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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스타 4인 VS 비스타 5인. 감독의 선수경력은 지도능력과는 무관하다

박재호 기자

입력 2018-10-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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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4인 VS 비스타 5인. 감독의 선수경력은 지도능력과는 무관하다
◇수비형 포수로 주전보다는 비주전 기간이 길었지만 '툭하면 한국시리즈행'인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9.26/

NC 다이노스가 전혀 예상못했던 감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동욱 수비코치(44)를 사령탑으로 승격시켰다. '마지막 남은 카리스카 사령탑'이라는 김경문 전 감독의 중도하차 이후 '친 프런트' 인사 가능성이 관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외국인 감독 선임설까지 흘린 NC였다. 선수 시절 무명이었던 이동욱 감독 선임은 그래서 더욱 놀랍다.



NC는 대외적으로는 '김경문 전 감독이 남긴 유산 승계', '내부 동요 최소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실질적으로는 수년간 체계적으로 쌓아올린 프런트 야구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프런트 야구가 됐든 현장 야구가 됐든 트렌드는 변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감소중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 트레이드, 선수단 구성, 신인 발굴 등 전력의 뼈대가 되는 모든 복잡다단한 행위에서 감독의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구단 결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감독은 사라지고 있다.

선수 시절 화려한 경력은 점차 감독 선임에 있어 후순위 고려사항으로 밀려나고 있다. 선수 경력과 지도능력과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한 야구인은 "코치 시절 보여준 리더십만 명확하다면 선수 시절 성적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방송 해설위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

KBO리그 10개구단 사령탑 중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4명 정도다. 100승을 달성한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 거포로 이름을 날린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 프렌차이즈 스타인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 고교야구부터 스타였던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

이들 외에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 김진욱 KT 위즈 감독은 수년간 주전으로 뛰었지만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1998년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최다안타 2위를 차지하고, 김진욱 감독 역시 10승 반열에 올라서며 통산 53승을 따냈지만 이름을 각인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과 이동욱 NC 감독은 주전으로 뛴 적이 아예 없다.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이번 가을야구를 끝으로 미국으로 돌아간다. 후임으로 염경엽 SK 단장이 유력한 상황. 염 단장도 고교-대학 시절까지는 최고 내야수였지만 프로 성적은 초라하다.

스타 감독은 카리스마가 있고, 비 스타 감독은 반대일거라는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오히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 정설이다. 수비형 포수였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수 시절 12시즌 동안 통산홈런은 9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팀타율 3할이 넘는 두산의 주축 타자들에게 타격법을 지도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레슨 직후 거짓말처럼 적시타가 나올 때도 있다. 하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을 이끈 김경문 전 감독,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사령탑인 조범현 전 감독도 스타 출신이 아니다. 무명 출신이라도 행여 있을지 모를 얕잡아보는 주위 시선에 의연할 수 있다면 제2의 야구인생을 열수 있다.

문제는 구단의 이중적인 모습에 있다.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지우며 프런트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선수단 운영은 메이저리그식을 동경하지만 프런트는 여전히 '철밥통 인사'다.

비 스타 출신 감독을 영입해 팀성적이 원하는만큼 나오지 않으면 선수단 장악능력이 부족했다며 댕강 잘라 버린다. 구단 시스템과 장기비전 부재는 나몰라라 한다.

스타 감독을 데려와 성적이 나지 않으면 이번에는 스타출신이어서 선수들의 마음을 제대로 몰랐다며 버린다. 프런트는 짐짓 뒷짐지고 관망.

서서히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지금은 과도기다. 감독들의 힘이 점차 빠지는 것과 맞물려 프런트에 더욱 강한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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