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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미디어데이, 추일승 더 필요하다

김용 기자

입력 2015-03-06 12:24

수정 2015-03-06 12:49

재미없는 미디어데이, 추일승 더 필요하다
25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14-2015 프로농구 오리온스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실내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1.25.

"빨리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드리겠다." "농구는 입으로 하는게 아니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린 6일 잠실학생체육관. 미디어데이는 각 팀 감독과 주축 선수들의 각오와 포부를 듣는 자리다. 그 각오와 포부는 무엇으로 듣느냐, 그들의 말로 듣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게 좋은 것일까, 아니면 말을 아끼는게 정답일까.

매 시즌 미디어데이에서도 그랬지만 이날도 히어로는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었다. 조용하지만 위트 넘치고 호전적인 코멘트로 현장을 즐겁게 하는 스타일. 추 감독은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오랜 시간 기다려서 4강을 대비하겠다고 했는데 걱정 없이 빨리 올라가서 모비스 만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옆에 계신 LG 김 진 선배도 얼굴이 핼쑥해 지셨는데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드리겠다"라고 말해 현장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6강 플레이오프를 빨리 끝내고 4강에서 모비스를 만나겠다는 의지의 표현.

이에 두 베테랑 감독은 정색을 했다. 유 감독은 추 감독의 이런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디어데이 때 책임감 없는 발언이 많이 나온다.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감독도 "농구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추 감독의 도발에 재치있게 받아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다. 추 감독의 발언이 지나쳤다는 분위기였다. 추 감독이 달아오르게 한 현장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감독은 고군분투했다. 플레이오프 반대편 조 동부 김영만 감독이 모비스와 LG의 챔피언결정전행을 점치자 "김영만 감독 섭섭하다. 우리가 챔피언결정전 가면 모비스, LG 다 탈락이다. 우리는 붙고싶은 팀이 있다. SK다. 어제(5일) 너무 아쉽게 졌기 때문"이라고 말해 다시 한 번 즐거움을 줬다.

미디어데이는 추 감독처럼 입씨름을 통해 상대와의 신경전을 벌이고, 그 속에서 팬들에게 서로에 대한 투쟁심을 보여주라고 만든 자리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경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증폭된다. 그런데 대부분 감독과 선수들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잘 모르겠다" "나중에 답하겠다"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가장 식상한 답이 "우승후보를 지목해달라"라는 질문에 "여기있는 모든 팀들 전부"라는 것이다. 이런 답이 나올 거면 누가 질문을 하고, 어떤 팬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려 할까.

그렇다고 추 감독이 정말 예의에 어긋나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과 행동을 했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추 감독 본인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6강 플레이오프 상대인 LG가 매우 강하고 절대 5전 3선승제 게임이 쉽게 풀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도전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최근 농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한숨을 쉬고 있다. 미디어데이만 봐도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 3년 전 동부와 KGC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기 전 동부 윤호영과 KGC 양희종 간의 설전이 있었다. 이 신경전에 동부 이광재 등이 가세하며 팬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올라갔다. 이렇게 감독, 스타플레이어 간의 도발과 신경전을 프로 무대에서 절대 나쁜게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요소다.

최근 여자프로농구에서는 하나외환 박종천 감독이 큰 화제다. 경기 후 인터뷰 장면이 약간은 희화화 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 감독도 자신이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서도 5일 경기 승리 후 "하나외환, 그리고 여자농구의 인기를 위해서라면 광대 아닌 광대 이상이 되겠다"라는 말을 했다. 프로축구 미디어데이에서도 전북 최강희 감독과 성남 김학범 감독, 두 최고참 감독의 설전이 화제가 됐다. 남자농구가 분명히 배워야 할 부분이다. 감독으로서의 권위와 엄숙함도 팀을 이끄는데 분명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지만, 그들이 조금 마음을 푼 모습을 보여줬을 때 팬들은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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