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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7븐' 이주일, 추모할 묘소를 잃은 '코미디황제' [종합]

김영록 기자

입력 2017-09-13 22:37

수정 2017-09-1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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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7븐' 이주일, 추모할 묘소를 잃은 '코미디황제'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세7븐' 코미디 황제 이주일의 유골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현재 시가로는 400억이 넘는 재산이 있었지만, 유족들은 '재산이 없다'고 밝혔다. 이주일의 비석은 버려져있었다.



13일 TV조선 '세7븐'에서는 '故이주일, 사라지다'라는 제목으로 이주일의 유골이 사라진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지난 2002년 폐암으로 별세한 이주일은 화장된 뒤 자신의 어머니 곁에 묻혔다. 하지만 이주일이 묻혔던 춘천 묘원 현장에 가보니 이주일의 묘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주일의 비석은 판매용 비석을 전시하는 곳에 버려져있었다. 이에 대해 관리인은 "치워버리려다가 유명한 분이고 공인이라 처분할 수 없으니까 여기 모셔둔 것"이라고 답했다.

한 풍수지리 전문가는 "이주일의 유족이 관리비를 체납했고, 연락도 안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락이 닿은 이주일의 여동생은 "어느날 묘원에서 관리비가 체납됐다는 연락이 왔다. 연고지 없는 묘로 취급해 묘를 옮겨버렸다고 하더라. 그럴리가 없는데"라며 "오빠과 어머니 묘를 파서 옮기고,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에 묘를 썼다고 하더라"고 답?다.

하지만 무연고 묘로 처리하려면 관리비가 5년 이상 체납되어야했다. 또한 이주일의 지인은 "200만원 넘는 관리비가 밀여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그냥 두고볼 수 없었다(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관리비 문제도 아닌 것. 연예협회와 방송인 동료들도 이주일의 무덤이 사라진 양상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 중 아무도 이주일의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주일의 예전 주거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주일의 가족들이 쫄딱 망했다고 하더라"는 소문을 전했다.

이주일의 여동생은 고민 끝에 취재진을 만났다. 그녀는 "이주일씨 부인이 전화가 와서 '관리비가 없어서 모셔갔다. 네가 관리비 낼 거냐'고 하더라. 오빠랑 엄마 묘까지 다 파갔다"면서 "낼 테니까 (유골을)달라 했더니 그 다음부턴 전화도 안 받았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여동생의 협조에 따라 이주일 어머니 묘의 개장 신고서를 통해 찾아간 벽제 화장터에도 두 사람의 유골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 14대 국회의원 당시 이주일이 공개한 재산은 15억 상당의 연희동 건물과 10억원 호텔의 전세권, 5억 이상의 분당 노른자위땅 등을 망라해 무려 44억에 달했다. 이주일의 전 매니저는 "65억 이상 된다. 그때도 재벌이라고 했는데"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치로는 400억이 넘는다는 전문가의 설명도 뒤따랐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를 비롯해 신사동 햄버거 점포. 제주도 서귀포 별장지 등 이주일의 전 재산은 그의 죽음 직후인 2003년 줄줄이 정리됐다.

취재진은 이주일의 아내인 제 모씨를 수소문했다. 최근 제주도 근처에서 본적 있다는 제보가 뒤따랐지만, 최근에 왔다갔다는 증언을 접했으되 아내를 찾진 못했다.

이주일은 지난 1991년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 송해 역시 "제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 제가 있지 않습니까'라고 위로해주곤 했다. 그런데 이주일씨도 같은 일을 당했다"면서 "서로가 참 아팠다. 만나면 끌어안고 놓지 못했었다"고 회상했다.

제작진은 이주일의 딸들을 찾아나섰다. 어렵게 만난 이주일의 큰딸은 "관리비가 체납된 적이 없다"고 단언하며 "이장할 때 납부한 관리비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어머니가 개장하셨다. 우리는 유골을 어떻게 하려고 머리를 쓰거나 산 적이 없다. 결백하다. 정말 가진 게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아버지 유골은 엄마 방에, 항아리에 담겨 있다. 할머니는 화장하고 아버지는 모시고 온 것"이라면서 "돌아가신지 10년 됐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서 파낸 것이다. 어머니가 '의논은 하고 할걸 그랬다'면서 부덕하신 거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 8월 27일은 명코미디언 이주일과 구봉서의 15주기였다. 코미디언 동료와 후배들은 구봉서의 묘소를 찾아 추모제를 가졌고, 미망인은 남편을 오래도록 기억해주는 이들에게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주일은 추모받을 곳이 없었다. 이주일의 버려진 비석에는 장대비만 쏟아졌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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