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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양현종 "골든글러브? 20승 투수 린드블럼이…"

정현석 기자

입력 2019-12-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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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양현종 "골든글러브? 20승 투수 린드블럼이…"
2019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이 5일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열렸다. 올해의 기록상을 수상한 KIA 양현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2.05/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5일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이었다.



'올해의 기록상'을 수상한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은 구단 직원과 향후 시상식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문제는 9일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스케줄로 인해 참석이 곤란했다.

구단 직원은 살짝 난감해 했다. MVP 조쉬 린드블럼의 수상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 하지만 세상일 100%는 없는 법이다. 혹시 모를 이변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했다.

마침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필자가 거들고 나섰다. '결과는 아직 모르는 거 않느냐. 아직 투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골든글러브 투표 마감 시한은 다음날인 6일 오후 5시였다. 마감이 임박해 투표하는 투표인단도 제법 많다.

게다가 5일은 마침 두산 베어스가 해외진출 의지가 확고한 린드블럼의 보유권을 파격적으로 풀어준 날. 더 이상 KBO리그에서 뛰지 않을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다. 막판 투표인단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한 변수였다. 게다가 양현종은 올시즌 골든글러브를 수상해도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눈에 확 띄는 지표는 린드블럼이 화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세부적 측면을 고려하면 양현종의 기록 역시 최고 투수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우선 양현종은 최근 선발 투수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는 평균자책점 1위다. 2.29로 린드블럼(2.50)을 압도했다. 린드블럼이 단 한번도 기록하지 못한 완봉승도 2차례나 된다. 선발 등판이 29경기로 린드블럼(30경기)보다 1경기 적지만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는 나란히 22경기로 같다. 4경기 중 3경기 꼴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셈.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는 14경기로 린드블럼(12경기)을 압도했다. 등판한 절반은 7이닝 3실점 이내로 틀어막았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양현종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린드블럼은 드넓은 잠실구장을 썼다. 스스로 "올시즌 외야에서 불어오는 역풍이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로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게다가 우승팀 두산 야수들의 공-수에 걸친 활발한 지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반면, 양현종은 잠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구장을 홈 그라운드로 썼지만 피홈런은 6개로 린드블럼(13홈런)보다 적었다. 잠실구장과 두산 야수 팩터를 감안하면 양현종과 린드블럼의 실질적 평균자책점 차이는 0.21 보다 차이가 더 난다고 봐야 한다. 실제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 역시 양현종이 2.63으로 린드블럼(2.87)을 앞섰다. 게다가 선수의 독보적 가치를 평가하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 양현종은 7.35로 투수 중 1위에 올랐다. 린드블럼은 6.86으로 2위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여러가지 악재로 집중하기 힘들었던 시즌 초 3,4월 부진(6경기 5패 8.01)이 없었다면 양현종은 실질 가치 뿐 아니라 보이는 성적에 있어서도 린드블럼을 훌쩍 넘어섰을 것이다.

과거 골든글러브나 MVP 등 투표 과정에는 소위 '국뽕' 오차가 있었다. 누가 봐도 외국인 선수가 월등한데 토종선수에게 표심이 쏠렸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오히려 토종 선수 옹호 투표를 부끄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일반화 됐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눈에 보이는 단순 성적이 좋은 외국인 선수에게 표가 몰리는 현상도 흔해졌다.

화려함에서 뒤지지만 여러 이면적 요소까지 꼼꼼하게 따져보면 양현종은 올시즌 린드블럼에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이에 대한 가치 판단 기준은 각 투표권자 개개인의 몫이다.

당사자 양현종은 쿨하게 경쟁 선수의 수상을 점쳤다. "린드블럼이 받아야죠. 20승 투수인데요."

양현종의 시선은 이미 내년 시즌을 향해 있다. 최고의 피칭으로 팀 부활에 앞장선 뒤 당당하게 해외진출을 선언할 예정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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