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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오타니를 믿습니까", "아직도 악취를 풍긴다" 점점 거세지는 美매체들의 시선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3-28 16:57

수정 2024-03-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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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오타니를 믿습니까", "아직도 악취를 풍긴다" 점점 거세지는 …
28일(한국시각) LA 시내 한 호텔 벽면에 그려진 오타니의 투타 모습을 담은 대형 벽화를 팬들이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통역의 '도박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LA 시내에서는 28일(이하 한국시각) 그를 위한 성대한 행사 하나가 열렸다.



'오타니 벽화 제막식'이 LA 다운타운 1번가에 있는 미야코 호텔에서 개최됐다. 호텔 건물 벽면에 가로 18m, 세로 46m 크기로 그려진 벽화는 'LA 라이징(LA Rising)'이라는 제목으로 오타니의 타격과 투구 모습을 담고 있다. 멕시코 출신 화가 로버트 바르가스의 작품이라고 한다.

수많은 팬들과 미디어가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는데, 지난 겨울 10년 7억달러의 거대 계약을 맺은 오타니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 개막전을 하루 앞두고 의미있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번 오타니 관련 사건을 '피트 로즈 이후 야구계 최대 도박 스캔들'이라고 규정한 CBS뉴스는 이날 제막식을 보도하며 '오타니가 자신을 오랫동안 통역한 미즈하라 이페이가 해고된 뒤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지 이틀 만에 이 행사가 열렸다'며 '오타니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데 동의하지 않았고 어떤 스포츠에도 베팅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현지 매체들의 시선이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미국 서부 최대 매체 LA 타임스는 28일 '여러분은 오타니 쇼헤이를 믿습니까? 단언컨대 그런 것 같지 않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며 도박 스캔들에 관해 명확한 사실 관계를 밝히지 않은 오타니를 직격했다.

칼럼을 쓴 빌 플라슈케 기자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아직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오타니와 조력자들이 이 사태를 깨끗하게 정리하려 했다고 해도 이 모든 도박 쓰레기 속의 무언가가 아직도 악취를 풍긴다'고 강한 어조로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오타니가 내일 웃으면서 홈 개막전을 위해 다저스타디움 필드에 들어설 때, 난 믿고 싶다. 난 최고의 야구 선수가 그의 이미지대로 순수하다고 믿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타니는 지난 26일 다저스타디움 프레스룸에서 도박 스캔들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그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준비한 자료를 포함해 12분 동안 자신의 입장만 밝히고 자리를 떴다.

이후 이틀 동안 미국 현지 언론들은 오타니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저스 구단에 엄격한 논조를 들이대기로 유명한 LA 타임스 뿐만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오타니 쇼헤이는 그가 선수로서 신비로운 만큼이나 의문투성이의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도박 스캔들에 관한 오타니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WP는 '분명하게 드러났 듯 오타니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이름을 밝히길 꺼려했던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가 처음 공개할 당시 평범한 일본인 여자와 결혼했다는 점도 아니다. 가장 강력한 야구선수이며 가장 미스터리한 슈퍼스타인 오타니에 관한 가장 매혹적인 사실은 그가 도박 중독에 빠진 친구가 있다는 점, 그리고 최소 450만달러의 무더기 돈이 그의 은행 계좌에서 사라졌을 때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고 비꼬았다.

WP는 '오타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지만, 혼돈은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오타니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가 밝혔음에도 듣는 사람들은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적었다.

오타니의 입장을 대변하는 로펌 버크 브레틀러 LLP도 현지 언론들의 취재에 협조적이지 않다.

ESPN은 27일 '어느 수사 당국에 전 통역을 절도 혐의로 고소했냐는 질문에 그들은 대답을 피했다'며 '우리는 오타니의 변호인들이 지난 주 오타니가 거대한 절도의 희생양이고 당국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발표한 이후 해당 정보에 대한 문의를 반복적으로 해왔으나 오타니의 대변인은 코멘트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로펌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오타니는 거대한 도둑의 희생자"라고 발표하며 "미즈하라를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수사 주체가 어디인지 묻는 반복적인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SPN은 28일에는 '도박 스캔들을 둘러싸고 오타니 쇼헤이가 홀로 주목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자회견 당일 다저스타디움 분위기를 전하며 오타니가 아무 질문도 받지 않고 프레스룸을 나가면서 "시즌에 집중하기를 기대하며, 수사가 잘 이뤄질 것을 확신한다"고 밝힌 점을 부각했다.

USA투데이는 같은 날 '오타니라는 브랜드와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지는 알 수 없지만, 다저스 구단은 그가 프랜차이즈에 가져다 주는 흥행 수입과 라인센스 수입, 광수 수입이 연간 5000만달러는 된다고 믿을 정도로 상당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MLB는 당초 오타니가 야구에 베팅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를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가 지난 주말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고 전했다.

USA투데이는 이어 '오타니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게 증명되면 그는 친구를 무작정 믿은 순진함을 이유로 동정을 받을 것이다. 오타니가 통역의 도박을 알고 있었다면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는 야구에 베팅한 게 아니라는 전제로 벌금 정도의 징계를 내릴 것이다. 그러나 벌금이라도 오타니의 명성에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는 다저스 팀 분위기도 망가질 수 있다'고 했다.

역사적인 오타니의 다저스타디움 개막전 출전을 앞두고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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