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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女 대표팀 감독 꺼릴 수밖에 없는 현실

김가을 기자

입력 2020-02-27 05:59

독이 든 성배, 女 대표팀 감독 꺼릴 수밖에 없는 현실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한국 여자농구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앞서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대회에는 최종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여자농구 대표팀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1/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초조한 시간만 흐르고 있다.



지난 18일,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여자농구 대표팀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2월 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이문규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2020년 도쿄올림픽 진출을 확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혹사논란 등이 불거졌다. 소통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결국 협회는 이 감독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이제는 새 감독을 찾아야 한다. 당장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추일승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올림픽이다. 올림픽만을 위한 감독을 선발할 필요가 있다. 현직 프로 사령탑을 포함해 더 많은 인재풀을 확보해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 감독 인재 풀은 넓어졌다. 그러나 선뜻 나서겠다는 감독은 없다. 일단 WKBL 6개 구단 감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A 감독은 "능력이 되는 분이 해야 한다. 나는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B 감독은 "안 한다. 다만, 구단이 허락해준다면 뒤에서 힘을 보탤 생각은 있다"고 했다. C 감독도 "내가 감독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외 도움이 될 부분이 있으면 힘을 보태겠다"고 고사했다.

프로팀 감독들이 고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장 소속팀과 대표팀이라는 '두 집 살림'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이어지는 대표팀 일정은 빠듯하기만 하다. 비시즌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이 새 시즌까지 부담이 이어진다. 물론 대표팀 성적 압박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과거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했던 후보군은 어떤가. 이들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지만, 이들의 지원 의사는 어디까지 추측일 뿐이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성적을 내야하는 자리는 누구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단기직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26일 오전 현재, 협회는 아직까지 감독 모집 공지를 하지 않았다. 여자대표팀 트레이너를 우선 모집하고 있다. 모집 공고를 보면 계약 기간은 8월까지다. 올림픽이 끝나면 자리도 사라지는 것이다. 감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긴 호흡으로 4년을 준비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새 감독은 단 5개월에 준비부터 책임까지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한다. 결국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한 농구 관계자는 "남자 대표팀은 최근 전임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은 아니다. 여자는 국제 대회가 많지 않은데, 전임 감독제를 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청소년 대표팀은 중고연맹이 관리하기 때문에 한데 묶기도 어렵다. 전반적으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협회가 프로팀부터 초등학교 아마추어 팀까지 연간등록비를 받았다.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안 낼 수는 없다. 프로팀은 외국인 선수 국제이적동의서, 아마추어 팀은 대회 참가가 걸려있다. 자칫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장권 가격을 올릴 때도 합리적인 근거 혹은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수 많은 돈을 걷어가면서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그 얘기도 해주지 않는다. 그만큼 협회의 시스템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재정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하지만 협회 구조를 보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후원이 들어오기에는 한국 농구의 현 상황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협회에 여자대표팀 감독 모집 등에 문의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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