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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간절했던 한화의 1승. 3연패만은 막고자 했던 이유

박재호 기자

입력 2018-10-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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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했던 한화의 1승. 3연패만은 막고자 했던 이유
2018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2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0.22/

한화 이글스가 극적인 승리로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잡아냈다. 3연패로 시리즈를 마감할 큰 위기를 넘겼다. 11년 하고도 11일만에 포스트시즌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한화의 가을 야구 1승에 대한 바람은 간절했다. 어떻게든 3연패만은 막고 싶었다. 가장 큰 이유는 긴 세월을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한화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1만3000명의 입장관중에게 작은 감사카드와 함께 장미꽃 한송이씩을 선물했다. 이글스 구단과 한화 그룹이 준비한 것이다. 4000만원의 비용은 한화 그룹이 전액 부담했다. 감사 카드에는 11년 동안 부진한 성적에도 잊지않고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 있었다.

11년만에 가을 야구라는 지상과제를 해결했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입장도 바뀐다. 몇몇 팬들은 한화 선수단과 한용덕 감독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할거냐'며 오히려 부담없이 가을 야구를즐기라고 하지만 어디 야구가 그런가. 막상 응원하는 팀이 지면 화가 나고, 감독의 작전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선수들에 대한 질타도 등장한다. 이는 야구를 보는 재미의 기본이고, 팬들의 고유 권리다. 한화 역시 오래 기다린 만큼 포스트시즌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컸다.

도전자의 심정으로 가을야구에 임하겠다는 한용덕 감독의 출사표에는 한화가 처한 현실 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측면도 담겨 있었다. 한화 구단 프런트도 "전력만 놓고보면 우리가 가을야구 진출팀 중 제일 아래"라고 겸손해 했다.

한화는 시즌 전체 득실률로 순위를 점쳐보는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은 8위에 불과하다. 실제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3위였다. 강력한 불펜이 박빙 승부에서 더 많은 승리를 가져다줬고, 한화 식구들 얘기대로 운도 따랐다. 붙박이 선발은 부족하고, 방망이도 허약하다.

무엇보다 11년만에 큰 무대를 경험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베테랑이나 신진급이나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웃으면서 가을야구를 즐기다 보면 정규시즌처럼 더 좋은 결과도 가능하다'는 것이 한 감독의 생각이었다.

1차전에서 13개의 잔루를 쏟아내며 2대3으로 진 뒤 한용덕 감독은 "질수 없는 경기를 졌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결국 2차전도 5대7로 무릎을 꿇었다. 한화 선수단은 배수의 진을 쳤다. 3차전을 앞두고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짐을 그대로 놔뒀다. 어떻게든 4차전까지 가겠다는 의지였다.

22일 고척 스카이돔 3루측 응원단을 가득 메운 한화팬들은 3차전 승리 뒤 기쁨에 겨워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가 보고 싶었던, 선물하고 싶었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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