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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리포트]'짝짝이' 이어 '징'까지 등장한 롯데 벤치, 연패 탈출 '신상 효과 톡톡'

박상경 기자

입력 2020-09-2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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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이' 이어 '징'까지 등장한 롯데 벤치, 연패 탈출 '신상 효과 톡…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코로나 시대의 야구장 분위기는 썰렁하다.



'역대급' 순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지만, 좀처럼 흥이 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 탓. 관중 입장이 가능했다면 지금의 순위 싸움이 침체됐던 야구 열기에 불을 붙이고도 남을 것이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관중의 함성을 먹고 힘을 내야 할 각 팀 벤치도 선수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22일 부산 사직구장. 1루측 롯데 자이언츠 더그아웃엔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징'이 등장했다.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또 주머니를 털었다. 이날 열린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한 스트레일리는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 한켠에 '신상'인 징을 가져다 놓았다. 홈런 내지 안타를 치고 들어오는 타자들이 개선장군처럼 징을 경쾌하게 울려보라는 의미였다.

스트레일리의 아이디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명 '짝짝이'로 불리는 클래퍼를 30개나 구입해 더그아웃에 가져다 놓았다. 짝짝이를 흔들며 서로 좋은 기운을 나누자는 의미였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허문회 감독 및 코치진까지 '짝짝이 응원' 대열에 합류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치기 시작했는데, 짝짝이를 집중해서 치려고 하다 보면 잡념이 빨리 잊혀지는 것 같다.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는 2회말 이병규가 솔로포로 '징 신고식'을 치렀다. 4회말에는 우월 솔로포를 친 전준우가 후발 주자로 나섰다. 스트레일리는 홈을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전준우 앞에 서서 징 채를 내밀었고, 전준우는 경쾌하게 징을 울리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6회말 롯데 타선은 KT 마운드를 두들겨 대거 6점을 쓸어 담으며 일찌감치 승리를 완성했다.

20일 NC 다이노스와의 안방 더블헤더를 모두 내주며 침체됐던 롯데 더그아웃 분위기는 이날 8대0 쾌승으로 완벽하게 살아났다. 스트레일리가 내놓은 '신상'은 첫 날부터 완벽하게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그는 마운드에서 7이닝 1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스트레일리는 경기 후 "더그아웃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고자 했다. 외국에서 비슷한 악기를 본 적이 있는데 징이 한국의 전통 악기이고, 내가 구매한 게 유명한 장인이 만든 것이라고 하더라"며 "처음 징을 준비한 날부터 홈런이 두 개나 나왔다. 채를 잡고 선수들을 기다리는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만 이날 이후 '징 치기'의 특권은 홈런 타자들에게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흥을 돋우기 위한 퍼포먼스가 자칫 상대 벤치를 자극할 수도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롯데 측의 판단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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