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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결실 맺지 못한 김경문 '믿음의 야구 시즌2', 대안마련이 먼저다

정현석 기자

입력 2019-11-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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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 맺지 못한 김경문 '믿음의 야구 시즌2', 대안마련이 먼저다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3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루 한국 박병호가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1.15/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승엽은 해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그는 준결승 일본전에서 결정적 홈런포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로부터 11년 후, 박병호는 끝내 고개를 떨궜다.

17일 막을 내린 프리미어12에서 마지막 결승전까지 침묵했다. 한국은 준우승에 그쳤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 김경문 감독의 굳건한 믿음 속에 대회를 치렀다. 하지만 결과는 상이했다. 이승엽의 드라마틱한 반전이 기쁨의 눈물을 낳았다면, 박병호의 침묵은 아쉬움이었다.

결과 차이가 다른 반응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팀과 김경문 감독의 선택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야구는 결과의 스포츠다. 경우의 수는 많다. 게다가 타격은 배트라는 도구까지 쓴다.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 그만큼 머리는 더 아프다. 그래서일까. 유독 미신적 요소도 많은 곳이 바로 야구판이다. 징크스도 많다.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쉽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의 압박 속에서 결국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바로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때론 영광을, 때론 책임을 남긴다. 그래서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티켓+준우승'이란 수확 속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변명하지 않았다. 선수 탓도 하지 않았다. 아쉬움의 책임은 사령탑인 자신이 떠안고 가야할 몫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사람'을 중시하는 지도자다. 기술이나 트렌드 보다는 사람 자체를 더 중요시 한다. 자부심이 곧 에너지의 원천이란 생각을 한다. 특히 '대한민국 4번'의 자부심을 꺾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자다.

결과가 아쉬웠다고 해서 모든 선택이 폄하 돼서는 곤란하다.

2008년과 2019년의 상황은 달랐다. 선수층의 차이가 있었다. 2008년만 해도 대안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딱히 대안이 없었다. 양현종-김광현의 원투펀치를 대체할 투수는 없었다. 이들이 무너지면 한국 선발진은 끝이었다. 가뜩이나 김광현 마저 결승전에 등판할 수 없는 컨디션이었다. 박병호의 4번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김재환 최 정 양의지 등 4번을 대체할 만한 선수들 모두 썩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박병호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구를 4번에 세웠어야 했을까.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최지만(탬파베이)의 제외를 아쉬워 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패'가 될 수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실제 최지만 카드가 있었다면 김 감독의 선택은 달라졌을 것이다.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잔뼈가 굵은 김경문 감독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사람, 선수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지만 오랜 세월 속에 상황에 따른 유연함이 가미됐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김 감독님이 달라지셨다"고 말할 정도였다. 뚝심에 유연성을 가미했다는 뜻이었다.

얼핏 11년 전 '믿음의 야구 시즌2'의 상이한 결과 차이 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은 전혀 달랐다. 이번 대회의 경우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었다. 결과를 논하기 이전에 한국야구의 수준과 선수층에 대한 진단이 우선이다. 과연 한국야구는 이대로 괜찮은걸까. 그 근본적 물음에 대한 답이 없이 '한국야구 현실의 상징'인 대표팀의 결과만을 탓하는 건 가혹한 책임 떠넘기기일지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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