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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투혼, 후배를 일깨우다!' 하나원큐의 김정은 영입 효과

남정석 기자

입력 2023-12-04 08:01

수정 2023-12-0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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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투혼, 후배를 일깨우다!' 하나원큐의 김정은 영입 효과
하나원큐가 3일 삼성생명전에서 오랜만에 낙승을 거둔 후 김정은(뒤쪽 두번째)이 후배들과 한데 얼싸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사진제공=WKBL

'베테랑의 투혼, 후배들을 깨우다!'



여자 프로농구 하나원큐가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두 시즌동안 승률이 2할 이하에 머물 정도로 다른 팀의 집중 타깃이 되었던 꼴찌팀이 더 이상 아니다.

하나원큐는 3일 삼성생명전에서 65대44로 승리, 9경기만에 시즌 3승째(6패)이자 홈 경기 첫 승을 거두며 3위 삼성생명에 1경기차, 4위 BNK에 반 경기차로 다가섰다. 지난 시즌 8연패를 2번이나 거듭하는 등 무려 22경기를 치른 후에야 3승째를 올릴 정도로 무기력한 최하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진 부문은 수비다. 3일까지 팀당 8~9경기씩 치른 가운데, 경기당 평균 득점이 70점을 넘는 팀이 KB스타즈가 유일할 정도로 리그 전체적인 득점 저하를 보이고 있지만 하나원큐는 경기당 63.3실점으로 이 부문 상위 3위를 달리고 있다. 2021~22시즌에 78.8실점, 2022~23시즌에 75실점으로 가장 부실한 수비력을 보이며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했던 것과 비교해도 하나원큐의 상승세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삼성생명전 승리 이후 인터뷰에서 하나원큐의 주 득점원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신지현도 "승리도 승리지만, 우리팀의 실점이 경기당 60점대라는게 더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면서 비결에 대한 답을 털어놨다. FA 자격으로 우리은행을 떠나 친정팀으로 복귀한 김정은의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이 후배들을 일깨웠다는 것이다.

하나원큐의 전신인 신세계에서 2006겨울 시즌에 데뷔한 김정은은 우승에 대한 목마름으로 11년을 뛴 팀을 떠나 2017~2018시즌부터 6년간 우리은행에서 뛰었다. 이 기간 정규리그 4회, 챔피언 결정전 2회 우승을 맛본 김정은은 강팀에서 편하게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것을 뿌리치고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와 선수단의 강력한 구심점이 되고 있다. 평균 득점이나 리바운드 등 기록적인 면에선 우리은행 시절과 큰 차이는 없지만, 누구보다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후배들이 스스로 더 뛰게 만드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베테랑의 품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 11월 6일 삼성생명전에서 삼성생명 이해란과의 충돌로 앞니가 부러지고 밀려들어가는 큰 부상으로 피를 철철 흘리는 가운데, 후배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입을 틀어막으면서도 "수비 수비"를 외치고 벤치로 물러난 장면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몇 경기 결장이 예상됐지만, 3일 후 열린 우리은행전에 임시 치아를 끼고 크게 부푼 입술로 풀타임 가깝게 뛴 김정은의 투혼 덕에 하나원큐는 경기 종료 1분여를 앞둘 때까지 경기를 리드하며 대어를 낚을 뻔 하기도 했다.

어쨌든 상대팀 에이스를 전담 마크하는 김정은의 존재감으로 인해 수비 부담을 던 센터 양인영의 득점력까지 살아나면서 하나원큐는 올 시즌 어느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나원큐는 7연패 끝에 겨우 1승을 거둔 최하위 신한은행과 6일, 그리고 상대 전적에서 11연패로 일방적으로 밀렸다가 직전 맞대결에서 2년여만에 이 굴레를 끊어낸 BNK와 10일 연달아 만나며 지난 두 시즌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연승' 도전에 나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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