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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1승7패' 도전은 OK, 하지만…더 험난해진 '1순위' 영건들의 현실 [SC초점]

김영록 기자

입력 2023-01-26 11:08

수정 2023-01-2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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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1승7패' 도전은 OK, 하지만…더 험난해진 '1순위' 영건…
롯데 김진욱.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고교 최고의 투수라는 찬사를 받으며 프로에 입성했다. 연차는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다.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21)과 서준원(23)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강도높은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호주프로야구(ABL) 질롱코리아에 도전했다.

질롱코리아는 숙식은 제공하지만, 별도의 연봉은 없다. 짧은 비시즌 기간 휴식 대신 스스로를 더 갈고 닦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선택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언감생심이지만, 나이 제한이 있는 항저우아시안게임(AG)을 노크할만한 위치에 있다. 불태울 가치가 있는 겨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호주리그의 레벨은 편차가 크다. 마이너리그 싱글A부터 트리플A 수준의 선수들이 혼재되어 있다는 평가. '유망주 군단'인데다, 연합팀의 특성상 호흡이나 연계 플레이, 짜임새있는 타격에도 한계가 있다. 수준 이상의 어려움이 있는 무대다.

이를 감안해도 아쉬움이 크다. 서준원의 노력은 쪽 빠진 살에서 드러난다. 아이 아빠의 책임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질롱에서 10경기 34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4패 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45를 기록했다. 2차례 퀄리티스타트(QS)가 위안이긴 하지만, 마냥 웃긴 어렵다.

김진욱은 더 처참하다. 김진욱은 4경기 모두 선발로 출격, 16이닝을 소화하며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7.31이었다.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경기도 5이닝에 그쳤다. 호주로 넘어가자마자 경기부터 출전한 서준원과 달리 한국에서 휴식시간을 가졌고, 호주에서도 3주가량 컨디션 관리를 거쳤음을 감안하면 속상함이 더 커진다.

두 선수 모두 호주리그 피OPS가 0.8을 넘는다. 서준원(0.836) 상대로 호주리그의 타자들은 평균적으로 문보경 오재일급 성적을 냈다. 김진욱(0.863) 상대로는 한유섬 양의지였다.

김진욱은 2021년 2차 1라운드, 서준원은 2019년 1차지명이다. 두 선수 모두 당해 신인 드래프트를 대표하는 넘버원 투수로 꼽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재능덩어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두 투수의 가치 중 상당부분이 '나이'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입단 당시의 엄청난 기대치를 현실화시키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미필이다.

서준원은 KBO리그 4시즌 동안 48번의 선발 등판 포함 123경기 318⅔이닝을 소화했지만, 통산 15승23패 5홀드 평균자책점 5.56에 불과하다. 김진욱은 53경기(선발 17) 92⅓이닝, 6승11패 8홀드 평균자책점 6.43이다. 두 선수 모두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지만, 길게 유지하지 못했다.

김진욱과 서준원의 호주행은 올시즌 선발투수 후보를 다투는 경쟁의 일환이기도 했다. 지난해 이인복과 나균안이 좋은 활약을 펼친 데다, FA로 한현희가 영입되면서 선발의 문은 더욱 좁아졌다. 경쟁에서 밀릴 경우 김진욱은 좌완 불펜, 서준원은 대체선발 겸 롱맨 활용이 유력하다.

호주리그는 이들에겐 시험의 무대였다. 성적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서준원은 구속을 낮추고 제구와 변화구에 초점을 맞췄다. 김진욱은 투구 밸런스와 릴리스포인트에 집중했다. 얼마나 그 가치를 실현했느냐가 관건이다. 결과는 스프링캠프, 그리고 올해 정규시즌에서 드러날 것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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