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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40대 선동열, 50대 선동열, 10년세월이 준 변화

박재호 기자

입력 2017-12-05 17:58

40대 선동열, 50대 선동열, 10년세월이 준 변화
선동열 감독, 이나바 야쓰노리 일본대표팀 감독, 진갑용 코치, 이정후. 왼쪽부터. 스포츠조선DB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본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10년이라는 세월은 많은 것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같은 곳, 같은 인물의 10여년전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시간의 흐름을 한층 절감하게 된다.

지난 11월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던 선동열 감독(54)은 도쿄돔에서도 서울 고척스카이돔 훈련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실전을 앞두고도 훈련 때와 마찬가지로 미소로 한일 미디어를 대했다.

하지만 11년전인 2006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했을 때의 선 감독은 이번과 달리 표정이 밝지 않았다. 선 감독은 경기전 덕아웃을 떠나 미디어가 다가갈 수 없는 외야 파울 그라운드 쪽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이번처럼 쉽게 말을 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감독으로서 느끼는 부담감은 클럽 팀으로 참가한 11년전의 아시아시리즈 보다 국가대표팀이 훨씬 클 것 같은데 11년 세월은 선 감독에게 여유를 선물한 듯 하다.

11년 전 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은 니혼햄 파이터스와 대만 라뉴 베어스에 패배하고 결승전 진출을 놓쳤다.그 때 니혼햄의 선수로 삼성을 상대로 선취 홈런을 때린 타자가 현재 일본대표팀의 감독인 이나바 야쓰노리(당시 34세)였다.

이나바 감독은 이전부터 미디어와 자연스런 대화를 많이 나누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으로 치른 첫 대회,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일본 미디어들은 "이나바 감독이라면 사전에 선발투수나 오더를 알려 줄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40대 이나바 감독의 긴장감.그것은 11년전 선 감독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이나바 감독이 11년 전 때린 홈런 구질은 삼성 선발투수 임동규가 던진 싱커였다. 포수가 요구한 바깥쪽이 아닌 가운데로 살짝 몰렸다. 그 때 삼성 포수 마스크는 이번 한국 대표팀의 진갑용 배터리 코치가 썼다. 좌타자인 이나바는 허리의 회전을 잘 이용해 우측 폴대쪽으로 공을 날려보냈다.

당시 이나바의 홈런에 대해 진갑용 코치에게 물어보니 그는 오른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켜며 "저쪽 파울 폴대였지"라며 웃었다. 11년이 지나도 그의 입담만은 변화가 없었다.

진갑용 코치에게 그 당시의 기록지를 보여주니 "좋은 멤버네"라고 말했다. 당시 삼성의 라인업은 박한이, 조동찬, 양준혁, 심정수, 박진만, 진갑용, 김한수, 박종호, 김종훈의 순. 삼성의 2년 연속 우승을 만든 사람들이다. 이중 박한이,조동찬 외에는 이미 은퇴했다. 김한수는 팀의 감독이 됐다. 새삼 세월을 느끼게 만든다.

11년 전과 입장이 완전히 바뀐 사람이 또 있다. 이정후(넥센 히어로즈, 19세)다. 그는 2006년 3월 아버지인 이종범 대표팀 코치가 출장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도쿄돔 관중석에서 봤다. "어느 좌석에 앉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도쿄돔 관중석을 둘러본 이정후. 11년만에 찾아온 도쿄돔. 관중석이 아닌 그라운드를 누비는 국가대표가 됐다.

이번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의 대표 선수들은 24세 이하가 중심이다. 10여년후 30대 중반이 된 그들과 어떤 모습으로 만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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