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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의 마지막 안타와 박용택의 2319안타

노재형 기자

입력 2018-06-23 19:03

양준혁의 마지막 안타와 박용택의 2319안타
2010년 7월 1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이 9회말 끝내기 2루타를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기록의 값어치는 넘어섰을 때 주목받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진짜 값진 기록은 깨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바로 그 기록이다.



LG 트윈스 박용택은 23일 잠실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양준혁이 가지고 있던 2318안타를 넘어섰다. 통산 3000안타가 목표라고 밝힌 박용택에게 야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마 통산 2319번째 안타를 날린 이날 4회말 타석일 것이다.

박용택은 앞으로 몇 년은 더 현역으로 뛸 수 있다. 즉 그가 안타를 칠 때마다 최다안타 기록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숫자로 바뀌게 된다. 박용택은 언제, 어디서 그의 마지막 안타를 치게 될까. 3000안타를 바라본다고 했으니, 그의 마지막 안타는 앞으로 5~6년 뒤 보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양준혁의 마지막 안타는 어땠을까. 그가 2005년 6월 2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통산 1772안타를 날려 장종훈의 기록을 넘어서는 순간, 그리고 2007년 6월 9일 잠실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KBO리그 최초의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던 순간을 많은 팬들은 기억한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안타 장면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2318번째 안타를 칠 때 그게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억에 담았을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준혁의 마지막 안타는 기록만큼이나 짜릿했다. 그의 2318번째 안타는 2010년 7월 1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게임에서 나왔다. 양준혁은 6-6 동점이던 9회말 1사 1,2루서 대타로 출전해 상대투수 이정훈으로부터 좌측으로 끝내기 2루타를 날리며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안타를 날린 뒤 양준혁은 1루를 돌아 2루까지 전력 질주해 단타가 아닌 2루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그냥 1루만 통과해도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양준혁은 보란 듯 2루까지 힘껏 내달리며 후배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준혁은 이후 8경기에 더 나섰지만, 안타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9월 19일 대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렀다. 대타로 가끔 타석에 들어섰던 당시 양준혁의 개인통산 마지막 안타는 '레전드'로 기억될 만하다. 그리고 정확히 2914일 만에 박용택이 새로운 레전드가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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