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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드라마 속 수술실은 병원이 아니다?

김소형 기자

입력 2016-06-29 11:33

수정 2016-06-3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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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드라마 속 수술실은 병원이 아니다?
◇'뷰티풀 마인드' 주인공인 장혁의 플래카드가 걸린 서울성모병원 로비. 플래카드는 촬영 때만 걸고 평소에는 철거된다. 병원 로비에서 휴일 촬영시 왔다갔다하는 환자나 보호자, 방문객 등은 엑스트라가 동원된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메스!" "바이탈 사인이 불안정합니다!"



최근 '뷰티풀 마인드', '닥터스' 등 병원을 배경으로 한 메디컬드라마가 한꺼번에 방영 중이다. 특히 실감나는 수술신이나 긴박한 응급실 상황 등은 메디컬드라마의 묘미다. 그런데 환자, 보호자, 의료진으로 북적대는 병원에서 이런 촬영들이 어떻게 진행될까? '브레인', '종합병원2', '굿닥터', '태양의 후예', '기억' 등 굵직한 메디컬드라마의 배경이었고, 최근에는 '뷰티풀 마인드' 촬영이 한창인 서울성모병원과 제작사, 그 외 관련 업계의 도움으로 메디컬드라마의 병원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아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 장소 협찬 어디까지?

메디컬드라마에 많이 등장하는 수술 장면은 수술실이 빈 시간에 찍는 것일까? 정답은 노(NO). 세트에서 찍는다. 시청자들이 당연히 병원에서 촬영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간이 의외로 세트인 경우가 많다. 감염 위험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드라마 촬영 장소를 외래 진료실, 엘리베이터, 복도 등 '공용공간'으로만 제한한다. 촬영도 외래진료가 없는 일요일에 대부분 이루어진다. 입원실이나 수술실 등은 세트를 만들어 촬영한다. 세트의 수술실이나 입원실 등의 내부 구조는 원래 병원과 동일하지는 않고, 미술감독 등 제작진이 드라마 전체 분위기와 동선을 고려해 만든다. 단, 다른 구조는 '촬영용'으로 만들지만, 어느 세트나 출입문은 촬영 병원과 똑같이 만든다. 병원 내에서 찍는 장면하고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세트에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매우 고가여서 대여하거나 협찬하는 전문 업체가 따로 있다.

병원은 장소 협찬을 해주고도 방송 마지막 자막에 병원명을 넣을 수가 없다. 특정 병원 이름이 상업방송에 노출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대신 'OO의과대학', 'OO간호대학' 등으로 자막이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을 관광지화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고, 배우들의 초상권 문제도 있어서 병원에 '드라마 촬영지'라는 표시를 하는 것 조차 많은 제약이 따른다. ▶ 메디컬드라마 '디테일 살리기'

메디컬드라마에는 발음조차 어려운 의학용어들이 난무하다. 어려운 수술 장면도 많이 나온다. 따라서 메디컬드라마 제작진들은 대본 작업부터 촬영, 소품 준비까지 전문 의료진의 자문을 받는다.

일례로 '뷰티풀 마인드'는 병원의 '심뇌혈관센터'가 주 무대로, 김태희 작가가 대본 집필을 위해 오랜 기간 병원에서 취재하며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로부터 의학자문을 받고 있다. 촬영 중에는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한 자문 간호사가 상주하며, 수술 장면 등에서 배우들의 위치와 동선, 의료기 등 소품에 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자문역을 하는 의료진은 병원이나 질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참여한다. 의학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설명 자막도 의료진의 감수를 받는다. 배우들도 드라마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에 맞춰 각 분야 전문의들에게 1:1 전담 교육을 받고 수술 참관·실습을 한다. 실제 수술 장면에서 필요한 '타이(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매듭을 외과의가 직접 손으로 묶는 것)'를 맹연습하는 등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간혹 진짜 의료진의 손이 '대역'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배우들이 수술 장면을 직접 소화한다. 한편, 극중 의료진의 명찰이나 환자복 등의 로고를 실제 촬영 협조 병원 로고와 흡사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도 병원명이 그대로 노출되지는 않는다.

▶ 환자들은 어떨까?

메디컬드라마 병원 촬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뭘까? '환자들의 컴플레인'이다. 드라마 제작사에서는 소란스러울 경우 환자들의 항의를 받을까봐 조심조심 촬영을 하게 된다. '뷰티풀 마인드' 이언정 제작프로듀서는 "병원 촬영 때는 소음은 물론이고 밤에 병동 쪽으로 조명이 비칠 경우 환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어 신경을 많이 쓴다. 야간 촬영 때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병원 측에서 가장 곤혹스러울 때는 언제일까? 촬영중 시설물 파손이나, 부상이 생길 경우다. 병원 집기 등은 고가인 경우가 많고,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어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장소 및 시간 위주로 조심스럽게 촬영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종합병원 중 2~3군데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허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 대형 종합병원은 몇 년 전 영화 촬영 허가를 실무선에서 예외적으로 어렵게 받았는데 최고경영진이 최종 결재 단계에서 "영화 제목이 점잖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해서 결국 영화제작사가 그 장면을 뺄 수 밖에 없었던 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수년전 모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최근에는 쓰지 않는 '구시대적인' 진료차트와 의료기 등이 등장해, 병원측에서는 촬영 협조를 하고도 오히려 '구닥다리' 이미지를 얻었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는 후문도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촬영이 병원에 도움되는 일은 뭘까? 예전 초기 의학드라마 방영 때는 전체적인 홍보 효과가 매우 쏠쏠했다. 국내 최초 메디컬드라마였던 1994년 '종합병원' 1편을 아주대병원에서 촬영했을 때는 아주대의료원까지 엄청난 화제를 모아서, 그해 아주대 의대 입학 커트라인이 엄청 치솟았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은 그 정도의 홍보효과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촬영한다고 외래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촬영 병원을 궁금해 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인지도 향상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고, 병원 의료진이나 직원 등 구성원의 자부심·사기 등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또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들도 촬영 현장에서 사인을 받고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활력소'가 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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