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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타임머신] 양준혁에서 강백호까지, '나만의 타격폼' 열전

허상욱 기자

입력 2020-03-3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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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준혁에서 강백호까지, '나만의 타격폼' 열전


[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흔들 타법, 만세 타법, 외다리 타법...' 선수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타격자세를 가지고 있다. KBO 리그를 수놓았던 선수들의 타격자세 중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폼들이 있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한번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타자들에게 타격 폼은 자신만의 타이밍을 찾기 위한 생존법이다. 다른 타자에게서 볼 수 없는 나만의 독보적인 타격자세와 루틴을 선보였던 선수들의 모습을 모아봤다.



'오리궁둥이' 타법으로 유명한 해태 김성한은 프로야구 원년, 타자였지만 투수로도 활약해 '3할 타자-10승 투수'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올렸다. 하체를 뒤로 빼면서 배트를 뒤로 눕혀 들고, 투수를 노려보며 타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모습은 영락없는 오리 궁둥이였다.

롯데의 4번타자 였던 김민호는 '자갈치 타법'으로 유명했다. 배트를 아래로 내렸다 올리며 타이밍을 잡았던 독특한 타격자세와 늘 타석에서 질겅질겅 껌을 씹는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1984년 롯데에 입단한 김민호는 1996년 은퇴까지 13년간 통산 1207경기 타율 0.278, 홈런 106개를 기록하며 1984년과 1992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작은 몸집에 근성으로 똘똘 뭉친 '탱크' 박정태의 흔들타법, 박정태는 왼손을 배트에서 떼고 다리와 몸을 흔들거리며 타이밍을 맞춰 스윙을 하는 '흔들타법'을 선보였다. 1991년부터 2004년까지 롯데에서 뛴 박정태는 통산 타율 0.296을 기록했고, 한 때 최다였던 31연속 경기 안타도 달성했다. 2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5차례나 수상해 이 부문 최다 수상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삼성에서 활약한 훌리오 프랑코는 독특한 타격폼에 가장 무거운 배트를 사용했던 정교한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한국나이로 40세였고 132경기 타율 0.327 22홈런 110타점을 기록했다. 프랑코는 전성기 시절 빅리그에서도 알아주는 타격 기계로 MLB 통산 타율 0.301 141홈런 981타점을 기록했다. 삼성과 이별한 뒤 다시 빅리그에 복귀해 좋은 활약을 펼치다 2008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야구교과서에도 실려 있지 않은 '만세 타법'의 창시자 양준혁, 양준혁은 타격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톡특한 폼이 트레이드마크다. 그에 따르면 만세타법의 핵심은 오른팔 힘의 극대화에 있다고. 타구를 걷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임팩트 순간은 물론 이후 과정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하늘 높이 팔을 올리는데 이때 왼팔이 함께 하늘로 뻗쳐야 제대로 공에 힘이 실린다는 것. 평범한 내야 땅볼 타구를 치고도 '전력질주'를 선보이며 달리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국내에서 루틴이 가장 긴 선수는 박한이였다. 헬멧을 벗어 냄새를 맡고 장갑을 다시 조이는 일련의 행동들로 루틴 최장시간 기록자(?)로 기억된다. 과거 김응용 감독이 박한이의 루틴을 금지하자 성적이 떨어졌고, 다시 허락하자 회복했다는 일화가 있다.

'검객'을 연상케 하는 김태완의 타격폼, 방망이 끝을 투수 쪽으로 겨누는 것은 김태완 특유의 타격폼이었다. '한화 미래의 10년을 책임질 타자'로 불렸던 김태완은 2008, 2009년 각각 23홈런, 2010년 15홈런을 때려내며 거포 가능성을 증명했다. 한화에서 11년간 뛰었던 김태완은 2016년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2019 시즌을 앞두고 은퇴했다.

이용규는 오른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가 돌려 나오며 타이밍을 잡는다. 타격시 오른발을 들어 홈플레이트쪽으로 끌어온 뒤 앞으로 반원을 그리며 내딛는 특유의 타격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어느덧 팀의 최고참이 된 이용규는 올시즌 한화의 가을야구를 위해 달리고 있다.

극단적인 오픈스탠스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타격을 하는 이대형. 발이 빠른 이대형은 선두타자로 나서 출루에 신경을 써야 하는 타자다. 그러기에 파워는 좀 떨어져도 방망이 콘택트 능력을 높여 안타를 만들어내야 한다. 일명 '침대타법'은 2014년 FA로 KIA로 이적하면서 우연히 창안해낸 타격폼으로, 그해 타율 0.323을 쳤고, KT로 이적한 첫해 타율 0.302로 활약했다.

많은 야구선수들이 이대형의 '침대타법'을 흉내 내곤 했다. 시타에 나선 연예인들도 따라할 정도 였다. 이대형의 KIA 시절, 덕아웃에서 만난 이진영이 타격폼을 따라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은 이대형의 타격폼을 따라하는 이진영과 유한준의 모습

그라운드에 선 박석민의 모습은 그의 별명인 '개그맨'을 떠올리게 한다. 박석민은 타격 루틴에서 꼭 방망이를 몇 번 돌린다. 또 헛스윙을 하면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턴처럼 한 바퀴를 돌기도 한다. 스윙 뒤 팽그르르 도는 이른바 '트리플 악셀' 동작은 박석민의 전매특허다.

2013년 삼성 시절에는 몸을 핑그르르 돌리며 홈런을 때려내 '트리플악셀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세워냈다. NC 이적 첫 해인 2016 시즌 박석민은 타율 0.307 32홈런 104타점을 기록하며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정성훈은 타격 준비 자세부터 특이했다. 배트를 들고 서있다 공이 오면 왼 다리를 오른편으로 끌어당긴 뒤 힘차게 내딛으면서 배트를 돌린다. 마치 투수가 공을 뿌릴 때 나오는 키킹 동작을 보는 듯 하다. 그리고 발을 내딛으면서 순간적으로 무게 중심을 앞으로 가져와 배트에 힘을 싣는다. 빠른 배트 스피드가 뒷받침된 임팩트 시 중심을 확실히 싣는 정성훈 만의 타법이다.

불 필요한 동작을 최대한 줄인 서건창의 타격폼은 심플함이 장점이다. 두 발의 스탠스를 최대한 좁혀서 두 다리를 거의 붙이고 서서, 세운 방망이를 최대한 몸쪽으로 붙이고 있다가 빠르게 감아 돌린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타격폼을 장착한 서건창은 2014시즌 201안타를 쳐내며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세웠다.

강백호는 데뷔 당시부터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스윙과 장타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오픈스탠드에 무릎을 허리까지 올리는 레그킥을 선보인다. 프로 입단 후 외야수로 활약하고 있는 강백호는 지난해 정규시즌 한차례, 투수로도 마운드에 올라 강속구를 선보였고 올시즌 1루 포지션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야구천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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