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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베테랑 박한이는 시간과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민창기 기자

입력 2018-07-23 11:59

수정 2018-07-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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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베테랑 박한이는 시간과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불혹을 앞둔 39세 프로야구 선수. 드물기도 하지만 경기력을 기준으로 보면, 환영받기도 어렵다. 아무리 지난 시간이 화려했다고 해도, 프로 선수는 누적 기록이 아닌 현재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연차가 쌓일수록 관록이 붙는다고 해도, 배트 스피드는 떨어지고, 잔부상은 늘고, 체력 부담은 커져 노쇠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1979년 생 베테랑 외야수 박한이도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부상에 발목이 잡혀 17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대기록을 놓쳤고, 후배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백업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부상이 아닌 타격 부진으로 두 차례 2군으로 내려갔다. 계속해서 입지가 좁아지고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듯 했는데, 박한이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지난 주말 박한이는 두 차례, 마음껏 포효했다. 21~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이틀 연속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21일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 9회초 대수비로 들어간 박한이가 첫 타석에 섰다. 올 시즌 네 차례 만루 찬스에서 무안타에 삼진 2개, 병살타까지 때렸기에 부담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상대 좌완 김범수가 던진 빠른 공을 받아쳐 경기를 끝냈다. 22일에도 데자뷔처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4-4로 맞선 9회말 무사 1,2루, 상대 투수는 최강 마무리 정우람이었다.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는 KBO리그 사상 두 번째다. 물론, 박한이 야구 인생에서 첫 경험이다.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때린 상대 투수가 모두 좌완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올 시즌 박한이는 좌투수 상대 타율이 4할3푼2리(37타수 16안타), 우투수 상대로 2할9리(129타수 27안타)를 기록했다.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는 통념을 깬 성적이다. 박한이는 "사실 좌투수를 상대할 때 마음이 더 편하다. 첫날 김범수를 상대할 때 어떻게든 끝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타석에 들어갔다. 끝내기 안타를 때린 직후 흘러내리는 땀을 보고 운게 아니냐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땀이었다"고 했다.

23일 현재 69경기(선발 54경기, 교체 15경기)에서 타율 2할8푼3리(198타수 56안타), 4홈런, 27타점, 출루율 3할6푼3리, 장타율 4할9리. 전성기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7월 들어 페이스가 다소 떨어져 월간 타율이 2할대 초반이다. 그러나 박한이는 제한된 기회에서 분명하게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다시 한번 세 자릿수 안타에 도전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박한이는 "기회가 된다면 지난해 끊긴 100안타를 노려보고 싶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가 100안타에 가까워질수록 팀 타선도 강해질 것이다.

지난 5월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박한이는 '입단했을 때 몇살까지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라는 질문에 "사실 (프로 초기에는)그런 생각을 못했다. 2001년 첫해엔 죽어라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보니 10년이 훌쩍 흘렀다. 고참이 되고 어느 순간 여러분이 '꾸준함의 대명사'라고 얘기를 해주시더라"고 했다. 지난해 주춤했던 꾸준함이 올해는 조금 다른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롯데 자이언츠와 전반기 마지막 3연전 스윕을 포함해 3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7월 8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지난 10경기에서 8승2패, 가파른 상승세다. 박한이가 후반기 대약진을 노리고 있는 라이온즈 타선에 힘이 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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