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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대형 FA 놓친 원소속팀 차후공개 베팅액, 얼마나 믿을만한가

박재호 기자

입력 2018-12-13 15:27

대형 FA 놓친 원소속팀 차후공개 베팅액, 얼마나 믿을만한가
2018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0일 열렸다.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상을 받은 양의지가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양의지는 다음날 NC 다이노스와 계약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2.10/

FA 최대어 양의지는 4년 125억원에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발표 한 시간여 뒤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는 양의지를 잡기 위해 옵션 포함 4년 120억원을 제시했음을 밝혔다. 표면적인 차이는 5억원. 두산 관계자는 지난달말 "10억원 이상 차이나지 않으면 양의지는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결과는 5억원 차이로 이적.



대어급 FA를 놓친 뒤 원소속팀이 자신들의 협상과정, 특히 제시액을 뒤늦게 밝히는 행위.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선수라면 예외없이 이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디어에 슬쩍 흘리거나 구단에서 직접 입장문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버스 떠난 뒤 손 흔든다'는 비아냥을 듣지만 선수를 지키지 못한 입장에서 '우리도 할만큼 했다'는 항변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이면계약, 뒷돈계약, 축소발표 금지다. 투명계약이 아니면 강력한 제재(벌금 10억원+1차지명권 박탈)를 받는다.

지난해까지는 숨겨진 계약과 옵션 등으로 인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2016년말 차우찬은 LG와 발표액 4년 9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 직후 삼성 라이온즈 구단 관계자는 "삼성은 차우찬에게 '100억+알파'에 2년후 해외진출이라는 조건까지 걸었다"고 강조했다. 일부 삼성 팬들 사이에선 '삼성도 할만큼 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4년말 장원준은 두산과 4년 84억원에 계약했다.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는 4년 88억원을 제시했음을 강조했다. 더 적은 돈을 주는 팀으로의 이적. 옵션 규모 외에 6년 계약설이 퍼지는 계기가 됐다. 이 외에도 정근우, 정우람 등 대어급 FA의 이적 후에는 원소속팀의 볼멘 소리는 매번 나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원소속팀과 이적팀의 조건은 큰 차이가 없다. 일부 팬들은 의아해 한다.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하고, 정든 팬들을 떠나야 하고,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 대가치고는 적다. 섭섭한 마음이 절로 든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치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선수가 느끼는 실속은 큰 차이가 난다. 원소속팀과 이적팀의 협상 진행속도는 전자에 비해 후자가 훨씬 빠르다. 이적팀은 처음부터 최종액에 가까운 돈을 제시함으로써 선수들을 감동시킨다. 선수가 계약한 뒤 이구동성으로 "진정성을 느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무엇보다 원소속팀과 선수를 '빼앗아 오는' 이적팀의 협상 과정에서 선수의 마음이 떠나는 경우가 꽤 있다. FA협상에서 '탬퍼링(사전접촉)' 금지 조항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원소속팀은 단계별로 선수를 만난다. 첫 만남에서는 인사를 하고, 두 번째는 조심스럽게 계약기간, 몸값 얘기를 하는 식이다. 처음부터 가진 패를 까지 않는다. 단계별로 접점을 찾아가는 협상 방식이다. 선수 입장에선 다소 답답함을 느낀다.

이적팀은 훨씬 공격적이다. 주로 단장이 나서 선수나 에이전트와 적접 연락한 뒤 빠르게 몸값과 계약기간(이적의 경우 보통 4년)을 맞춰나간다. 이 과정에서 선수가 느끼는 협상 온도차는 크다. 원소속팀은 미지근하고, 이적팀은 뜨겁다.

두산이 양의지에게 제시한 총액 120억원은 최종 제시액이다. 처음에는 이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얘기가 오갔다. 또 두산은 10억원 전후의 옵션을 포함했다. 구단으로선 최소한의 안전장치지만 선수들은 이마저도 없으면 땡큐다. 충분히 달성 가능한 옵션이라해도 선수 입장에선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다. 예기치 않은 부상 위험도 있다. 어떻게든 옵션을 최소화하고 보장액을 높이려 한다. NC가 양의지에게 안긴 초대형 계약금(60억원)은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당근'이다. 이 역시 두산으로선 불가능한 협상 카드였다. 모든 조건에서 NC의 완승이었다.

NC 구단은 양의지를 영입한 뒤 '금액 측면에선 의견차가 크지 않았고, 돈만으로 양의지를 데려올 수 있었던 건 아니다. NC에 대한 양의지의 관심, 그리고 선수단 역할과 비전 등을 충분히 설명하며 설득했다'고 강조했다.

그럴싸한 표현이지만 본질은 돈과 투자 의지다. 두산과 두산팬에 대한 양의지의 로열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선수단내 역할이야 다를 게 뭐 있나. 양의지는 어딜가나 주전 포수, 상위 타선이다. 힘들다고 하면 두산에서도 지명타자는 가능하다.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속은 천양지차인 NC와 두산의 계약조건. 이것이 양의지의 창원행을 이끌어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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