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만의 Why not?]프로야구 감독의 권위 그리고 '왕좌의 게임'

프로야구 감독은 해군 제독,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남자의 3대 최고 직업' 이라는 말이 있다. 세 직업의 공통점이 있다. 오랜 경력과 깊은 지식, 미래에 대한 비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가지. 그 자리에 올랐을 때 막강하면서도 '유일한' 권위를 갖게 된다. 누구도 권위를 침범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생각해보자. 오케스트라 연주 중에 갑자기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벌떡 일어나 지휘를 한다면 어떨까. 또 한창 목표점을 향해 순항 중인 함선에서 부함장이 방향키를 잡겠다고 나서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야구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권위가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침해하려는 행위는 있어선 안되고, 혹여 조금이라도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책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권력의 유혹'은 종종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넘버 원' 감독이 아닌 코치가 자신의 직위와 그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를 착각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직책간의 위계질서가 명확한 프로야구판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KBO리그 역사를 돌아봐도 이런 문제 때문에 시즌 중에 갑작기 보직이 바뀌거나, 2군에 내려가거나, 아예 팀을 떠나는 코치들이 적지 않았다. 마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처럼, 권력의 정점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와 응징의 스토리가 KBO리그에도 적지 않았다.

올해 초반에도 수도권 A팀의 B수석코치가 갑작스레 2군 발령을 받았다. 감독의 지시 사항을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하면서 팀내 지휘체계에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잠시 몸살을 겪었지만, 이후 A팀은 한층 더 단단한 팀워크를 만들었다. B코치의 커리어와 역량이 아깝긴 하지만 , 당연한 결정이었다는 게 야구계의 평가였다.

물론 이런 사례들 중에서는 다소 억울한 케이스도 있다. 감독이 코치들의 사소한 행동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거나 확대 해석한 경우도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나중에 오해가 풀려 당사자들이 다시 한 팀에서 뭉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팀 융화에 문제를 일으킨 해당 코치는 다른 야구인들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점점 잊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