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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인]리빌딩이란 틀에 갇혀버린 9위 한화

박재호 기자

입력 2019-06-19 16:41

수정 2019-06-20 07:05

리빌딩이란 틀에 갇혀버린 9위 한화
2019 KBO 리그 키움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김태균과 선수들이 키움에 6대9패배를 확정짓고 관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6.16/

한화 이글스가 추락하고 있다. 19일 7연패를 당하며 속절없이 9위까지 내려앉았다. 5월까지만 해도 6위는 어렵잖게 지킬 태세였는데 투타 모든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한화는 지금 리빌딩이란 틀에 갇힌 모양새다. 새롭게 팀을 개조하겠다며 호기롭게 들어올렸던 리빌딩 깃발은 지난해 11년만의 가을야구(정규시즌 3위)를 정점으로 급격하게 동력을 잃고 있다.

리빌딩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플랜, 철저한 준비가 동반돼야 한다. 리빌딩은 단순하게 투자를 줄이고 내부 육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필요한 곳에는 더 큰 정성도 쏟을 줄 알아야 한다. 한화는 치밀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성적은 곤두박질 치고 팬들은 떨어져 나가고, 구단의 장기 비전에도 큰 생채기가 나고 말았다.

한화의 가장 큰 문제는 매우 옅은 선수층이다. 즐비한 고참들과 몇몇 신인들 외에 허리급 선수층이 턱없이 부족하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 돼야 한다. 전력축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이어야 한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25)이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접자 주전포수 최재훈(30)이 더 외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팀 체질개선은 여전히 더딘 상태다. 김태균 이성열 송광민 정근우 등 3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주축이다보니 부상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돼 있다. 한화는 3년째 내부 캐치프레이즈로 '주전급 뎁스 강화'를 외치고 있다.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정작 2군에서 주전급 선수들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고졸 신인인 노시환 변우혁 유장혁이 동시에 선발출전했다. 뭔가 변화를 주고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한용덕 감독의 의도가 깔려 있었지만 반대로 한화의 선수부족, 무주공산 현실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화의 리빌딩 노선은 큰 틀에서는 맞다. 수년간 단발성 성과를 위해 근시안적으로 선수 모으기 투자를 했다. 일단 방향성을 잃어버리자 오랜기간 백약이 무효였다. 지난해 한용덕 감독과 구단은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고 이는 꽤 먹혔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장기적인 성장 툴이 마련된 것은 아니었다. 여러 행운도 따라줬다.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은 최고의 용병이었다. 한화 출신 외국인 최다승을 올린 키버스 샘슨(13승8패, 탈삼진왕)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1년만에 외국인 선수의 팀내 기여는 뚝 떨어진 상태다.

무작정 요행을 바라고 시작한 2019시즌은 반짝 요소가 사라지니 가혹할만치 힘겹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리빌딩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지난해 3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어린 선수들이 좀더 성장해야 전력이 안정된다. 기다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은 자칫 제2의 암흑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고졸 2년차에 주전으로 발돋움한 정은원을 성공케이스로 강조하지만 돌려말하면 정은원을 제외하면 될성부른 떡잎조차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베테랑들의 팽배한 팀내 불만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리겠다는 기조를 세운다고 해도 베테랑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스킬도 필요한 법이다. 구단과 한용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공정한 기회를 주장하며 단호한 태도지만 이를 바라보는 상당수 고참 선수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모든 팀들이 팀내 불만을 안고 시즌을 치른다. 이를 조정하고 다독이는 것은 사실 야구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이를 통해 더그아웃 분위기와 팀워크를 향상시킬 수 있다. 선수가 스스로 하는 것과 마지못해 따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한화의 인위적인 선수단 무게중심 옮기기는 상당한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팀전력에 큰 마이너스였다. 사실 리빌딩의 필수덕목은 기회에서 소외되는 고참 선수들의 기량을 얼마만큼, 또 얼마나 길게 효율적으로 뽑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신구조화 없이는 페넌트레이스를 건강하게 치러낼 수가 없다. 젊은 선수들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하기 힘들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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