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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리더' 전자랜드 임준수 "제가 감히 그런 수식어를 들어도 될까요"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4-13 11:21

'벤치 리더' 전자랜드 임준수 "제가 감히 그런 수식어를 들어도 될까요"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제가 감히 그런 수식어를 들어도 될까요."



인천 전자랜드를 뛰게 하는 '벤치 리더' 임준수(31)의 목소리에 파이팅이 흘러 넘친다.

2013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전자랜드의 유니폼을 입은 임준수. 냉정하게 말해 코트보다 벤치가 더 익숙한 선수다. 그는 데뷔 후 지난 다섯 시즌 동안 정규리그 32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존재감도 이런 존재감이 없다. 전자랜드의 '응원 단장'이자 '멘털 코치'로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자기가 먼저 동생들한테 수건을 가져다주고, 또 팀에 오래 있어서 제 지시 사항도 잘 알아듣고 얘기해준다. 멘털 코치와 다름없는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칭찬했을 정도.

임준수는 "농구 선수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 같아요. 단 1초라도 코트를 밟고 싶죠. 하지만 제가 많은 시간 출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저는 엔트리에 드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제가 팀에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을 늘 고민하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더 파이팅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죠. 감독님께서 지시하시는 부분을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려고 해요. 형들부터 동생들까지 모두가 하나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제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저를 '멘털 코치'라고 말씀 주셨는데, 제가 감히 그런 수식어를 들어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감독님"이라며 웃었다.

말 그대로다. 임준수는 항상 팀을 생각한다. 동료 선수가 득점했을 때 가장 큰 소리로 환호하고, 타임아웃이 불리면 가장 먼저 뛰어나가 선수들의 등을 두들겨준다.

그래서일까. 임준수는 지난 10일 고양 오리온과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차전에서 그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임준수는 팀이 80-57로 앞서던 4쿼터 종료 1분44초 전 코트를 밟았다. 프로 첫 PO 무대였다. 박찬호를 대신해 경기에 나선 임준수는 경기 종료 12초 전 득점에 성공하며 환호했다. 코트 위 동료들은 물론이고 벤치 선수들까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는 "2013년 전자랜드 입단 후 처음으로 PO 무대를 밟아 정말 의미 있었습니다. 짧다면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게는 꿈같은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아, 그리고 강을준 오리온 감독님과 선수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득점한 때가 경기 종료 24초 미만인 상황이었거든요. 사실 그럴 때는 그냥 마무리하는 게 암묵적 약속인데 제가 첫 PO 출전이라 미처 시간을 생각 못 했어요. 득점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서 공격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더라고요.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전자랜드는 14일 홈인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3차전을 치른다. 더욱 더 간절한 홈 경기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중단한다. 한국농구연맹(KBL)이 다음 시즌부터 전자랜드 구단의 운영을 맡을 팀을 찾고 있다.

임준수는 "전자랜드는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우리의 목표는 '전자랜드'라는 이름을 달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꼭 우승하는 것입니다. 제가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항상 생각하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죠. 팀이 우승을 하는데 단 0.1%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역할이든 할거에요. 팬들께서도 오렌지색(전자랜드 상징 색) 물결로 체육관을 가득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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