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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이발소 화보' 작가 "로리타? 복고 콘셉트, 현장 소품 활용"[전문]

이유나 기자

입력 2017-01-20 13:04

수정 2017-01-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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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이발소 화보' 작가 "로리타? 복고 콘셉트, 현장 소품 활용"


[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수지가 때아닌 과거 화보로 논란이 일자, 해당 작가가 화보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고 직접 해명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1년 전 쯤 수지는 이발소를 배경으로 화보를 찍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화보가 '로리타 콤플렉스'를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문제가 된 사진은 짧은 치마를 입은 수지가 동화책을 들고 누워있는 사진. 일부 네티즌들은 동화책 소품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사진 밑에 달린 캡션들이 '로리타' 뉘앙스를 풍긴다고 지적했다. 캡션에는 '굉장히 말 안듣게 생겼다' '아빠 미안해' 등의 글이 달려있다.

해당 화보집에는 로리타 콤플렉스를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이 등장한다. 화보집에서 수지는 '마틸다' 분장을 하고 어딘가에 기대 앉은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그런 수지 뒤 유리창에는 '花樣年(화양년)'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붙어있다. '마틸다'를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를 욕되게 이르는 '화냥년'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사진을 촬영한 배경장소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발소로 위장한 유사 성매매업소인 '퇴폐이발소'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멍한 표정으로 어린소녀나 착용할 만한 짝짝이 꽃삔을 머리에 꽂는다던지, 공주그림이 가득한 책을 들고 누워있는 사진들은 사진작가가 '로리타 콤플렉스'를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수지 이발소 화보를 찍은 작가는 자신의 SNS에 당시 사진을 게재하고 "이 사진의 배경이 된 곳은 오래된 이발소였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루어진 촬영이라 이발소 사장님의 동의를 얻어 영업중에 아주 잠깐 시간을 내 찍었는데 워낙 역사가 깊은 곳이다 보니 가게 구석구석 생활감이 많이 묻어났다. 그래서 더 좋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손주가 놀다 그냥 두고 간 동화책, 출처를 알 수 없는 메이크업 박스, 촌스러운 장신구, 각 잡힌 수건, 곰팡이 핀 벽지, 손 때 묻은 이발 도구들. 무엇하나 부자연스러울 게 없었다. 우리가 일부러 준비해 간 소품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곳은 그 자체로 완전했다. 워낙 장소의 분위기가 키치하다보니 수지의 복고풍 의상과도 기가막히게 잘 어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래서 그냥 신나게 찍었다. 표정 포즈 뭐 하나 나무랄데 없이 프로다운 수지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셔터만 눌러대도 됐으니까. 그녀의 손짓 하나, 눈 깜박임 한번에도 통하는 게 있었다. 합이 잘 맞는 피사체와의 작업은 어찌나 즐거운지. 내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당시 수지와 맞췄던 환상적인 호흡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지난해 겨울, 한진 이발소 사장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고 50년간 골목을 지키던 이발소는 문을 닫았다"며 "어쩌면 한진 이발소의 마지막 기록이 수지와 함께한 화보집으로 남아 더 특별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곳에서 찍은 수지의 사진은 내게 각별하다. 애정하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도 로리타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당시 현장에 있는 소품들을 즉흥적으로 사용했으며 소품을 준비해가지 않았다"며 "동화책은 (촬영 현장을 제공한 업주의) 손주가 보다가 놓고 간 것"라며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 "나머지 사진들도 시시각각 바뀌는 순간을 포착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하 작가가 직접 밝힌 '수지 화보 비하인드' 전문

사진의 배경이 된 곳은 오래된 이발소였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루어진 촬영이라 이발소 사장님의 동의를 얻어 영업중에 아주 잠깐 시간을 내 찍었는데 워낙 역사가 깊은 곳이다 보니 가게 구석구석 생활감이 많이 묻어났다.(그래서 더 좋았지만)

손주가 놀다 그냥 두고 간 동화책, 출처를 알 수 없는 메이크업 박스, 촌스러운 장신구, 각 잡힌 수건, 곰팡이 핀 벽지, 손 때 묻은 이발 도구들.

무엇하나 부자연스러울 게 없었다. 우리가 일부러 준비해 간 소품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곳은 그 자체로 완전했다. 워낙 장소의 분위기가 키치하다보니 수지의 복고풍 의상과도 기가막히게 잘 어울렸다.

그래서 그냥 신나게 찍었다. 표정 포즈 뭐 하나 나무랄데 없이 프로다운 수지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셔터만 눌러대도 됐으니까.

그녀의 손짓 하나, 눈 깜박임 한번에도 통하는 게 있었다. 합이 잘 맞는 피사체와의 작업은 어찌나 즐거운지. 내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작년 겨울, 비보를 들었다. 인자하고 정 많던 한진 이발소 사장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믿기지가 않았다.

그 후, 50년간 우사단 골목을 지키던 이발소는 문을 닫았다. 어쩌면 한진 이발소의 마지막 기록이 수지와 함께한 화보집으로 남아 더 특별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곳에서 찍은 수지의 사진은 내게 각별하다. 애정하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가 있으므로.

ly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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