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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의기투합 한용덕 송진우 장종훈 "떠나보니 소중함 알았죠"

박재호 기자

입력 2017-11-1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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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투합 한용덕 송진우 장종훈 "떠나보니 소중함 알았죠"
◇미야자키 캠프에 모인 3인. 송진우 투수 코치, 한용덕 감독, 장종훈 수석코치. 미야자키=박재호 기자

돌고 돌아 다시 만났다. 3년 전 이런 저런 이유로 한화 이글스를 떠났던 레전드 삼총사. 120승을 거둔 한용덕(52)은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를 거쳐 한화 이글스 감독이 됐다. 210승(역대 최다승) 송진우(51)는 방송해설위원으로 바깥공기를 쐬다 투수 코치로 왔다. 90년대 최고 거포 장종훈(49)은 수석코치 겸 타격코치로 의기투합했다.



수년 전 한화의 암흑기가 깊어지자 이글스 순혈주의는 이른바 '적폐'로 몰렸다. 레전드 지도자들은 새로 부임한 사령탑들의 눈밖에 났다.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감독부터 주요 코치까지 모두 이글스 출신으로 채웠다. 팀의 장기비전 과업을 수행하려면 자기희생과 무한한 애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화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훈련중이다. 한용덕 감독은 타격 파트와 투수 파트를 분주히 오가고 있다. 전매특허인 송곳 배팅볼 솜씨도 여전하다. 송진우 코치와 장종훈 코치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 밝다. 18일 미야자키에는 새벽부터 오전까지 비가 내렸다. 그라운드 사정으로 연습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실내 훈련 위주로 진행됐다. 대담 형식을 취하려 했지만 셋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아재 수다 코너'가 됐다.

▶3년만에 복귀다

한용덕:팀을 떠나게 된 이유는 다 다르다. 시기적으로는 송진우 코치가 먼저 나갔다.

송진우:3년 전 미야자키 캠프 때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종훈:조금 있다가 나도 그만뒀다. 그때는 코치가 할 일이 없었다.

한용덕:단장 보좌역으로 용병을 보러 외국에 나가 있었는데,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여러가지 상황을 직감했고, 한국에 들어가서 그만두겠다고 했다.

▶팬들의 기대가 크다

(한용덕)설레는 마음, 기대, 걱정이 뒤섞여 있다. 타격은 장종훈 수석, 투수 파트는 송진우 코치에게 많은 부분을 맡길 것이다. 워낙 잘 하는 전문가들이다. 야구로 보면 나보다 더 잘하지 않았나. 나도 조금 했다고 할수 있지만 둘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책임감을 가지고 할 사람들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투타 전력에 대한 고민이 만만찮을 것 같다

(장종훈)우리의 홈런수와 장타율이 타점에 비해 뒤처지지는 않는다. 홈런은 올해 150개를 쳤다. 중간은 했다. 문제는 윌린 로사리오(37홈런)가 빠진다. 새로 오는 용병이 잘 해주리라 믿는다. 최진행 이성열에게도 기대를 건다. 김태균도 매년 20홈런은 충분하다.

(송진우)1위를 한 KIA 타이거즈나 꼴찌를 한 kt 위즈나 마운드는 항상 불안한 법이다. 한화 경기를 계속 보다보면 타자 쪽은 큰 문제가 없는데 투수쪽이 아쉬웠다. 투수들이 조금만 버텨주면 타자들도 힘이 난다.

투수들에게 최소한 나 자신을 놓지 말자고 했다. 3점 줄거 2점 주고, 5점 줄거 3점을 주면서 버티면 타자들이 힘을 낼 수 있다. 아무튼 부상 때문에 큰 일이다. 크고 작은 부상, 마음의 상처가 있다.

▶셋이 함께하는 지도자 생활은 처음인가

(송진우)1군에서 같이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니까 편하지만 부담도 된다. 위에서 하라는대로 하면 나는 편하다. 믿어주는 만큼 책임감도 커진다.

(한용덕)이렇게 함께 지도자 생활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돌고 돌아 다시 만나보니 소중한 것이 뭔지 깨닫고 있다.

▶1989년 빛바랜 사진 한 장에서 세분이 활짝 웃고 있다

(한용덕)그 사진은 송진우 코치가 보관하고 있었다

(송진우)같이 소주한잔 할 때 갑자기 생각나서 보여줬다. 그냥 가지고 있었다. 저때가 90년인가?

(장종훈)아니다 89년이다. 일본 프로야구 다이에 호크스 마무리캠프에 한화 선수 6명이 참가했다.

(한용덕)그 사진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더라. 보자마자 나에게 보내달라고 해서 휴대폰에 저장해뒀다. 사진 속에서는 다들 웃고 있지만 사실 저 때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때는 다들 20대 초반이었다. 한참 자기 것밖에 모를 때 아닌가. 우리는 뭉치는 과정에서 한번씩 좌절을 겪었다. 밖에서 다른 것도 해보고. 그래서인지 소중함을 안다. 떨어져 보니까 '아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1989년 가을이 선수인생에 전환점이었다고 들었다

(한용덕)사진만 봐도 다들 피부가 탱탱했다. 송진우 코치와 장종훈 수석코치는 여성팬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송진우)고교 때 전국대회 우승한 뒤에 팬레터를 하루에 400통을 받은 적이 있다. 어머님이 놀라셨다. 새소년, 하이틴 등 잡지에 기사가 실릴 때다. 난 스타일상 시골 촌놈이다. 어릴 때는 여자친구를 만드는데 큰 관심이 없었다.

(한용덕)나도 2년차 햇병아리였다. 이듬해 첫 두 자릿수 승수(13승)를 거뒀다. 소중한 캠프였다.

(송진우)그때 나는 신인이었다. 운동을 쉽게 생각할 때였는데 저 캠프를 통해 야구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꼈다. 러닝도 많이 했다. 기초체력의 중요성도 절감했다.

(장종훈)이듬해에 첫 홈런왕을 했으니 당시 마무리캠프가 참 소중했다. 포크볼의 존재도 그때 알았다. 저때만해도 일본야구와 한국야구의 격차가 상당했다. 당시 일본호텔에서 오리털 이불이 엄청 가볍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한화는 내부육성과 리빌딩을 선언했다. 내년 성적은 포기하는 건가

(한용덕)육성이라고는 하지만 성적을 버리면 안된다. 말도 안된다. 팬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성적이 나야 육성도 가능하고 자연스런 리빌딩도 이뤄진다. 나는 두 분 코치님들만 보고 가려 한다.(웃음)

(송진우)선수들한테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 우리 안에 무한한 에너지가 아직 남아있다고 했다.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잘 만든다면 설령 최악의 경우 성적이 원했던 만큼 나오지 않더라도 가능성을 볼 것이다. 반대로 성적이 좋아도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면 그 또한 문제다.

(장종훈)롯데 자이언츠에 있을 때 한화 경기를 봤다. 나쁘지 않았다. 중간계투로 송창식 권 혁 외에 젊은 선수들도 꽤 있다. 퀵후크가 개인적으론 아쉽다. 운영의 차이라고 본다. 송진우 코치님과 감독님이 잘 알아서 하실 것이다.

(송진우)투수는 지구력 싸움이다. 144경기를 치러야 한다. 선수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있는데 너무 빨리 바꾸고 경기초반부터 몸을 풀면 보이지 않는 소모가 커진다. 선수가 정작 힘을 써야할 때 힘을 모으지 못한다.

(한용덕)두산 베어스에 있을 때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다. 미리 불펜에서 몸을 풀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몸을 푸는 것은 안된다. 나와 송 코치 생각은 정확히 일치한다. 좋은 점은 우리는 지향 점이 같다. 오랫동안 같이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10년간 가을야굴 기다린 한화팬들에게 한마디씩

(한용덕)고뇌의 10년이었다. 팬들에게는 면목이 없다. 안 좋은 성적에도 끝임없는 사랑을 주셨다. 앞으로 밝은 10년, 20년을 기약하는 강팀의 초석을 놓고 싶다. 레전드들이 모였다. 잘 하겠다. 더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장종훈)밖에서 볼때도 우리팬분들이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두절미하고 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수 있는 우리 세사람이 모였다. 힘을 합쳐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송진우)1,2년이 아니라 앞으로 한화 이글스가 강팀으로 가게끔 준비를 잘 할것이다. 팬들없이는 야구 안된다. 부족한 것이 많지만 한발 한발 전진할 것이다.

▶후기

(장종훈)빙그레 시절 부활이라는 표현은 쓰면 안되나? 아무튼 그때처럼 강팀을 만들고 싶다. 선수로서 행복한 시절을 느껴봤다.

(한용덕)송진우 코치, 우승반지 몇 개? 1개? 나는 3개야. 다른 팀에서 받아온 것도 있지만 우승 많이 해본 사람이 여기 있으니 같이 잘 한번 해봅시다.(웃음)

(송진우)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도자는 선수의 숨겨진 능력의 5%를 이끌어 내면 된다고 했다. 너무 급하지 않고 조금씩 변화를 주려 한다. 선수들도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이 보인다. 감독님이 큰 틀을 만드시는 분이고, 세부적인 부분은 투수코치와 타격코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용덕)나 역시 우리 선수들 사이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미야자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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