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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욕심이 KIA 승리에 방해된다"는 이 선수, 정체가 뭘까? [광주 현장]

정재근 기자

입력 2024-04-06 12:48

수정 2024-04-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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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욕심이 KIA 승리에 방해된다"는 이 선수, 정체가 뭘까?
7회초 1사 2, 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곽도규.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광주=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제가 신인왕 레이스에 뛰어드는 건 팀 승리에 그다지 좋은 길은 아닌 것 같다" 불펜 부자 KIA에 또 한 명의 '물건'이 등장했다.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의 경기. KIA가 5-0으로 앞선 7회초, 삼성이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김재성의 안타와 김영웅의 2루타로 1사 2, 3루. 그런데 다음 타자 김호진의 유격수 땅볼 때 박찬호의 3루 악송구가 나왔다. 1실점 후 또다시 1사 2, 3루의 위기가 이어졌다.

KIA 벤치가 이형범을 내리고 좌완 곽도규를 마운드에 올렸다. 안주형, 김지찬, 김현준으로 이어지는 좌타라인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곽도규가 첫 타자 안주형을 삼진으로 처리하자 삼성 벤치가 우타 김헌곤을 대타로 내보냈다.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2사 만루. 알고 보니 계산된 4구였다.

곽도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등판할 경우 우타 대타로 김헌곤, 김동엽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 김헌곤 선수가 먼저 나왔는데 작년 2군에서 붙었을 때 매우 어려운 승부 끝에 이긴 적이 있다. (김헌곤을) 편하게 볼넷으로 내보내고 다음 타자로 김동엽이 나오든 좌타로 가든 무조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복기했다.

곽도규의 예상대로 삼성 벤치는 좌타 김현준 대신 우타 김동엽을 대타로 내보냈다. 초구부터 자신 있게 승부가 들어갔다. 곽도규는 김동엽을 3구만에 2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3월 23일 광주 개막전 홀드를 시작으로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4이닝 동안 허용한 안타는 단 3개. 볼넷도 2개뿐인데, 그중 1개는 고의 사구나 다름없다. 5일 삼성전에서 홀드를 추가하며 3홀드.

KIA 이범호 감독은 곽도규에 대해 "우선 스피드 자체가 좋고, 투구폼도 와일드하다. 투심과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팔을 내려서 던지기 때문에 슬라이더가 스위퍼처럼 보인다"라면서 "좌타자들에겐 두려울 수 있다. 예전 구대성 선배처럼 발도 크로스로하고 팔을 옆으로 해서 던지기 때문에 좌타자가 느끼기엔 볼이 빠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타자가 그런 느낌을 가지면 (몸이) 빠지게 되니까 타격하기 쉽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2023년 5라운드 42순위로 KIA에 입단한 곽도규는 지난해 1군 14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49를 기록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37경기 6승1패 5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다.

올 시즌엔 개막전부터 1군에서 시작했다. 곽도규의 현재 임무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하지만 좌타자만을 상대하지 않는다. 5일 삼성전에서도 연속으로 우타자가 대타로 나왔지만, 이 감독은 곽도규를 계속 밀어붙여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시켰다.



이 감독은 "좌타자를 상대로 잘 던지고 있는데 우타자를 상대로도 일부러 던지게 하고 있다. 그래서 1이닝을 던지게끔 하고 있다. 좌우타자를 모두 잘 상대할 수 있게 조금 더 성장을 하다 보면 필승조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했다.

이 감독의 희망대로 곽도규가 필승조에 들어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신인왕도 노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정작 곽도규의 생각은 달랐다.



곽도규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 시즌 신인왕 자신 있냐?"는 질문에 대해 말한 답변이 이랬다.



"아 네 근데…지금 제가 신인왕 레이스에 뛰어드는 건 팀 승리에 그다지 좋은 길은 아닌 거 같다. 저희 팀은 지금 7, 8, 9회에 완벽히 좋은 투수들이 있다. 제가 홀드 상황에 나가면 저희가 정해진 루트보다 조금 다른 길로 가게 되는 거여서…지금은 그저 7, 8, 9회에 나오는 형들이 완벽히 경기를 막을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겠다"



'자신 있다', '노력하겠다' 등이 아닌 "팀 승리에 그다지 좋은 길은 아닌 거 같다"는 답변은 그동안 프로야구를 보며 처음 들어본 듯하다. KIA 마운드에 '물건'이 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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