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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한용덕 한화감독이 꿈꿨던 반격의 시간이 도래했다

박재호 기자

입력 2018-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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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한화감독이 꿈꿨던 반격의 시간이 도래했다
2018 KBO리그 한화와 kt의 경기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가 8대1의 승리를 거뒀다. 한용덕 감독이 호잉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7.17/

한화는 17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8대1로 이겼다. 경기후 한용덕 한화 감독은 "팬들이 염원하는 가을야구에 진출하겠다"고 했다. 11년만의 도전이지만 지금 한화 입장에서 단순 가을야구는 뭔가 아쉬운 목표다. 1차 목표인 셈이다.



2위 한화는 17일 현재 90경기를 치렀다. 53승37패(승률 0.589), 5할 승률 마진 '+16'. 남은 경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감독은 올시즌 내내 단기 목표를 5할 승률이라고 했다. 말을 아끼고 싶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가을야구에 실패한 한화의 행보를 알기에 손에 쥐기 전까진 웅크리겠다고 했다. 매경기 앞만보고 달리다 보면 목표에 도달해 있지 않겠나 라고도 했다.

그리고 전반기 내내 욕심을 내는 것은 역효과라고 했다. 결과는 매번 5할 승률 이상. 한 감독은 '반전' ,'기대 이상'이라며 그저 놀랍다고만 했다. 그리고 '아직'이라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진격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른바 반격의 필수조건. 첫 번째는 선발진 안정, 두 번째는 베스트 라인업의 완성이었다. 묘하게 후반기 시작과 함께 한 감독이 구상했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후반기 한화는 소극적인 '수성'이 아닌 적극적인 '공성'을 꿈꾸고 있다. 전반기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이정도면 됐다, 지금도 충분하다'는 주위 칭찬은 한 감독이 개막전 미디어 데이에서 언급했던 '도전과 모험'의 의미를 다 담지 못한다.

한화의 지난 넉 달은 선입견, 고정관념과의 싸움이었다. 4월 약진은 '촌사람 마라톤'으로 폄하됐다. 5월 기적(월간 승률 1위)은 전력의 150%라는 주위의 칭찬을 빙자한 비아냥으로 채워졌다. 자신의 것이 아닌 덤 50%는 언제든지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6월과 7월, 여름의 꿋꿋함도 의구심을 떨쳐내진 못했다. 왜? 한화니까.

전력의 한 요소만 흔들려도 크게 보였고, 주전들의 줄부상은 치명타로 치부됐다. 하지만 강경학 정은원 김민하 등 백업멤버들이 어려운 시기를 넘는데 힘을 보탰다. 그렇게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전반기를 마쳤다.

한화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새로운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헤일을 영입했다. 헤일이 2015년 대체선수 에스밀 로저스(A급)가 될지, 2016년 대체선수 에릭 서캠프(C급)가 될 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2018년 한화'는 2015년이나 2016년 한화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이다. 이미 한화의 견고한 수비는 전염처럼 전 포지션으로 번졌다. 제라드 호잉으로 시작된 외야 수비는 수비가 좋은 양성우가 좌익수로 나서지 않더라도 큰 구멍이 생기지 않는다. 혼돈의 포지션이라고 했던 1루 역시 이성열이 미트를 끼나, 김태균이 끼나 별반 차이가 없다.

내야수비는 최근 수년간을 통틀어 가장 탄탄하다. 하주석-강경학 키스톤과 3루수 송광민의 수비는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수비는 투수의 갑옷이다. 치명상을 입어도 수비가 강하면 투수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한화는 역전승 1위(31차례, 역전승 2위는 넥센 히어로즈 25차례)팀이다. 선발이 약하고 불펜이 강하니 당연한 현상. 하지만 역전승은 전력만으론 안된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필수다. 경기 중반, 후반에도 한화 더그아웃에선 좀처럼 한숨이 새어나오지 않는다. 이제 패배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헤일은 로저스나, 서캠프보다 훨씬 나은 팀의 유니폼을 입는 셈이다.

주말이면 정근우도 돌아온다. 조만간 두달 가까이 한화 선수들 모자에 새겨졌던 숫자 3개(52 김태균, 28 양성우, 8 정근우)는 모두 지워진다. 정근우는 본업인 2루 외에 외야 수비도 겸한다. 현시점 강경학은 리그 정상급 2루수다. 정근우의 합류는 타선에 역동성과 일부 주전에게 휴식을 제공할 것이다. 이른바 한 감독이 꿈꿨던 베스트 라인업 현실화.

지키려고만 하면 목표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위를 추구하다보면 적어도 현상 유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화는 2게임 차 뒤진 3위 SK 와이번스의 추격을 받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최선의 수비 전략은 공격이다. 2위 수성보다는 1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6게임)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것이 최고의 전술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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