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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사만 40개, 1년 수익 40%...모기업 없는 설움은 없다, '마케팅 맛집' 키움이 살아가는 법

김용 기자

입력 2024-05-08 11:23

수정 2024-05-0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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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사만 40개, 1년 수익 40%...모기업 없는 설움은 없다, '마…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저희와 인연을 맺으시면, 쉽게 떠나시지 않습니다."



프로 무대는 돈을 버는 곳이다.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려 많은 연봉을 받고싶어 한다.

선수를 고용하는 구단도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KBO리그 많은 구단들은 진정한 프로라 하기 힘들 수 있다. 매년 실질적 적자인 구단이 태반이다. 운영비 상당 부분을 대기업인 모그룹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한 마디로 자생력이 없다는 의미다. 프로야구단을 그룹 홍보 수단, 사회 공헌 수단으로 여겨온 출범 초반 마인드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다.

'모기업 의존'이란 통념을 십수년째 깨고 있는 구단이 있으니 바로 키움 히어로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야구단. 그런데 흑자다. 흑자니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

티켓 판매 수익, 중계권료 수익 등은 다른 구단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적다. 그렇다면 키움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그룹 지원 없이 어떻게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일까.

잊을만 하면 키움의 파트너사 계약 보도자료가 발표된다. 유별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게 키움의 생존 방식이다.

올시즌만 파트너사 약 40곳을 모았다. 이게 얼마나 많은 걸까. 수도권 A구단의 경우 모기업, 계열사 후원이나 홍보 외에 다른 기업과 손을 잡는 협약 건은 1년에 10~15건 정도다.

수익 비율로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키움은 1년 수익을 나눠보면 티켓 판매 약 30%, 중계권료 약 30%, ,파트너사 마케팅 수익 약 40%로 구성된다. (올해 같은 경우는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 포스팅 비용 등 부가 수익도 있다.) 물론 최대 네이밍 스폰서인 키움증권 지분이 크지만, 이 또한 키움이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일궈낸 산물이다.

마케팅 잘하기로 소문난 수도권 B구단도 외부 업체 마케팅 수익은 1년 수익의 약 1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구단들도 다 이 정도 수준이거나 더 낮다고 보면 된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전사적으로 파트너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뛴다. 키움은 마케팅 부서 인력이 타 구단에 비해 훨씬 많다. 협약을 체결하는 기업들이 규모가 작지도 않다. 누구나 알 만한 큰 기업들도 키움과 손을 잡는다.

기업들이 키움에 동정심이 들어 그냥 돈을 내는 것일까. 그럴 일은 없다. 면밀히 검토를 하고,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다고 판단하니 투자를 한다. 그만큼 키움은 파트너사와의 동반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열심히 뛴다. 단순 이벤트가 아닌 한땀 한땀 정성들인 프로모션 데이 행사, 사회 공헌 활동 등을 통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그래서 키움의 후원 계약을 보면 재계약율이 매우 높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악화되며 수 년째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상황, 후원을 하다 중단하는 곳도 당연히 있다. 그래도 키움은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간다'는 자세로,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다. '돈 더 안주면 거들떠 볼 필요 없다'는 식의 단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가족 같이 챙기는 정성과 진심이 다른 파생 계약으로도 이어진다.

키움은 지난 시즌 꼴찌를 하고, 올해도 힘겨운 행보를 걷고 있지만 창단 후 꾸준하게 가을야구,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강팀의 면모를 이어왔다. 일각에서는 "투자도 안 하는 구단이 성적이 나면, KBO리그가 망한다"는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물론 선수를 키워,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만하면 메이저리그나 KBO 부자 구단에 파는 등의 운영에 팬들은 아쉬울 수 있다. 프로 구단으로서 한계점도 분명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자생력을 갖추며 나름 탄탄하게 오랜 기간 프로 구단으로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만은 인정 받아야 한다. 기업 구단들이 미래의 방향으로 벤치마킹 해야할 부분도 있다. 야구 외적으로 키움이 주목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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