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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도 없고, 마냥 안 쓸 수도 없고…" WBC 대표팀 음주파문, 3명의 선수 해당 구단은 냉가슴 "차라리 빨리 결론 났으면…"[이슈포커스]

정현석 기자

입력 2023-06-01 02:00

수정 2023-06-01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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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도 없고, 마냥 안 쓸 수도 없고…" WBC 대표팀 음주파문, 3…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한국이 13-4로 패했다. 팬들에게 인사를 한 후 발걸음을 옮기는 선수들의 모습.(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갑작스럽게 불거진 2023 WBC(월드베이스볼) 대표팀 음주파문.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한 경위서를 통해 당시 음주 사실을 인정한 3명의 선수들의 소속 구단이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표팀에 뽑힐 만큼 각 구단을 대표하는 중심 선수들. 쓰자니 확실한 결론이 안났고, 안 쓰자니 언제까지 미확정 상태가 이어질 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움직인 KBO, 보도 하루 만에 경위서, 사실확인서 전수조사

해당 보도가 터진 당일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 빠르게 진상파악에 나섰다.

KBO는 31일 오전 '30일 경기 종료 직후부터 개별 조사를 시작했고, 31일 오전 9시 총재, 사무총장 및 관련 부서 담당자가 참석해 관련 회의를 진행 했다'고 밝혔다. '각 선수들에게 경위서를 제출 받고, 그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 한 후 국가대표 운영규정에 어긋남이 있다면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O는 만 하루가 지나지 않은 31일 오후 경위서 관련 중간 발표를 했다. '3개 팀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고, 3개 팀이 포함된 9개 팀에 사실 확인서 제출을 요청했다'며 '3개팀 경위서는 제기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9개팀 사실 확인서는 소속 대표 선수들에게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이었다'고 부연했다.

대표팀 선수가 없었던 한화이글스를 제외한 9개 전 구단 대표팀 차출 선수에 대해 음주 사실 여부를 확인 받는 전수조사를 벌인 것이다. 보도의 중심이었던 3명의 소속팀에는 경위서를 요구했다.

각 구단은 적극 협조했다.

우선, 9개 구단 소속 대표팀 선수에 대한 면담을 통해 확인서를 제출했다.

KBO는 사실확인서와 관련, '3명을 제외한 선수들은 대회공식기간 3월 13일 중국전 전까지 유흥업소 출입 사실이 없다고 사실 확인서를 통해 밝혔다'고 알렸다.

해당 3명의 소속팀은 추가로 경위서를 제출했다.

KBO는 경위서 관련 '3명의 선수는 대회기간 동안 경기가 있는 전날 밤, 스낵바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날(7일)과 휴식일 전날(10일) 해당 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있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KBO는 '경위서를 면밀히 검토해,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전날 절대 안갔다" 룸살롱 아닌 스낵바, 엇갈리는 진술과 최초 보도

문제는 지금 부터다.

보도 내용과 경위서 내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사건의 중대성을 가늠할 시간과 장소에 대한 팩트가 서로 엇갈린다.

해당 선수들은 음주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경기 전날 밤은 스낵바에 가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선수들은 "도쿄로 이동한 날인 7일과 휴식일 전날인 10일 해당 업소에 갔다"고 진술했다. 대표팀의 2라운드 진출 명운이 걸렸던 호주전은 9일 낮경기, 일본전은 10일 밤경기로 열렸다.

대표팀은 호주전 이틀 전인 7일에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했다. 일본전을 마친 다음날인 11일은 휴식일이었다.

진술이 사실이라면 최초 보도와는 상당한 팩트 차이가 있다.

해당 매체는 30일 한 유투브 채널 방송의 폭로를 근거로 추가 취재를 통해 3명의 투수를 포함, 호주전 전날인 8일 밤부터 일본전이 끝난 10일 밤~11일 새벽까지 사흘 내내 한국 선수들이 도쿄 아카사카의 고급 룸살롱에서 음주를 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첫날 4명, 둘째 날 3명, 셋째 날 2명의 한국 선수들이 이 술집을 찾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적시했다.

▶엇갈리는 주장→중대한 팩트 차이→정밀 확인 불가피, 속전속결 결론은 불가능

대표팀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경기 전날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면 엄청난 도덕적 해이이자 용서받기 힘든 일탈행위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보도의 비판도 그 부분에 집중됐다.

대표팀은 9일 호주전에서 최악의 경기력 속에 7대8로 패했다. 10일 일본전에서도 4대13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12일 체코전, 13일 중국전에서 승리했지만 조3위로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2라운드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거센 비난 속에 고개를 숙인채 귀국길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다음날 경기가 없는 날 밤, 오픈공간인 해당 업소에서 2시간 정도 머물렀다는 해당선수들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경중은 달라질 수 있다.

다음날 경기가 없는 날일지라도 국가를 대표해 출전한 중요한 대회 기간 동안 여종업원이 자리를 오가는 업소를 방문한 사실은 비난 받을 만한 행동이다. 다만 본분을 망각한 최악의 행동이라고 판단하기는 의견이 엇갈릴 여지가 있다.

구단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는 행여나 궁지에 몰린 선수들의 거짓 진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적절한 행동에 거짓 진술까지 드러나면 해당 선수는 향후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잘 아는 해당 구단들은 거짓 없는 진술을 요구했을 개연성이 크다.

진술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KBO의 철저한 팩트 조사는 불가피 해졌다. KBO는 징계위원회 개최 전에 철저하게 사실파악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전망.

미 결정 상태가 길어질 수록 구단들의 속앓이는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푸념 속에 고충이 묻어있다.

국가대표 운영 규정 13조 징계. 3.다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명시돼 있다.

징계를 내린다면 수위는 또 다른 고민거리다. 대표팀 선수에게 '품위 유지 위반' 일탈 조항을 준용해 징계한다면 대표팀 차출 금지나 혜택 일부 박탈 등이 돼야 한다. 하지만 실효적 징계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KBO도 각 구단도 난감해진 사건.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빠른 결론 도출이 중요해졌다. 현재로선 그것이 최선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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