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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물 여섯 김우빈, "감사할 사람이 많다."

김겨울 기자

입력 2014-12-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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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 여섯 김우빈, "감사할 사람이 많다."
김우빈, 사진제공=싸이더스HQ

지난해였다. 김우빈이 '상속자들'로 큰 인기를 끌 때 관계자들에게 농담 삼아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김은숙 작가가 김우빈을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그만큼 극중 김우빈의 캐릭터는 워낙 매력적이게 그려졌다. 이에 대한 관계자의 답변. "김우빈의 연기는 브라운관으로만 보면 안된다. 그의 연기는 글(시나리오)을 보고 화면을 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캐릭터가 멋진 것도 있지만 김우빈의 대본 분석력이 워낙 좋다. 젊은 배우답지 않게 장면을 완벽하게 해석해서 자신의 캐릭터 안에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다." 극찬이었다. 대본과 화면의 차이라, 궁금했다. '상속자들'의 대본을 직접 구했다. 김우빈의 연기를 비교해가며 다시 한번 살펴보고야 알았다. 그 말이 사실이었음을….



그리고 1년 후. 김우빈은 새내기 스타에서 단숨에 이름 석자 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스크린 스타로 발돋움해 있었다. 김우빈의 두 번째 주연 영화 '기술자들'. 개봉을 앞두고 그와의 만남을 가졌다.

"시간이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다. 부담감도 있고, 책임감도 크다. 갑자기 많은 분들이 일을 맡겨주니까.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아주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마치 스스로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기술자들'에서 맡은 지혁 캐릭터. 김우빈은 어떻게 해석했을까. "실제 있을 법한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허락을 받아 싸움을 못하는 설정으로 그렸다. 금고털이범인데도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게 너무 영화적 캐릭터 같았기 때문이다. 싸우는 장면을 살펴보면 휘두르기만 하고, 휘두르는 것도 순 헛방망이 질이다.(웃음)"

주연배우로서 어떤 노력을 했을까. "지혁의 감정선대로 흘러가긴 하지만 조금은 더 전체를 보려고 했다. 씬의 순서대로 촬영을 하진 않기 때문에 헷갈리거나 촬영 분위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깊이 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제어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갔다는 느낌이 들면 한 발 떨어져서 보려고 했다." 경력과 나이를 감안하면 놀랄 정도의 마인드.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그다.

고작 스물 여섯. 경력도 길지 않다. 모델 출신으로 시작한 김우빈의 과거가 궁금했다. "누구보다 부모님께 감사하다. 처음에 모델 일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이다. 지방에서 자랐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었다. 장남이었던데다 공부를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중학교 1학년, 열네살 밖에 안됐는데 뭘 믿고 뭘 보고 응원해주셨는지…. 평범하고 바르게 살아온 분들이라 연예인이라는 길을 선택했을 때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부모님 이야기를 하면서 김우빈의 목소리는 조금씩 잠겨들어갔다. "어머니께서 어릴 적에 대학을 너무 가고 싶으셨다고 하더라.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갈 수 없었는데 그게 한이 됐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인생은 단 한 번 사는 것이니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입문한 모델의 길. 문득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모델 선배들의 덕을 보고 있다. 선배님들이 과거 연기자로 전향할 때는 많이 힘들었고, 선입견도 컸다고 하더다. 어려움을 딛고 선배님들이 길을 잘 닦아줘서 지금 나는 조금 더 수월하고, 안미끄러지고, 걸을 수 있는 것 같다. 그 분들께 누를 끼치지 않고 싶은 생각 뿐이다."

연기자로의 변신을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연기 수업이 너무 재밌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하나하나 채워가는 과정이 참 행복하더라. 연기 선생님께 '숙제 좀 더 내주세요'라고 졸라서 고민해서 가고 혼나면 다시 수정하고, 그리고 또 혼나고…. 하하. 이런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 난 누가봐도 벼락스타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빠른 시간에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내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고 말했다.

문득 지난 17일 청룡영화상 당시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기스타상을 받고 눈시울이 붉어졌던 대세남. "그랬던가?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게 그럴 수도 있다. 너무나도 대단한 선배들이 많으신데 그런 자리에서 내가 상을 받는다는 게 울컥했었나 보다." 이정재와 듀엣 시상이 여성 팬심을 설레게 했다는 말에 김우빈은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온 선배님이다. 어떤 분이 '여배우랑 시상하고 싶지 않았나'라고 묻기도 했지만 이정재 선배님이랑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설??? 선배님에게 감사하고, 개인적으로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우빈의 오늘을 만든 에너지는 '감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에게 감사, 모델 출신 선배님들에게 감사,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 감사, 팬들과 관객들에게 감사 등 끝도 없는 감사 릴레이. 이토록 자신의 삶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젊은 배우. 이런 사람이 그 어찌 연기 하나도 설렁설렁 할 수 있을까. 그의 이러한 성실하고 겸허한 마음이 앞으로의 배우의 삶 속에 영원한 기반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보너스 인터뷰

-크리스마스 때 무엇을 하나?

▶ '기술자들' 무대인사가 24,25,26,27,28까지 있고, 1월에도 무대인사가 잡혔다. 감사한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해피 크리스마스가 될 듯.

-드라마보다 영화에 집중했다. 이종석과 '절친'이자 비교 언급도 많이 되는 상대인데 출연하는 드라마를 모니터 해주는지.

▶ 라이벌이란 말 불편하다. 모델 일 때부터 선배고 나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다. 선배다. 하하. 내가 많이 배운다. 오히려 라이벌이라기보다 친구가 맞지 않을까. 종석이가 출연하는 '피노키오'는 잘 본다. 거기 나오는 네 명 다 패밀리 같은 사람들이다. 알고보니까 더 재밌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것? 하하.

-크리스마스 카드 부탁한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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