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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휘슬, 어떻게 경기를 지배하나

류동혁 기자

입력 2015-03-28 07:31

수정 2015-03-28 07:31

쓸데없는 휘슬, 어떻게 경기를 지배하나
전자랜드 포웰이 판정에 항의하는 장면. 스포츠조선DB

6강, 4강을 거치면서, '휘슬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유난히 접전이 많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승부처, 결정적인 순간의 휘슬 하나가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



이 부분은 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 주범은 쓸데없는 휘슬이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나타나는 빈번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27일 원주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동부와 전자랜드의 후반전 판정을 보자. 전반전 준수했던 판정이 갑자기 후반전에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일단 3쿼터 1분 경에 나온 주태수의 스크린 파울이다. 김주성에게 스크린을 하던 주태수는 잔 스텝을 많이 썼다. 즉, 스크린을 할 때 움직였다. 원래 스크린 이후에는 일시정지가 원칙이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파울은 맞다.

하지만 국내 경기에서 스크린 시 이런 불법적 행동은 많이 나온다. 때문에 한 감독은 "국제 무대에서 이런 스크린 파울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경기에서는 수시로 이뤄진다. 때문에 처음에 스크린 시 움직이지 않던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 막판이 되면 슬그머니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때문에 정규리그나 플레이오프에서 불지 않던 스크린 파울을 부는 건 약간 '뜬금'이 없다. 하지만 주태수는 공격자 파울이 불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태수의 움직임이 약간 노골적이었다. 때문에 전자랜드 벤치에서는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3쿼터 3분, 김주성이 돌파 후 킥아웃하는 과정. 포웰이 밀착마크를 했다. 김주성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팔꿈치가 안면을 맞았다. 포웰은 한동안 코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 부분은 나쁘지 않은 콜이다. 공격자 실린더 룰에 따라, 김주성이 이동할 틈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팔꿈치를 인위적으로 썼다면, U2 파울이 불려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아니었다. 때문에 이 휘슬은 정상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주성이 공격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포웰과 두 차례 충돌이 있었다. 이들은 신경전이 팽팽하던 상황. 김주성이 골밑에 자리를 잡기 위해 몸충돌을 했고, 포웰이 반응했다. 또 한 차례 그런 장면이 있었다. 김주성은 팔을 휘젓기도 했다. 여기에서 심판진은 더블 파울을 지적했다.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 KBL은 부정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공이 없는 상황에서 몸싸움은 매우 관대해졌다.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농구인들이 지적하는 요소다. 이 부분은 매우 경기를 박진감 넘치게 한다.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도 나쁜 부분이 아니다. 마치 정규리그 1라운드의 판정을 연상시킨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판정의 기준이다. 쉽지 않지만,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당연히 포웰과 김주성의 충돌은 그냥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미리 있을 신경전을 예방하는 차원이라는 반문이 있을 수도 있다. KBL의 단골 변명거리다. 하지만, 심판이 그것까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약 너무 격해졌을 때 브레이크 타임 때 주장이나 감독을 불러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시킬 순 있다. 이 부분은 특히 올 시즌 신경전이 극심한 플레이오프에서 장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여기까지가 심판의 역할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심판진은 그런 부분은 매우 인색하다. 대신 정당한 몸싸움에 대해서 굳이 시시비비를 가린다. 정말 쓸데없는 행동이다.

현대농구에서 볼없는 상황에서 몸과 몸이 부닥치는 범핑(bumping)은 일상 다반사다. 대표적으로 농구 월드컵을 보면 쉴 새 없이 일어난다. 심판진은 불법적인 손이나 팔꿈치를 쓰지 않으면 미동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 농구월드컵을 치르고 돌아온 유재학 감독은 "체력훈련을 많이 했지만, 선수들은 견디지 못했다. 볼이 없는 상황에서 격투기를 연상케 했다. 선수들이 쓰지 않는 근육을 쓰면서 후반전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했다. 즉, 심판진의 이같은 성향은 오히려 농구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하지만, 심판진은 개입했다. 더블 파울을 줬다. 포웰은 3쿼터 초반 파울 트러블(3개)에 걸렸다. 김주성은 2개.

포웰은 흥분했다. '왜 파울을 주냐'는 것이었다. 이 항의는 당연했다. 쓸데없는 개입으로 전자랜드 선수들과 벤치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경기흐름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전자랜드는 재빨리 냉정을 되찾고, 더욱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동부 데이비드 사이먼이 희생양이 됐다. 골밑에서 몸싸움을 하던 전자랜드 주태수가 팔을 끼었고, 사이먼은 도는 과정에서 주태수가 넘어졌다. 공격자 파울이 불렸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4차전에서도 있었다. 리처드슨과 이현호가 강력한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리처드슨이 볼을 받으러 나오면서 살짝 밀쳤다. 이현호는 넘어졌다. 냉정하게 말하면 주태수와 이현호 모두 '헐리우드 액션'이 약간 있었다. 순간적이긴 했지만, 워낙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그냥 놔둬야 할 상황. 하지만 이런 부분은 노련미로 치부되기 일쑤다. 쓸데없는 휘슬은 헐리우드 액션을 키우는 주요 요소다.

결국 신경전이 펼쳐지자 3쿼터 무더기 파울이 쏟아졌다. 동부는 무려 11개의 파울을 지적받기도 했다. 반면 승부처인 4쿼터에서는 또 다시 휘슬이 잠잠해졌다.

강력한 몸싸움으로 인한 불법적 핸드체킹은 적절한 체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당한 몸싸움과는 철저한 구분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심판진이 꼭 해결해야 해야 할 요소다. 하지만 쓸데없는 휘슬이 너무 많다. 경기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양팀 벤치와 코트 안의 선수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휘슬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얘기의 실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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