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1주일 연마한 커브로 2승낚은 한화 김재영의 배짱

박재호 기자

입력 2017-06-27 23:39

1주일 연마한 커브로 2승낚은 한화 김재영의 배짱
한화 이글스 사이드암 김재영. 27일 시즌 2승째를 따냈다. 경기후 인터뷰중인 김재영. 청주=박재호 기자

한화 이글스 사이드암 김재영(24)은 지난 27일 청주 kt 위즈전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카드를 들고 나왔다. 경기 초반부터 갑자기 던지기 시작한 커브였다.



김재영은 직구와 포크볼 두 종류만 던지는 투피치 투수다. 고교-대학은 물론이고 프로에 와서도 이를 고수했다. 김재영의 포크볼은 좌우로 휘면서 떨어지는데 김재영 본인도 어느쪽으로 향할지 정확히 모른다. 좋은 변화구가 있었기에 직구 구위만 높이는데 신경을 썼다. 슬라이더를 추가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마음에 커브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커브 연마까지 걸린 시간은 단 1주일. 김재영은 1주일만에 만든 신무기를 들고 kt전에 임했고 주저없이 던졌다. 결과는 5이닝 5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 선발승. 올시즌 7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은 4.30이 됐다.

김재영은 "송창식 선배의 커브가 훌륭한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내게 장기인 커브 그립을 가르쳐 주셨다. 엄지를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우완정통파인 송 선배의 그립에 내게 맞는 그립으로 약간 변형을 줬다. 구속 차이가 큰 변화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21일 넥센 히어로즈전(5이닝 5실점)이 끝난 뒤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든 부딪쳐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재영은 이때부터 캐치볼 할때도 커브를 던졌다. 매일 커브 생각만 했다. 투수에게 있어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구종은 대단한 무기다. 투수들이 여러 구종을 던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타자들을 상대로 실전에서 구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1군 무대에서는 한번의 실투가 실점으로 이어지고 패전, 나아가 어린 선수들에겐 2군행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던지는 구종만 던진다.

대다수 투수들이 겨우내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기 위해 수개월간 노력하지만 결실을 맺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결국은 기존 주무기로 회귀하고 만다.

김재영은 이날 경기후 "나는 절박했다. 갈수록 마운드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덜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1군 정규멤버도 아니다. 모험을 마다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김재영은 91개의 볼을 던졌는데 35개의 직구(최고구속 143km), 39개의 포크볼(최고 131km) 외에도 16개의 커브(110km대)를 던졌다. 구속 차이가 확실해졌다.

김재영의 커브 각은 실전에서 처음 사용하는 투수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떨어지는 각이 예리했고, kt타자들의 타격감이 다소 떨어진 것을 감안해도 제구가 잘됐다. 커브는 알려진대로 각이 큰 대신 제구가 가장 힘든 구종이다. 한화 포수 최재훈은 김재영의 커브가 잘먹히자 커브 사인을 더 자주 냈다.

김재영은 지난해 기대주였지만 내내 2군에 머물렀다. 올해는 지난달 13일 잠실 LG트윈스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 선발승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곧 흔들렸다. 두 차례 불펜등판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고, 2군에 내려갔다. 지난 13일 1군에 재콜업됐지만 SK 와이번스전(5이닝 4실점)과 넥센전(5이닝 5실점) 선발등판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김재영은 "외국인 투수 두명(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이 모두 2군에 내려가 있다. 팀이 힘든 상황이다. 나가는 경기마다 온힘을 다해 버티겠다"고 말했다.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은 김재영의 피칭에 대해 "대단한 역투"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청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