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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사랑했던 고 구본무 회장, 28년의 그라운드 추억

박재호 기자

입력 2018-05-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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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사랑했던 고 구본무 회장, 28년의 그라운드 추억
2018 KBO리그 한화와 LG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LG 선수단이 故 구본무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근조 리본을 붙인채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5.20/

구본무 LG 그룹 회장이 20일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지난해 4월 뇌종양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았고, 최근 상태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었다. 1945년 경남 진주 출생인 고인은 LG의 창업자인 고 연암 구인회 회장의 장손이다. 1995년 그룹 회장에 취임해 그룹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꿔 글로벌 브랜드로 이끈 존경받는 기업인이었다.



재계 뿐만 아니라 야구계도 큰 충격을 받았다. 고인의 평소 야구사랑은 극진했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LG 트윈스 야구단 구단주로 야구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1990년 창단 첫 해 우승, 1994년 두 번째 우승을 함께하며 아낌없는 투자로 1990년대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 전성기를 열었다. 또 선진야구 도입에도 적극적이었다.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LG 트윈스전에서는 양팀 모두 앰프를 사용한 응원, 치어리더 응원을 하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애도차원에서였다. LG 트윈스는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부착해 조의를 표했다. 경기 전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고인에 대한 고마운 기억을 떠올렸다. 이 위원은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하자마자 구본무 회장께서 선수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해 주셨다. LG가 가장 먼저 당시 1200만원에 머물러 있던 선수들의 최저연봉을 인상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다른 구단으로 확산됐다. 늘 투자에 아낌이 없으셨다. 야구인들에겐 참 고마우신 분이다. 일흔 셋이면 아직 한창이신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고인은 1990년 MBC 청룡 인수를 주도했다. LG 트윈스 구단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MBC 청룡 인수를 강하게 주장하셔서 지금의 LG 트윈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야구에 대한 사랑이 깊으신 분이셨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 뿐만 아니라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전 KBO 총재), 구본준 LG그룹 부회장(현 LG 트윈스 구단주) 등 삼형제의 야구 사랑은 각별했다. 구본능 회장은 KBO 총재 중에서 야구발전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했던 총재 중 한명이었다. 자주 형님(구본무 회장)의 야구 사랑과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의 야구사랑 일화 중 유명한 사건 두 가지가 있다. 1995년 스프링캠프 선수단 회식에서 세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 같이 나눠 마시자며 기념주를 내놨다. 또 3년 뒤인 1998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 뒤 MVP에게 선물하겠다며 초고가 시계를 쾌척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술은 LG 트윈스의 이천 챔피언스파크(2군 구장)에 보관돼 있다. 시계 또한 금고에 보관중이다.

구본무 회장은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LG 트윈스 구단주를 맡은 뒤엔 야구장에 나오지 않았다. 구단주인 동생에 대한 배려였다. 하지만 LG 트윈스와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을 끊은 것이 아니었다. 최근까지 매경기 결과를 보고 받았고, LG 트윈스의 선전을 응원했다고 한다.

구본무 회장의 장례는 고인과 가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소규모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들은 조문, 조화도 정중히 사양했다. 이날 잠실경기에 앞서 따로 추모 의식이 없었고, LG 트윈스 선수단도 경기 후 조문을 하지 않았다. 트윈스는 이날 한화에 6대2로 이겼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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