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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설경구 "무대에서 머리 하얘지는 경험, 많이들 한다"

고재완 기자

입력 2014-10-2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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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무대에서 머리 하얘지는 경험, 많이들 한다"
사진제공=퍼스트룩

별다른 말은 필요없다. 설경구라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라면 '닥본사'다. '나의 독재자'도 그렇다. 이번 작품에서도 설경구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그가 연기한 성근, 그리고 김일성의 대역은 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연기에 얼마나 애착을 자기고 있나를 알게 해준다.



▶"못 빠져 나온 것이 아니라 안 빠져 나온 것"

'나의 독재자' 속 성근은 김일성 대역으로 선발된 다음, 프로젝트가 무산된 후에도 자신을 김일성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배우들이 한 작품을 끝내도 그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성근은 그 역할에서 못 빠져 나온 게 아니라 안 빠져 나온 거예요. 아들을 위해서 계속 몰입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부분에서 설경구 본인도 실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단다. "60~70년대를 살았던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예요. 우리 나이 또래들은 대부분 엄한 아버지 밑에서 컸고 커서도 아버지와 데면데면 했거든요.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은 '독재자'라고 생각한거죠."

성근 역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특수 분장이었다. 설경구는 "박해일이 없었으면 정말 힘들 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해일은 '은교'때 어마어마한 회차를 특수분장을 했더라고요. 저는 30회차 정도였거든요. 이게 막상 해보지 않으면 힘든 걸 아무도 몰라요. 감독님도 몰라요. 박해일은 해봤기 때문에 고충을 너무 잘 알죠."

일단 8시간 이상 촬영을 하지 못한다. 그 이후에는 분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저는 새벽 1~2시부터 분장을 해서 새벽부터 촬영을 해야해요. 그것도 클로즈업부터 큰 사이즈까지 차례대로 촬영을 해야하죠. 그럼 상대배우는 어깨만 대줘야할 때도 많고 대사만 쳐줘야할 때도 많아요. 그럼 그 배우는 호흡이 다 깨지는거죠. 미안한데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런데 박해일은 다 이해를 해줬어요."

식사도 고충이다. "입을 크게 벌릴 수가 없어서 김밥만 줘요. 하품도 못하게 해요. 분장을 뜯어내는 것만 해도 한시간씩 하죠. 정말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 것이 특수분장이더라고요."

▶"나도 첫 무대에선 술 됫병마셔도 안취했다"

영화 속에서 연극배우인 성근은 첫 배역을 맡았지만 머릿 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것도 아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충격이 더 크다. "성근 같은 실수는 정말 큰 실수죠. 그런데 무대에서 실수를 하는 배우들은 많아요.(웃음) 한 여자 선배와 함께 연기를 하는데 여자 선배가 대사를 할 차례인데 안하고 한 10초정도 저를 쳐다 보고 있는 거예요. 그 상황이 되면 자기는 자기 차례인지도 몰라요. 서로 계속 눈치를 하죠. 그럼 누군가는 뛰어넘어서라도 다음 대사를 치고 나가야해요. 안 그럼 일이 커지죠."

설경구 본인도 무대 위에서 실수를 한 경험이 있다. "실수 했죠. 제일 큰 실수는 무대에서 크게 웃었던 것 같아요. 윤도현 씨 부인 있죠? 배우 이미옥 씨와 함께 공연했던 무대였는데, 무대 뒤에서 장난을 치다 둘이 엄청 웃었거든요. 그러다 무대에 올라갔는데 둘이 보면서 무대 위에서 터진 거예요. 그때 정말 실수가 컸죠. 강신일 선배가 무대 위에 올라와 관객들에게 사과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뿐 아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고 그랬어요. 대사도 빨라지죠. 무서우니까 빨리 치고 분장실로 돌아가고 싶은 거죠. 첫 공연 때는 누가 술 한 병을 선물로 줬는데 됫병을 다 마셨는데도 취하질 안더라고요.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은 많이들 해요."

지금은 '명품배우'가 된 설경구지만 영화를 할 때도 조단역 시절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스태프들이 다 적(敵)들처럼 보였어요. 연기를 하면 다들 저를 째려보고 있는 거예요. '이놈이 잘하나 못하나 보자'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송어'를 할 때 강수연 선배가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인사도 시키고 챙겨주셨거든요. 그때부터 알았어요. 저 분들이 내 적이 아니라 내 우군이라는 걸요. 째려보는 것도 내가 조명에 잘 받나 안받나, 내 동선이 맞나 안맞나를 체크하는 거였더라고요. 나를 챙겨주는 건데 어릴 때 잘못 생각했던 거죠."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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