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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강민호'와 '롯데 강민호', 골든글러브는 누가 받아야할까

이원만 기자

입력 2017-12-14 09:12

'삼성 강민호'와 '롯데 강민호', 골든글러브는 누가 받아야할까
2017시즌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가리는 '2017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강민호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삼성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2.13/

2017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롯데의 강민호'가 받아야 할까, '삼성의 강민호'가 받아야 할까.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프로야구의 한 시즌을 정리하는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다.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뽑아 영예의 '황금 장갑'을 안긴다. 이건 해당 선수가 그 포지션에서 최고였다는 뜻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팀에도 골든글러브를 받는다는 건 대단한 영광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2017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각 포지션별 최고선수들이 호명됐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올 시즌 KBO리그를 담당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등 미디어 관계자들이 온라인 투표를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전에 수상자가 FA 이적이나 트레이드로 소속팀을 바꿀 경우, 수상자의 소속팀 표기 문제다. 과거 소속팀이 아니라 새로운 팀의 소속으로 표기하고 있다.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늘 벌어졌던 일이지만, 그간 누구도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일례로 올해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수상자는 강민호였다. 그는 총 득표수 211, 득표율 59.1%로 경쟁자들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2위 양의지(두산)는 19%(68표)에 그쳤다. 이날 시상식 사회자는 강민호에 대해 "삼성 소속으로 올해 처음 나온 골든글러브 수상자"라고 했다.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 선수인 건 맞다. 그는 지난달 21일 삼성과 4년-80억원에 FA 계약을 맺으며 친정팀 롯데를 떠났다. 그래서 이날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삼성 강민호'로 표기됐고, 삼성은 강민호 덕분에 올해 유일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강민호는 올해 130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5리에 22홈런 68타점, 도루저지율 0.304, 수비율 0.989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그런데 강민호의 이같은 성적은 모두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일궈낸 기록이다. 강민호 혼자 한 게 아니라 자이언츠의 일원으로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면 '2017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수상자'는 '삼성 강민호'라기 보다는 '롯데 강민호'라고 불러야 맞을 것이다. 또한 골든글러브 수상자 배출의 영광도 삼성이 아닌 롯데에 돌아가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KBO는 어떤 입장일까. KBO 관계자는 "수상자가 한 시즌 동안 성적을 만들어낸 원 소속팀으로 표기를 해줘야 된다는 의견은 예전에도 나온 적이 있다. FA나 트레이드로 소속팀이 바뀐 경우의 표기 문제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원칙과 규정이 있다. 선수 이적의 경우 KBO가 승인을 한 뒤에는 공식적으로 새 팀 소속이 되고, 이를 각 팀과 대중에 공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다시 예전 소속팀을 표기하는 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O 입장은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엉뚱한 소속팀으로 상을 받게 되는 촌극이 계속 벌어진다면 상의 권위 자체가 희석될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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