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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결산③]기록으로 본 야구대표팀, 누가 국제용인가

이원만 기자

입력 2018-09-0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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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본 야구대표팀, 누가 국제용인가
2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 선발투수 양현종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6/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타깝게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팬들의 비판을 끝내 해소하지 못해 값진 성과가 제대로 축하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논란과는 상관없이 선수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 금메달은 이런 노력의 결정판이다. 그렇다면 기록면에서 누가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을까. 또 누가 저조했을까.

▶'잘했다 5인방'-양현종 임기영 박병호 이정후 황재균

냉정히 말하면, 아시안게임에서 선수의 개별 성적을 따지는 게 큰 의미는 없다. 출전국의 기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향후 프리미어 12, 2020 도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 성적이 앞으로 이어질 국제대회의 표본 자료가 될 수도 있다.

투수 파트에서는 에이스 양현종이 으뜸이다. 첫 경기 대만전(6이닝 2실점)과 마지막 결승 일본전(6이닝 무실점)에 선발로 나와 임무를 완수했다. 비록 실투 하나와 타선 지원부족으로 대만전 패전투수가 됐지만, 총 12이닝 2실점으로 1.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결승전 승리투수다.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도 뛰어났다. 슈퍼라운드 2차전 중국전 선발을 포함 2경기에서 7⅓이닝으로 대표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이닝를 소화했다. 그러면서도 평균자책점은 1.23에 그쳤다.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다른 투수들도 대부분 기록은 좋은 편이었다. 대만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부담스러운 상대가 없던 덕분.

타선에서는 4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며 우승에 쐐기를 박은 박병호를 우선 칭찬해야 한다. 1차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홍콩전부터 홈런포를 가동하더니 슈퍼라운드 1, 2차전에 이어 결승전까지 매 경기 홈런을 때렸다. '대한민국 4번 타자'의 위엄을 확인시켜줬다.

이번에는 막내였지만, 다음에는 '주인공' 자리를 예약한 외야수 이정후도 대단했다. 이정후는 전 경기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4타수 10안타, 타율 4할1푼7리에 2홈런, 7타점을 마크했다. 팀내 최다안타를 쳤다. 수비에서도 중견수와 우익수를 오가며 정확하고 폭 넓은 수비력을 과시했다.

마지막으로 황재균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대회 개막에 앞서 추가로 합류했다. 그러나 하위타선에서 홈런을 펑펑 쳐냈다. 박병호와 나란히 팀내 공동 1위(4홈런)에 오르며 하위 타순에서 힘을 보탰다. 예선 2차전 인도네시아전 때는 장염과 고열 증세에 시달려 빠진 김하성을 대신해 유격수 역할도 잘 해냈다.

▶'아쉬웠어 4총사'-김현수 손아섭 양의지 임찬규

주장 김현수의 타격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면은 있다. 주장으로서 여러 논란의 중심이 된 대표팀 선수들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 가는 데 힘이 빠졌을 수 있다. 다른 선수들 보다 몇 배나 더 큰 부담감을 떠안는 게 주장이다. 이번에는 6경기에서 타율 1할5푼, 1타점에 그쳤으나 워낙 기량이 뛰어난 만큼 다음 대표팀에서는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손아섭도 마찬가지다. 손아섭은 초반 4경기에서 13타수 연속 무안타에 시달리다 슈퍼라운드 2차전인 중국전에서 3안타를 치며 부활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타수 무안타. 악바리 근성이 강한 손아섭은 부진 탈출을 위해 이를 악물었으나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주전포수 양의지도 공격적인 면과 도루 저지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타율 2할5푼(16타수 4안타)으로 KBO리그 타격 2위답지 못했다. 그러나 어차피 단기전 포수는 투수리드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 와중에도 2할5푼이면, 그렇게 부진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대만, 일본전에서 도루를 깔끔하게 막아내지 못한 게 조금은 더 아쉬운 부분이다.

투수 파트에서는 홍콩전 선발로 나온 임찬규가 2% 아쉬웠다. 그는 이날 4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4안타 8탈삼진으로 2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은 4.50이었다. 그래도 결국 한국은 홍콩을 이겼고 슈퍼라운드에 올랐다. 임찬규에 대해서는 '부진'이라는 표현이 안 어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워낙 다른 투수들이 다 잘해서 상대적으로 저조해 보인다.

▶그리고 오지환

잘 했다고 하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못했다고 할 수도 없다. 팀내 입지만큼이나 아주 애매한 기록을 남긴 채 말 없이 아시안게임을 마쳤다. 교체 멤버로 3경기에 나와 2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오지환이 남긴 전부다. 특별히 두드러진 활약도 없었고, 그렇다고 치명적인 실책을 하지도 않았다. 워낙 뭘 해볼 기회가 없던 케이스다.

사실 단기전 국제대회 때는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해 활약도가 떨어진 선수들이 종종 나온다.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하필 그것이 '오지환'이기에 더 관심이 집중된다. 악재도 있었다. 예선 라운드 시작 직후 김하성 정우람과 마찬가지로 장염과 고열 증세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건 일시적 현상이었다. 김하성과 정우람은 오래 지나지 않아 건강을 회복해 경기에 나왔다.

오지환을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방치한 건 결국 선동열 감독이다. 그렇게 큰 논란과 파문을 일으키면서까지 대표팀에 합류시켜놓고 정작 경기 막판에 승부와 크게 상관없는 상황애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딱 3번 썼다. 감독의 속내, 그리고 오지환의 심경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둘 중 누구도 이에 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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