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2019 정기총회 투표를 거쳐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의 제도 개선안을 '조건부 수용'하기로 했다. 이대호 선수협회장은 '샐러리캡 구체화'가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날 KBO 이사회가 '일괄타결'을 전제로 제시한 제도 개선안에 선수협이 투표로 찬성했음에도 조건부 수용하겠다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대호 선수협회장이 샐러리캡 문제를 전면에 들고나온 부분을 두고 선수협이 KBO 측과 샐러리캡 협상에서 합의점에 다다르지 못할 경우, FA 등급제 등 제도 개선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수협 구성원인 선수들이 더 많은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집행부가 나서서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는게 민의에 어긋나는 행동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선수협 정기총회에 참석했던 야구계 관계자는 "샐러리캡 제도가 개선안 찬반 투표의 전제 조건은 아니었다. KBO 이사회가 제안한 제도 개선안 전체에 대한 찬성-반대를 묻는 투표였다"고 밝혔다. 결국 FA 등급제와 외국인 출전 엔트리 확대, 육성형 선수 도입은 선수협이 투표를 통해 찬성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함께 포함된 샐러리캡 도입도 원칙적으로는 찬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대호 선수협회장은 왜 '조건부 수용'이라는 단어를 꺼냈을까. 이 관계자는 "샐러리캡 도입과 FA 취득 기간 단축 시행 여부가 맞물린 부분이 요점"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KBO의 고민도 적지 않은 눈치다. 이사회에서 샐러리캡 시행을 제도 개선안에 담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내용을 담지 않은 채 FA 취득 기간 단축 조건이 연동되면서 어떻게든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KBO 10개 구단의 연봉 총액은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벌써 일부 구단에선 샐러리캡 도입 시 일정 금액 이상을 무조건 써야 하는 '의무소비율'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씀씀이가 적은 구단은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연봉 총액 상위 구단들이 샐러리캡을 이유로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고, 나머지 구단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투자를 줄이는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KBO는 이달 중순 이후로 예정된 워크숍 및 내달 실행위원회를 통해 샐러리캡의 틀을 잡을 계획이지만, 어떤 안을 만드느냐에 따라 새로운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