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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복면가왕', 편견에 어퍼컷을 날리다

김표향 기자

입력 2015-08-03 10:18

수정 2015-08-03 10:41

 '복면가왕', 편견에 어퍼컷을 날리다
사진출처=MBC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이미 한번 섰던 무대, 재도전은 불가능하다고 누가 말했나. 미모가 돋보이는 여가수를 보며 아마도 실력은 조금 부족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진 않았나. MBC '일밤-복면가왕'이 시청자들의 편견에 통쾌한 어퍼컷을 날렸다. 눈과 귀를 가렸던 장막이 사라지니 비로소 진짜가 보인다.



9대 가왕에 도전한 복면가수들의 도전기가 펼쳐진 '복면가왕' 2일 방송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가수는 '재도전자' 강균성과 '예쁜 여가수' 강민경이었다. 판정단을 경악하게 한 두 사람의 '유쾌한 반란'은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1라운드에서 배우 김영호를 꺾고 2라운드에 진출한 '웃는 얼굴에 수박씨'는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선곡해 갸녀린 미성을 뽐냈다. 고난이도의 곡이지만 촉촉한 감성으로 스튜디오를 적셨다. 99명의 판정단은 할 말을 잊은 채 무대에 몰입했다. '매운 맛을 보여주마 고추아가씨'의 파워풀한 무대에 밀려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수박씨'는 "가왕을 잡으려고 준비한 곡"이라는 설명과 함께 3라운드 대결곡 나얼의 '바람기억'을 들려줬다. 원곡보다 음을 높여서 '극 고음'을 보여준 '수박씨'의 '절대 미성'은 듣는 이를 전율케 했다.

노래 중간 그가 가면을 벗자 스튜디오는 발칵 뒤집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얼굴. 노을 강균성이었다. '복면가왕' 첫 회에 출연해 가발 속에 긴 머리를 숨기고 목소리를 허스키하게 변조해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던 강균성은 이번엔 자신의 진짜 목소리로 또 한번 소름 돋는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절대로 노을의 멤버일리 없다"고 장담한 연예인 판정단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MC 김성주의 말대로 "한번 나온 사람이 또 나올 수 없다는 건 편견"이었다. 누구에게든 열려 있고, 어떠한 도전도 가능하며, 다시 또 나와도 되는 무대. 그곳이 '복면가왕'의 무대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강균성은 "내 목소리로 노래해 많이 어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앨범을 낼 때는 가수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예능할 때는 예능으로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예능감이 출중한, 그래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강균성의 진짜 실력을 확인한 기회이기도 했다.

3라운드까지 진출한 다비치 강민경도 강균성의 바통을 이어받아 시청자들에게 '연타'를 날렸다. '마실 나온 솜사탕'이 섰던 3번의 무대에서 강민경의 이름은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를 선곡한 2라운드와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선곡한 3라운드. 무대를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솜사탕'의 감성에 객석에선 숨소리마저 잦아들었다. 뛰어난 가사전달력, 노련한 창법, 단숨에 듣는 이를 사로잡는 음색 등 음악적 내공이 상당했다. 연예인 판정단은 추리를 못하고 '감탄' 하느라 바빴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무대였다.

단 3표차로 가왕전 진출에 실패했지만, 정체를 드러낸 강민경을 본 판정단은 가왕 탄생의 순간만큼이나 감동에 휩싸였다. 강민경이 속한 다비치가 실력파 여성 보컬이라는 건 가요팬들이 인정하는 사실. 하지만 가수 강민경은 빼어난 외모로 더 주목받았다. 그의 외모에 눈길을 주느라, 그의 노래를 듣는 귀는 둔감했다는 걸 깨닫게 한 무대였다. 강민경은 "많은 사람들이 제 노래보다 외모 같은 외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복면가왕'에 출연하면서 가수로서 평생 들을 칭찬을 다 들은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언제든 다시 도전해도 된다고 격려하는 무대, 빼어난 외모에 가려져 저평가된 실력까지 되찾아주는 무대. 편견에 도전하는 '복면가왕'의 무대가 더 넓고 깊어지고 있다.

비록 시청자들은 '복면가왕'이 날린 어퍼컷에 맞아 넉다운 됐지만, 이런 KO패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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