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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분석] 파죽 4연승 우리은행, KB에 2가지 숙제 남기다

류동혁 기자

입력 2018-11-16 20:53

수정 2018-11-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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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죽 4연승 우리은행, KB에 2가지 숙제 남기다
우리은행이 KB를 물리쳤다. 확실히 조직력과 노련함은 클래스가 달랐다. 강력한 도전자 KB에게 2가지 숙제를 안겼다. 사진제공=WKBL

빅매치.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올 시즌 첫 맞대결. 16일 아산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드디어 붙었다.



우리은행이 KB를 눌렀다. 3쿼터 한 때 11점 차까지 뒤졌지만, 박지수의 조기 파울트러블과 예상치 못했던 김소니아(12득점)의 맹활약으로 59대57, 2점 차의 승리를 거뒀다.

●라커룸에서

사실 두 팀의 맞대결은 비 시즌부터 시작됐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이 KB스타즈를 눌렀다. 박지수를 영입하고도, 테크닉과 세기에서 역부족이었다.

KB스타즈는 두 가지 우리은행을 겨냥한 조치를 취했다. 일단 정통 센터가 아닌 포워드 쏜튼을 외국인 선수로 선택했다. 지난 시즌 단타스와 박지수의 더블 포스트가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에게 좌절됐기 때문.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박지수가 주축이 된 더블 포스트를 상대하는 게 힘들 지, 쏜튼이 결합된 지금의 KB 라인업이 힘들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나도 궁금하다"고 했다. 여기에 KB는 가드 염윤아를 데려왔다.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 우리은행 박혜진에 대항하기 위한 카드. 기존의 심성영으로는 큰 무대에서 역부족을 느꼈기 때문이다. KB 안덕수 감독은 "염윤아가 좋은 수비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박혜진의 활동폭을 어느 정도 제어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정통센터 토마스를 데려왔다. 박지수의 대항마. 양팀의 대결이 시작됐다.

●1쿼터=쏜튼의 폭주 vs 명불허전 우리은행 조직력

KB의 강점 중 하나는 박지수가 있기 때문에 생긴다. 쏜튼에게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우리은행은 김정은이 있다. 하지만 쏜튼이 운동능력과 스피드에서 우위. 게다가 쏜튼은 영리했다. 김정은과 곧바로 1대1을 하지 않고, 스크린으로 미스매치를 유발했다. 임영희와 박혜진을 상대로 차곡차곡 미드 레인지 점퍼를 성공시켰다. 전반, 쏜튼은 8득점. 14-8까지 앞서 나갔다.

이때, 우리은행의 시그니처 플레이가 위력을 발휘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임영희 김정은이 정확한 점퍼를 성공시켰다. 특히, 1쿼터 2분11초를 남기고 나온 공격 패턴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임영희와 토마스의 2대2. 이때 KB 수비가 집중되자, 엔드라인에서 최은실이 돌아나오며 오픈 찬스, 패스를 받아 깔끔한 점퍼. 6개 구단 중 우리은행이 가장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는 패턴. 결국 14-12, KB의 2점차 리드. 쏜튼의 강력한 득점력과 우리은행의 조직력을 볼 수 있었던 1쿼터.



●2쿼터=3점슛의 실종, 양팀 손익계산서

경기 전 안덕수 감독은 "우리은행이 국내 선수들로 이뤄진 2쿼터에는 강하다. 강력한 변수"라고 했다. 박지수는 후반전을 위해 벤치에서 잠시 쉬고 있는 상태. 그런데 KB가 기세를 올렸다. 우리은행의 쓸데없는 파울로 연속 득점. 반면, 우리은행의 중거리슛은 계속 림을 빗나갔다. 그만큼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 등 주축 선수에 대한 KB의 맨 마킹이 잘 이뤄졌다는 의미. 결국 22-12, 10점 차로 KB가 앞서기 시작.

우리은행은 김소니아가 분전했다. 세 명의 주축 선수들에게 집중견제가 들어간 틈을 타 공간을 만들며 효율적 미드 레인지 점퍼를 꽂았다. 게다가 KB가 지역방어로 수비를 돌리자, 약점인 하이 포스트 지역에서 볼을 잡아 미드 점퍼를 꽂기도 했다. 사실 2쿼터 확실한 센터가 없는 우리은행 입장에서 KB의 지역방어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비였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김정은 박혜진 임영희의 3점포가 잇따라 빗나가면서 추격의 동력을 얻지 못했다.

KB에서는 염윤아가 빛났다. 사실 KB 박지수는 상당히 높은 클래스를 보여줬다. 포스트에서 볼을 잡은 뒤 상대가 더블팀이 오면, 곧바로 오픈 찬스를 만드는 패스를 깔끔하게 빼줬다. 중요한 것은 KB 외곽의 심성영과 강아정이 메이드를 시키지 못했다는 점. 특히 최근 슈팅 밸런스가 좋지 않은 강아정은 에어볼을 날리기도 했다. 즉, KB가 주도권을 잡고 있었지만, 확실히 도망가지 못하는 상태. 이때, 염윤아가 박지수에게 수비가 쏠린 틈을 타 개인 돌파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29-18. 그런데, 전반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 김소니아가 다시 득점. 이때 KB는 실책. 김정은의 자유투 2개가 이어졌다. 결국 29-22, 7점 차 KB의 리드.

전반, KB의 경기력이 우리은행을 압도했지만, 7점 차의 리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양팀 2쿼터 3점슛 8개 시도, 모두 실패.

●3쿼터=최대변수 등장. 박지수 파울 트러블

우리은행이 토마스의 1대1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변수가 싹텄다. 7분53초를 남기고 박지수의 파울. 3파울이었다. 곧바로 박지수가 3점슛을 던진 뒤 공격리바운드에 가담하다가 다시 파울. 순식간에서 파울 트러블. 강력한 변수가 발생했다. 박지수는 벤치 행. 점수 차이는 단 6점 차.

그런데, 우리은행의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다. 토마스의 3초 위반, 2차례의 패스미스. 토마스에게 공격을 집중하면서 생긴 부작용. KB의 더블팀 로테이션이 흔들리지 않았다. KB는 쏜튼의 3점포, 김수연의 미드 레인지 점퍼, 김민정의 골밑 돌파에 의한 바스켓 카운트가 연달아 터졌다. 오히려 박지수가 벤치로 나간 뒤 39-28, 11점 차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위성우 감독의 작전타임.

확실히 달라졌다. 토마스를 고집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이용했다.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이 개인돌파에 의한 득점을 노렸다. 박혜진의 슛이 불발. 하지만 골밑은 토마스의 영역. 공격 리바운드 이후 이지 슛. 이 패턴 변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 토마스에 KB 수비가 집중된 상황. 골밑 공격을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토마스를 주축으로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의 개인 능력을 이용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KB 수비의 혼란을 노렸다. 노림수는 먹혔다.

우리은행의 공수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리듬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박혜진의 3점포, 그리고 KB의 24초 공격 제한시간 초과. 이후 김정은의 스틸에 의한 속공 찬스. 김소니아가 마무리. 39-35, 4점 차로 맹추격했다.

우리은행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김정은의 3점포가 터졌다. 리듬이 살아나면서, 전반전 극심한 난조를 보였던 3점포가 터지기 시작했다. KB는 더욱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김민정이 3점포로 응수했지만, 박혜진이 전매특허인 왼쪽 돌파에 의한 바스켓 카운트. 이후, 임영희의 스틸에 의한 속공. 그리고 토마스에게 볼을 투입, 상대가 더블팀이 들어오자, 김소니아가 골밑으로 커팅, 그대로 슛을 성공시켰다. 2쿼터 8점을 몰아넣은 김소니아는 이때까지 이 경기 최대의 '변수'였다. 결국 역전. 45-44, 1점 차로 우리은행의 리드로 3쿼터가 끝났다.



●4쿼터=KB 2가지 숙제

박지수가 투입됐다. 과감한 선택이었다. 4쿼터 승부처에서 쉽게 박지수에게 파울을 불어 5반칙 퇴장을 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용병술.

박지수가 토마스의 좁은 수비폭을 이용, 미드 레인지 점퍼를 꽂았다. 그런데 이때, 박혜진이 리그 최고의 가드를 입증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코너에서 3점포. 이후, 토마스에게 연결하는 절묘한 2대2 플레이. 득점으로 연결된 부분도 중요하지만, 박지수의 마크맨인 토마스에게 연결, 파울 퇴장에 대한 부담감을 심어주는데 성공한 매우 노련한 플레이.

이때, KB는 주요 공격루트를 박지수가 하이 포스트(자유투라인 부근), 쏜튼이 로 포스트(골밑 부근)에 서는 하이-로 게임을 전개했다. 우리은행은 당연히 골밑의 쏜튼에게 더블팀이 즉각 들어왔다. 박지수가 미드 레인지 점퍼를 던졌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나쁜 수비는 아니었다. 박지수의 골밑슛보다 확률이 떨어졌기 때문. 결국 수비는 공격 확률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원칙. 그런데 미드 점퍼가 모두 들어갔다.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 박지수가 1대1로 막기 더욱 힘든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

하지만 이때 임영희의 결정적 3점포가 터졌다. KB의 지역방어 약점을 완전히 파훼시켰다. 이어 박혜진의 3점슛 시도 때 강아정이 파울을 범했다. 연속 6득점, 59-53, 우리은행의 6점 차 리드. KB는 쏜튼이 골밑슛을 성공시켰지만, 우리은행의 강력한 저항에 박지수가 무리한 슛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 불발. 시간은 흘러갔다.

36.4초, 59-55, 4점 차 우리은행의 리드. 박지수가 뒤늦게 미드 점퍼를 터뜨렸지만, 남은 시간은 8.9초, 우리은행의 공격. 이때 KB는 파울작전도 하지 못했다. 그대로 시간이 흘러갔다.

KB는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지만, 2가지 숙제를 안게 됐다. 일단 3점포가 없었다. 컨디션 난조인 강아정은 단 하나의 3점포도 터뜨리지 못했다. 외곽 지원이 없으면, KB가 우리은행을 잡기는 너무 어려워진다. 그리고 전반 염윤아 김민정 등이 가세한 다채로운 공격루트가 승부처가 되자, 박지수와 쏜튼으로 이원화됐다. 너무 단조로웠다. 반면, 우리은행은 전반 경기력은 부진했지만, 결국 강력한 조직력과 노련함으로 2점 차 승리를 따냈다. 단, 김소니아의 예상을 뛰어넘은 분전, 박지수의 조기 파울트러블 등 2% 행운이 겹쳐진 승리였다. 아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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