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직격인터뷰] 故김성재 동생 김성욱 "형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요"

박현택 기자

입력 2017-11-20 14:18

수정 2017-11-20 14:33

more
 故김성재 동생 김성욱 "형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요"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솔로 데뷔.



강렬했던 무대 위의 땀이 채 식기도 전에, 김성재는 이튿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날 아침, '김성재 사망'이라고 적힌 스포츠신문 1면의 충격은 여전히 팬들의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 믿기지않아 두번 세번 쳐다 본 그 다섯글자, 의문은 여전하지만 오늘(20일)은 어느덧 故김성재의 사망 22주기이다.

강산도 두번 변한 시간이 흘렀지만, 신기하게도 김성재는 여전히 세련됐다.

촌스러워야 마땅한 헤어스타일, 패션은 현재의 기준에서도 멋스럽고, 서글서글한 눈매와 활짝 웃는 미소는 요즘 TV에서 나오는 가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전설'이 된 화보 속 포즈와 표정은 도무지 1990년대의 모습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음악도 마찬가지. 이현도의 숨결이 베인 주옥같은 곡들은 언제 꺼내 들어도 '신곡'처럼 설렌다. 무심결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언제든 따라 부를 수 있는 명곡들.

김성재의 동생 김성욱은 "형이 미래에서 온 사람 같다"고 말한다. 마치 미래의 것을 먼저 보고 현재로 온 사람 같았기에 당시에는 '파격적'이라고 느껴졌고, '미래'가 '현재'가 된 지금은 예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는 의미.

시대를 앞서 갔던 가수, 삶과 정신세계, 가치관 모두로 대중에게 영향을 끼쳤던 김성재 였다.

어느덧 함께 산 시간보다 '떨어져 산' 시간이 길어진 형에 대해, 동생 김성욱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김성욱은 22주기에 대해 "형의 죽음은 씻겨지지 않는 상처이자, 각인이다"라며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차차리 계속 꾸준히 기억해 주는 것이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다만 예전처럼 격정적으로 비관하거나 슬퍼하면,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서 방식을 바꿨다. 이제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우리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사람 아닌가. 현재는 다들 나이를 먹고, 조용하게 마음속에서만 김성재를 기억하는 분들에게도 '이렇게 멋진 아티스트가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성욱은 형이 '죽었다'는 생각보다는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 꼭 '사망'이 아니어도 가족이나 친구와 '생이별'하며 살아가지 않나. 외국에 산다거나,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경우 말이다. 나와 내 어머니는 강렬했던 20년의 형상들과 대화하며 살고 있다. 든든했던 형의 부재, 의논 대상이 없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이를테면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먼 곳에서 여전히 죽지않고 살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성욱은 3년전부터 형을 추모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10명 정도 모였던 추모식은 50여명으로 불어났다. 김성욱은 "100만장 넘게 음반을 팔았던 가수이니, 50명이 50만명쯤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그는 "신해철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느낀 것은 역시 가족이 주도가 되어 추모를 이어가야 그것이 유지되고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점이다"라며 "형이 세상을 떠난 후, 나는 '잊자 주의'였다. 사기꾼들도 너무 많아 추모를 빌미로 옳지 못한 꾀를 쓰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추모식, 행사'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가슴에 묻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김광석 거리', '신해철 아카이브' 등을 보면, '나는 왜 저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금이라도 형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성욱은 마지막을 형의 팬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만약 김성재가 문득 생각이 나신다면, 그를 응원했던 90년대의 열정만큼은 아니더라도, SNS를 통해 마련된 소통과 추모의 창을 좀 더 찾아와 주셨으면 한다"며 "형의 팬들은 예전부터 '샤이'(SHY)했다는 걸 안다. 얌전하고 조용한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다들 나이도 들고, 가정도 꾸리며 아이를 낳은 세대가 되었다. '조금' 용기를 내어 함께 '김성재'를 추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sale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