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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아픔, 한화 스프링캠프에 감도는 묘한 긴장감

박재호 기자

입력 2018-02-10 09:10

10년 아픔, 한화 스프링캠프에 감도는 묘한 긴장감
한화 이글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9일 선수들이 베이스러닝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올해도 한화 이글스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중이다. 자주 간 곳이지만 분위기는 해마다 달랐다. 사령탑의 야구철학이 같을 수 없었고, 적극적인 투자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적도 있었다.



한화는 지난 10년 동안 매번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강산이 바뀔만큼의 긴 세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올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가을야구를 언급하지만 그 뒤에 꼭 붙는 말이 있다.

"약속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는 결과로 보여줘야한다."

절박함이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장기적인 팀 리빌딩을 시작했지만 올시즌을 허송세월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뭔가 실마리를 풀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인 가을야구를 품을 수 있다. 팬들께는 참 면목이 없다. 10년 동안 같은 말만 반복했다. 한번 더 믿어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기도 송구스럽다"고 했다. 주장 최진행은 "선수들이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가을은 정말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우 투수 코치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마음이다. 가을야구를 제쳐놓고 이룰 그 어떤 목표도 있을 수 없다.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한화 이글스는 시도 안 해본 것이 없었다. 김인식 김응용 한대화 김성근 등 당대 최고 사령탑을 모셨다. 2013년부터 3년간은 FA시장에서 큰 손으로 활약하며 대대적인 투자도 했다. 한화는 지난 2년간 선수단 연봉 1위팀이었다. 외국인 선수도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윌린 로사리오 등 현역 메이저리거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한 뒤 돌고 돌아 한용덕 장종훈 송진우 등 이글스 레전드 코칭스태프 중심으로 팀을 재구성했다.

한화가 지금까지 리빌딩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기전 장기적인 팀리빌딩을 선언하고 제2 창단을 기획하기도 했다. 유망주 발굴과 내부 육성은 세상에 없던 전략이 아니다.

수년전에는 이글스 출신 코치들이 너무 현실에 안주해 팀을 해친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 이글스 출신 코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훈련이 적고 나태하다는 비난도 날아들었다. 김성근 감독 시절 지옥훈련을 많은 이들이 반긴 이유다. 하지만 또 가을야구에 실패하자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부상 도미노 원인 중 하나로 지옥훈련, 그중에서도 지나친 기술훈련이 도마에 올랐다.

올해부터 훈련 방식을 통째를 바꿨다. 기술 훈련 시간을 줄이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 근지구력 훈련시간을 대폭 늘렸다. 또 많은 부분을 선수들 자율에 맡기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화는 선수단 휴식일에도 야수조, 투수조로 나눠 훈련을 했다. 선수들에게는 사실상 반쪽 짜리 휴식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완전 휴식을 지시했다. 선수들은 사흘 훈련 뒤 하루 휴식을 취할 때면 삼삼오오 모여 쇼핑도 하고 관광도 하면서 재충전을 했다.

한화 내부에는 지금 10년 이라는 숫자가 주는 큰 압박감이 존재한다. 야간 자율훈련은 프런트나 코칭스태프가 언급한 적이 없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한화 내부에선 모두가 말을 아낀다. 아픔의 시간이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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