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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히어로]역경을 전화위복으로 삼은 정찬헌, "지금은 선발투수가 맞는 옷인 것 같다"

정현석 기자

입력 2020-06-04 21:55

수정 2020-06-0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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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전화위복으로 삼은 정찬헌, "지금은 선발투수가 맞는 옷인 것 같다…
시즌 2승을 완벽투로 장식한 정찬헌. 경기 후 감회 어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투수 정찬헌(30)이 인생투를 펼치며 연패 탈출의 선봉에 섰다.



정찬헌은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3안타 11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11탈삼진은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이다.

승리하면 지난 27일 한화전에서 신인 시절인 2008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선발승으로 시즌 첫승을 따낸 이후 2경기 연속 선발승이다.

감회 어린 결과였다. 데뷔 이듬해 부터 10년 넘게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베테랑 선수. 수술 이후 서른의 나이에 선발로 복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찬헌에게는 믿을 구석이 있었다. 다양한 레퍼토리였다.

"사실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불펜으로 간다는게 복잡한 마음이긴 했다"고 과거를 회상한 정찬헌은 "힘으로 눌러야 하는 마무리와 여러 레퍼토리로 타자를 요리해야 하는 선발은 극과극으로 다르다. 140㎞ 후반을 던지던 때는 마무리가 맞았지만, 스피드가 떨어진 지금은 선발이 맞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바로 그 다양한 레퍼토리가 빛을 발했다. 정찬헌은 이날 패스트볼, 커브, 포크볼, 슬라이더 등 현란한 변화구를 섞어 삼성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초반 부터 커브가 좋았다"고 비결을 설명한 정찬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스플리터와 커브 비율을 높였고 상황에 따라 포심과 투심으로 타이밍을 빼앗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 타선은 정찬헌의 공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채 끌려갔다.

그 사이 LG타선이 폭발했다. 4회까지 선발 전원안타를 날리며 14안타로 11점을 뽑으며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정찬헌은 11-0으로 크게 앞선 8회부터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적지 않은 나이에 큰 수술은 정찬헌에게 도전이었다. 이미 그는 2016년 4월 경추(목뼈) 수술을 받고 454일 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한 적도 있다. 두번째 큰 수술. 야구 인생이 끝나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정찬헌은 가족의 힘으로 극복했다.

"첫승을 했을 때 와이프가 정말 많이 기뻐했어요.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아요. 늘 편안하게 해주고 욕심내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제가 편안하게 야구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아프지 않고 야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찬헌은 감사할 일이 많은 요즘이다. 구체적 수치 목표도 없다.

"그저 80점이라도 꾸준하게 지금처럼 야구할 수 었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숨도 못 쉴 정도였는데 그래도 요즘은 던지고 나면 투구로 인한 근육통 정도만 느껴지는게 몸상태가 좋아졌음을 느껴요."

아내의 배려 속에 큰 어려움을 딛고 LG 선발 마운드의 중심으로 우뚝 선 정찬헌. 그가 야구인생의 제2막을 활짝 열었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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