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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즐긴다" 해결사 이정현의 근거있는 자신감

이원만 기자

입력 2018-12-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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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즐긴다" 해결사 이정현의 근거있는 자신감


모처럼 프로농구 팬들의 손에는 흥건한 땀이 고였다. 지난 1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남자프로농구 안양 KGC와 전주 KCC의 승부는 근래에 보기 드문 대접전이었다. 두 팀은 정규 4쿼터에 이어 1차 연장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차 연장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을 뻔했다. 그러나 3차 연장 돌입이 예감되던 순간, 한 명의 '해결사'가 나서 긴 승부에 방점을 찍었다.



KCC의 간판스타이자 이제는 한국 농구대표팀 부동의 에이스로 우뚝 선 이정현(31)이었다. 공교롭게도 안양실내체육관 그리고 KGC는 이정현이 처음 프로에 데뷔한 공간이고 소속팀이었다. 이정현은 옛 홈구장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2차 연장 종료 1.5초전 극적인 위닝샷을 성공했다. 3점 라인 밖에서 마퀴스 티그의 패스를 받은 이정현은 거침없이 골밑을 향해 드리블했다. 이어 상대 수비 2명을 앞에 두고 훌쩍 솟아올라 공을 던졌다. 백보드에 맞은 공은 그대로 림을 통과하며 위닝샷이 됐다. KGC에 반격의 여지조차 주지 않은 샷이다.

이날 이정현은 무려 33점이나 올렸다. 자신의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타이기록이다. 경기 후 KCC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도 "기량이 워낙 뛰어난 대스타다. 해줄 것을 믿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화려한 활약의 원동력은 역시 실력이다. 그러나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도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2차 연장 종료까지 불과 3초 남짓. 이정현은 그 긴박하고 짧은 순간에 패스를 받아 수비벽을 뚫고 거침없이 드리블을 하다 스크린을 단 상태에서 슛을 던져 성공했다. 보통 선수는 해낼 수 없는 장면이다. 일단 이런 긴박한 위기 앞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 실력에 대한 강한 확신도 필요하다. 이정현에게 두 가지가 다 있었다.

실제로 이정현은 "훈련 때 이와 비슷한 클러치 상황을 가정해놓고 연습한 적이 많다. 하지만 실전에서 이런 클러치 샷이 성공하려면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그 상황에서 꼭 넣고 싶었다. 그런 집념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그런 식의 클러치 상황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위기를 즐기려 한다"는 이정현의 말에는 그가 얼마나 준비를 했는 지가 드러난다. 그런 준비 덕분에 위기를 실제로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이다. 이런 준비와 자신감이 이정현을 당대 최고의 승부사자리에 올려놓은 비결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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