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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韓영화 외면 '위기다 VS 괜찮다' 실체적 문제는?

고재완 기자

입력 2015-04-21 12:09

수정 2015-04-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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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韓영화 외면 '위기다 VS 괜찮다' 실체적 문제는?


제 68회 칸국제 영화제(이하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가 단 1편도 진출하지 못했다. 올해 역시 '마돈나' '오피스' '무뢰한' 그리고 '차이나타운' 등의 비 경쟁부문 진출에 만족해야할 상황이다. 최근 3년 동안 한국 영화는 영화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한국영화의 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상황. 과연 문제는 없을까?



▶"위기다" VS "괜찮다"

위기론은 2004년 이후 3년 연속 경쟁부문 진출 실패가 처음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등장했다. 현재 한국의 영화시장은 포화에 가깝다. 어찌됐든 해외로 시장을 넓혀가야 하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화제로 불리는 칸영화제는 그 교두보 같은 무대다. 칸은 베를린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대중성이 도드라진 무대가 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런 시상식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는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가 '기우'일 뿐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칸영화제도 그저 일반 해외영화제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이들은 매년 칸영화제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들을 고르기 때문에 수상 자체가 큰 의미는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칸영화제는 특정 해에는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고르고, 또 어떤 해에는 노출이 심한 작품 위주로 선택하는 등 특정 콘셉트로의 몰아주기의 경향이 강한 편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면 경쟁부문 진출이 수월하지만 그 자체가 한국 영화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 없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韓시장 문제, 간과안돼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편협해진 우리 영화시장에 대한 비판은 무시할 수 없다. 대기업 위주의 영화시장이 형성되면서 소규모 다양성 영화가 아니면 흥행을 노린 상업영화 만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니 칸영화제가 선택할만한 작품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새 얼굴이 없다는 사실도 충무로의 또 다른 고민이다. 칸영화제는 비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경력을 쌓은 감독이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비경쟁부문에 진출했던 감독도 대부분 상업영화로 돌아서기 때문에 경쟁부문 진출이 요원해진다.

한 영화 관계자는 "우리 영화계의 편협성이 이같은 문제들을 만든 것 같아 안타깝다. 영화계에 '끼리끼리'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신인들의 성장이 가로막혀 있어 색다른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봉쇄돼 있기도 하다. 좀 더 넓은 시선으로 신인 감독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순환선'으로 칸영화제 카날플뤼스상, '명왕성'으로 베를린영화제 수정곰상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신수원 감독이 다시 '마돈나'로 '주목할만한 시선'에 진출한 사실은 진정 주목해볼 만 하다. '황해'와 '내가 살인범이다'의 각색을 맡아 스릴러에 남다른 감각을 선보인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가 '심야상영' 부문에,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시나리오를 쓴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것도 고무적이다. 신인감독 한준희의 '차이나타운'이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것도 박수칠 만 하다.

3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실패. 해석이야 어떻든 분명한 사실은 한국영화 다양성 확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란 점이다. 영화관계자들을 입을 모아 말한다. '언제까지 이창동 임상수 박찬욱만 바라보고 있을텐가.'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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