브랜드 스톰의 모델로 데뷔한 뒤 MBC '남자셋 여자셋'을 통해 이의정과 커플 호흡을 맞추며 주목받았다. 그리고 KBS2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와의 멜로 호흡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일명 '송충이 눈썹'으로 대변되는 잘생긴 이미지 때문인지 유독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약했던 게 사실이다. 이후로도 송승헌은 꾸준히 영화 '인간중독'의 노출 연기나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의 사극 연기 등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긴 했지만 작품 자체가 크게 흥행하지 못했던 탓에 연기력에 대한 재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그가 '블랙'으로 다시 태어났다. '블랙'은 죽음을 지키는 저승사자와 죽음을 보는 여자가 천계의 룰을 어기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생사예측 미스터리 드라마다. 송승헌은 극중 저승사자 블랙 역을 맡았다. 이 캐릭터를 통해 송승헌은 그야말로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 향연을 보여줬다. 극 초반에는 바바리맨 쩍벌남과 같은 코믹 연기를 선보이더니 중반부에는 고아라와의 달콤쌉싸름한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순진무구한 형사 한무강과 감정 공감 능력 제로에 수렴하는 저승사자 444를 오가는 연기스펙트럼에도 주목할 만 했다. 그리고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면서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고통받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송승헌은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난해하고 복잡한 '블랙'의 스토리를 묵직한 연기로 힘있게 이끌고 가며 고정 시청률 3%대를 지켜냈고, 2회 연장까지 성사시켰다. 그야말로 블랙은 송승헌의, 송승헌에 의한, 송승헌을 위한 캐릭터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