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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story] '들었다 놨다' 나성범, 공룡 심장이 된 사나이

나유리 기자

입력 2017-10-11 22:30

수정 2017-10-1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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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었다 놨다' 나성범, 공룡 심장이 된 사나이
11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준PO 3차전 경기가 열렸다. 5회 NC 나성범이 롯데 김원중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날렸다. 힘차게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나성범.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0.11

며칠 전 부산 사직구장에서의 일이다.



NC 다이노스 더그아웃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물론 포스트시즌인만큼 취재 열기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취재진은 훈련을 마친 선수들을 붙잡고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고,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NC 더그아웃 한켠에서 취재진이 나성범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반대켠에서 김경문 감독의 핀잔이 날아왔다. 김 감독은 "잘 치는 선수를 인터뷰해야지. 어제 안타 1개밖에 못쳤는데, 얘는 오늘 나가서 쳐줘야한다"고 했다. 나성범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사실 핀잔이 아니라 애정이 담긴 한마디라고 봐야한다. 김경문 감독은 평상시에도 나성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묵묵하게 성실하고, 재능도 뛰어난 간판 타자를 좋아하지 않을 감독이 어디있으랴. 특히 NC 입단 당시부터 기대를 한몸에 모으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한 그의 스타성까지.

물론 그러다보니 늘 부담감에 어깨가 무겁다. NC의 성적이 떨어질 때에는 자연스럽게 중심 타자인 그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기 쉽고, 찬스 상황에서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성범을 짓누른다.

하지만 '스타'는 어쩔 수가 없다. NC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나성범이 벤치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SK 와이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회말에 일찌감치 승리를 부르는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더니,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도 나성범의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팀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 8일 1차전에서 5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나성범은 찬스 상황에서 삼진 3개로 고개를 떨궜다. 다음날 2차전에서 4타수 2안타 '멀티 히트'로 만회했으나 누구도 그를 홈으로 들여보내지 못했다. 팀이 0대1로 패하면서 헛심이 됐다.

그리고 11일 열린 3차전. 1승1패 동률인 상황에서 NC가 3차전을 잡아야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는 중요한 경기였다. 나성범은 팀이 가장 필요했던 순간에 필요했던 홈런을 터뜨렸다.

롯데가 5-4, 1점 차까지 쫓아온 상황에서 5회말 무사 1루 찬스를 완벽히 살리며 투런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NC 공격에 숨통이 트인 순간이다.

절묘한 상황은 다음 이닝 수비에서 또 나왔다. 6회초에 3번이나 타구가 우익수 나성범을 향했다. 전준우의 타구를 아쉽게 안타를 줬고, 1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이대호의 타구도 방향 판단 미스로 잡지 못했다. 기록상 2개 모두 안타였지만 분명 아쉬운 타구였다.

자칫 롯데쪽으로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운명은 또 나성범을 향했다. 박헌도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달려나오며 잡은 나성범은 지체없이 홈으로 쐈다. 그리고 홈플레이트로 슬라이딩을 시도하던 주자 전준우를 태그 아웃시켰다. 롯데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나성범의 실책성 플레이로 흔들리던 팀 분위기가 굳혀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분위기를 완전히 끌고온 NC는 3차전에서 13대6으로 대승을 거뒀다. 나성범의 가을 이야기도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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