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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분석] KBS 설 파일럿, '휴먼'은 웃고 '걸그룹'은 울고

백지은 기자

입력 2016-02-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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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설 파일럿, '휴먼'은 웃고 '걸그룹'은 울고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극과 극이다.



KBS 설특집 파일럿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휴머니즘'을 내세운 프로그램은 호평받고 있지만 걸그룹을 전면에 내세웠던 프로그램은 '걸그룹 상품화 논란'에 휘말리며 혹평 세례를 받았다.

먼저 '우리는 형제입니다'와 '기적의 시간:로스타임'은 호평을 받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유민상-유운상 형제의 관계 회복 프로젝트로 관심을 받았다. 유민상 형제는소통 단절형이었다. 서로 연락처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2년 전 KBS2 '안녕하세요' 출연을 위해서였다. 당시에도 녹화 끝나고 식사하고 헤어진 것이 전부였다. 16년 간 대화없이 살아온 형제는 강제 동거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크게 싸우거나 한 것이 아니라 서로 너무 다른 성격 탓에 사소한 오해로 멀어진 것이라 서먹함은 더 컸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이번 방송을 통해 동생은 형에게 속내를 고백했고, 형도 자신의 기준에 따라 동생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동생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형제의 관계 회복 프로젝트를 시청자도 응원하고 나섰다. 8일 1부 시청률은 5.3%, 2부 시청률은 4.9%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기적의 시간:로스타임'은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0일 방송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로 12년 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온 윤달수(봉태규)가 동생 달희(손담비)가 챙겨준 떡을 먹다 목에 걸려 사망, 로스타임을 부여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달수는 동생의 결혼을 성사시켰고 부모이 유언을 떠올리며 은둔형 외톨이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왔다. 극에 현실감과 현장감을 부여하는 저승 해설진 김성주 정성호 콤비, 개그감과 인간미로 무장한 심판진, 죽고 나서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주인공과 여동생의 이야기는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드라마', '2부작인 게 아쉽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머슬퀸 프로젝트'와 '본분금메달'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머슬퀸 프로젝트'는 헬로비너스 나라, 가희, 스테파니, AOA 찬미, 나인뮤지스 경리, 달샤벳 수빈, 트와이스 정연이 개인 트레이너와 호흡을 맞춰 머슬퀸의 기량을 뽐내는 서바이벌 토너먼트. 출연진들이 모두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와 탱크탑 등 노출 의상을 착용하고 등장한 탓에 여성 시청자의 야유와 비난은 받았지만 남성 시청자에게는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여성 시청자는 '보기 민망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남성 시청자들은 '진정한 수신료의 가치'라며 환호했다. 그나마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그러나 '본분금메달'은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걸그룹의 본분을 판단하겠다며 그 기준으로 미모유지, 진실성, 리액션, 분노조절 등을 테스트했는데 그 과정이 무척 볼썽 사나왔다. 대부분의 사람이 혐오할 만한 바퀴벌레 모형을 팔뚝에 올려놓고 출연진이 경기 일으키는 모습을 슬로우모션으로 잡으며 황당한 웃음 코드를 제시하는가 하면 캔쌓기를 방해해 놓고 화낸다고 '분노조절장애'라 치부했다. 압권은 몸무게 공개 처형. 영하 13도의 날씨에 얇은 옷차림으로 섹시 댄스를 추라고 한 것도 모자라 이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강제로 몸무게를 공개해버렸다. 출연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은 모습에 시청자도 몹시 불쾌감을 토로했다. 제작진은 "걸그룹 비하 혹은 상품화 의도는 아니었다. 걸그룹의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담으려 했고 다들 기분좋게 촬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과연 방송사에 맞서 불쾌감을 토로할 수 있는 이가 존재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지금 분위기라면 이 프로그램이 정규편성 된다면 막대한 반발 세력이 있을 전망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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