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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의 컬처스퀘어] 이태임 욕설논란, 어떻게 봐야할것인가

정현석 기자

입력 2015-03-04 17:03

수정 2015-03-0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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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임 욕설논란, 어떻게 봐야할것인가
지난해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릴 '2014 SBS 어워즈 페스티벌 연예대상'에 참석한 이태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2.30.

봄이 꿈틀대고 있다. 좀처럼 물러나지 않는 늦겨울과 씨름 하며 애간장을 태운다. 꽃샘 추위와 변덕스러움으로 대변되는 3월의 날씨다.



꽃피는 봄날. 새 출발과 희망의 의미일진데 세상만사 양면성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새 학기가 되고 회사원들에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시점. 하지만 타인의 희망적 모습은 때론 고독감과 소외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모두가 활기차게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왜 나만 이렇게 우울할까'라는 생각. 흔히 빠지기 쉬운 착각이다. 심리적 소외 그룹.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에게 봄은 때론 잔인하다. 상대적인 좌절과 절망의 시기이기도 하다. 봄철에 늘어날 수 있는 스트레스. 의학적으로도 이는 근거가 있다. 일본 학계의 조사에 따르면 '꽃피는 봄철에 심신증이나 신경증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만큼 더욱 각별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한 시기.

봄 자체에 불청객도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다. 창 밖으로 답답한 하늘만큼 스트레스로 마음이 뿌옇게 가려지기 쉬운 계절. 연예계에도 밝지 않은 소식들이 들린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배우 이태임 욕설 파문이다. 당초 건강상의 이유로 MBC 예능 프로그램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연이어 같은 시기 SBS 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녹화에서 불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체 무슨 일일까에 수많은 언론의 관심이 모아졌다. 이어진 보도는 놀라웠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MBC '띠 동갑' 녹화 현장에서 이태임은 게스트로 참여한 예원에게 심한 욕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건은 일파만파였다. SBS 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 하차설까지 돌았다. PD와의 불화설까지 흘러나왔다. 잇단 보도에 입을 다물던 이태임은 4일에야 소속사를 통해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소속사 어니언매니지먼트그룹 측은 "이태임이 특정 신체부위 이슈, 수많은 악플, 조기종영 악재 등으로 고통받았으며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 난조로 인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자신의 행동에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공식 사과했다.

사연이야 어떻든 간에 결과적으로 한 배우의 성장과정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본격적으로 뻗어가야 할 배우. 어떤 형식으로 수습되든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말이란게 참 무섭다.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경'은 "옥의 티는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말의 잘못됨은 그리할 수 없다(白圭之? 尙可磨也 斯言之? 不可爲也)"고 말한다. 순간의 실수로 받아들이기엔 개인이 감내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오랜 시간을 두고 연예 활동에 좋지 못한 여파를 미칠만한 악재다.



이번 사건이 워낙 크게 알려져서일 뿐 연예계 크고 작은 소통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임 문제만이 아니다. 특히 사석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충돌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과거에 비해 부쩍 늘었다. 보도가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일 뿐 사건 사고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연예계 역시 사람 사는 사회라고 그냥 치부해 버리기엔 위험 수위다. 대체 이유가 뭘까.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구조적 문제와 개개인의 사회성 결여, 여기에 미디어 환경변화로 인해 부쩍 늘어난 무형의 스트레스다. 과거 연예계 데뷔는 상당 부분 조직적이고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공채 탤런트, 미인대회, 그룹활동 등을 통해 데뷔 과정에서 이미 사회화를 경험했다. 선·후배 위계 질서가 비교적 엄격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데뷔 과정도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능 프로그램 등의 활성화를 통해 비교적 교류가 뜸하던 장르(예를 들면 탤런트와 가수 등) 간 경계가 사라졌다. 선·후배를 따지기 애매한 관계가 부쩍 늘어난데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협업은 늘었다.

개개인의 성향도 달라졌다. 소위 'SNS 세대'가 연예계로 진출하고 있다. 문자를 통한 소통이 익숙한 세대. 의외로 대면 접촉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비단 연예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SNS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던 사람이 실제 일대일로 만났을 때 사회성이 거의 장애 수준인 경우가 있다. 말이란 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한다. 상황에 따른 적절한 표현이 이뤄지지 못할 때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쌓일 수 있다. 눈덩이처럼 커진 오해는 때론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분노조절장애'로 이어져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다. 환경적으로 연예인들은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노출되기 쉽다. 미디어 기술 발전의 그림자인 소외 문제가 극단화되는 분야가 바로 연예계이기도 하다. '인기'라는 무형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개인은 대중의 편견과 일방적 평가를 통해 낱낱이 해부된다. 하소연할 데도 없다. 상대는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태임 측도 "이어지는 특정신체부위 언급 기사, 각종 악플 들이 부각됐고, 가족을 비롯해 친인척까지 조롱의 대상이 되면서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 난조로 인한 입원 치료가 필요하게 됐다"고 힘든 상황을 설명했다. 몸보다 마음의 상처가 컸다는 뜻이다.

그 어느 때보다 체계화된 매니지먼트의 역할이 더 커졌다. 물리적 지원 뿐 아니라 연예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태도 문제와 인내해야 할 몫에 대한 교육과 관리 책임의 필요성이 절실할 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어쩌면 SM이나 JYP 같은 큰 기획사에서 힘든 시기를 거쳐 단계적으로 성장한 아이돌 스타라면 '사고'를 칠 확률이 적을지 모른다. 경쟁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소위 뜬 연예인의 처우와 지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참 화려해보이는 분야에 종사하는 부러움의 대상.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다. 늘어난 권리만큼 감당해야 할 의무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오직 밝은 면만 보고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들이라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엔터테인먼트 팀장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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