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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 신재영을 살린 두 명의 조력자와 하나의 비밀병기

이원만 기자

입력 2018-07-22 11:25

수정 2018-07-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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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을 살린 두 명의 조력자와 하나의 비밀병기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넥센이 11대5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넥센 선수들의 모습.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6.08/

"싱커 왜 안 던지나? 이번엔 던져라."



에이스처럼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한 넥센 히어로즈 신재영의 호투 뒤에는 두 명의 조력자와 하나의 비밀 무기가 있었다. 그는 2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6안타(2홈런) 2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따냈다. 올 시즌 신재영의 가장 좋은 투구였다. 올해 처음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을 달성했다. 이전까지 올해 신재영이 가장 길게 던진 건 6이닝이었다.

후반기에 들어서야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신재영 스스로 발전을 위한 연구와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포수 김재현과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 그리고 싱커가 있어기에 가능했다.

▶같이 고민해준 김재현

20일 밤. 창원 원정숙소에서 신재영은 김재현과 한 방에 모였다. 두 사람은 다음 날인 21일 NC전 선발 배터리로 예고된 상태. 호텔 방에 마주 앉은 둘은 NC 경기 분석 자료 등을 가지고 토론했다. '어떻게 하면 NC 타자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을까'가 주제였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다음 날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재현이 신재영의 고민을 함께 짊어져 준 건 이뿐 만이 아니다. 21일 경기에서 신재영은 경기 초반 연거푸 홈런을 허용했다. 1회 노진혁, 2회 박석민. 문제는 홈런을 허용한 구종이 모두 슬라이더였다는 데 있다. 슬라이더는 신재영의 '밥줄'이다. 체인지업을 봉인하면서까지 공을 들인 변화구다. 이게 맞아나가니 신재영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김재현이 단순하지만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저쪽에서 슬라이더를 노리는 것 같으니까 승부는 직구로 하죠." 신재영은 "그 말이 큰 힘이 됐다. 그 덕분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홈런 두 방 이후 신재영은 7회까지 더 이상 점수를 주지 않았다.

▶비밀 병기 : 싱커

신재영은 지난 6월 9일부터 25일까지 2군에 머무는 동안 결단을 내렸다. '이제 안되는 것에 매달리지 말자. 체인지업은 그만하자.' 투구 밸런스에 나쁜 영향만 끼치고 상대 타자들에게만 좋았던 체인지업을 봉인했다. 그리고 직구와 슬라이더에 더 공을 들였다.

이런 와중에 조금씩 준비한 비밀 무기가 있었다. 싱킹 패스트볼, 싱커였다. 슬라이더 보다 스피드는 조금 더 빠르고, 변화 각은 좁다. 그러나 변화 포인트가 슬라이더 보다 더 타자 앞쪽에 있다. 그래서 범타 유도를 이끌어내기 쉽다.

사실 싱커를 연습하기 시작한 지 괘 됐다. 캐치볼을 하다가 싱커 그립으로 공을 던져봤는데 의외로 각이 좋았다. 그래서 실전 사용에 대비해 조금씩, 은밀히 준비했다. 신재영의 싱커에 가장 주목한 건 나이트 투수코치다. 나이트 코치는 늘 신재영에게 싱커를 실전에서도 던지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신재영은 이 공을 잘 던지지 않았다. 아직 '실전용'이라는 확신이 덜 들었기 때문이다.

▶확신을 심어준 나이트 코치

나이트 코치가 강력히 주문했다. "싱커 던져라." 결정적인 순간에서 나온 단호한 주문이었다. 6-2로 앞선 7회말 1사 1,2루. 전날 8회말 재역전을 당한 충격이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시점이었다. 적시타를 내주면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다. 당연히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교체도 예상됐다.

그러나 나이트 코치는 신재영에게 "왜 싱커 안 던져? 이번엔 던져봐. 점수 줘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라는 말만 남기고 벤치로 돌아갔다. 신재영은 "코치님이 걱정 말라고 하셔서 싱커를 던졌다. 그랬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권희동에게 던진 싱커는 땅볼 타구가 돼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됐다. 신재영은 "기본적으로 직구-슬라이더 패턴이지만, 이렇게 가끔 양념용으로 싱커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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