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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이대호 회장의 '조건부 수용' 발언, 오해와 진실

박상경 기자

입력 2019-12-04 07:00

이대호 회장의 '조건부 수용' 발언, 오해와 진실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FA 제도 개선안을 둘러싼 구단-선수 간 줄다리기가 '연봉총액상한(샐러리캡)'이라는 새로운 이슈로 번지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2019 정기총회 투표를 거쳐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의 제도 개선안을 '조건부 수용'하기로 했다. 이대호 선수협회장은 '샐러리캡 구체화'가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날 KBO 이사회가 '일괄타결'을 전제로 제시한 제도 개선안에 선수협이 투표로 찬성했음에도 조건부 수용하겠다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대호 선수협회장이 샐러리캡 문제를 전면에 들고나온 부분을 두고 선수협이 KBO 측과 샐러리캡 협상에서 합의점에 다다르지 못할 경우, FA 등급제 등 제도 개선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수협 구성원인 선수들이 더 많은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집행부가 나서서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는게 민의에 어긋나는 행동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선수협 정기총회에 참석했던 야구계 관계자는 "샐러리캡 제도가 개선안 찬반 투표의 전제 조건은 아니었다. KBO 이사회가 제안한 제도 개선안 전체에 대한 찬성-반대를 묻는 투표였다"고 밝혔다. 결국 FA 등급제와 외국인 출전 엔트리 확대, 육성형 선수 도입은 선수협이 투표를 통해 찬성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함께 포함된 샐러리캡 도입도 원칙적으로는 찬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대호 선수협회장은 왜 '조건부 수용'이라는 단어를 꺼냈을까. 이 관계자는 "샐러리캡 도입과 FA 취득 기간 단축 시행 여부가 맞물린 부분이 요점"이라고 지적했다.

KBO 이사회는 2022년 샐러리캡 시행을 전제로 2021시즌 종료 후 고졸(9년→8년), 대졸(8년→7년) 차등 적용되는 'FA 취득 기간 단축'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상한액을 절대 넘겨선 안되는 '하드 샐러리캡' 또는 사치세 부과 등 예외규정을 두는 '소프트 샐러리캡'인지, 구체적인 샐러리캡 구간 등에 대한 조건은 제시하지 않았다. 선수협 입장에선 단순히 '시행'에만 맞춰진 샐러리캡 제안을 덜컥 받아들일 경우, 뒤따를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2일 투표를 앞두고 열린 설명회에서도 대부분의 선수가 구체적 샐러리캡 시행 방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FA 취득 기간 단축이라는 '열매'를 따기 위해선 샐러리캡을 포함한 FA 등급제 등 제도 개선안을 받아들이지만,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줄다리기를 펼치겠다는게 이대호 선수협회장이 밝힌 '조건부 수용'의 핵심이다. 합의했지만, 샐러리캡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FA 취득기간 단축안을 받지 않겠다는 그림이다.

때문에 KBO의 고민도 적지 않은 눈치다. 이사회에서 샐러리캡 시행을 제도 개선안에 담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내용을 담지 않은 채 FA 취득 기간 단축 조건이 연동되면서 어떻게든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KBO 10개 구단의 연봉 총액은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벌써 일부 구단에선 샐러리캡 도입 시 일정 금액 이상을 무조건 써야 하는 '의무소비율'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씀씀이가 적은 구단은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연봉 총액 상위 구단들이 샐러리캡을 이유로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고, 나머지 구단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투자를 줄이는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KBO는 이달 중순 이후로 예정된 워크숍 및 내달 실행위원회를 통해 샐러리캡의 틀을 잡을 계획이지만, 어떤 안을 만드느냐에 따라 새로운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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