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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의 후폭풍과 소문, KBO리그 신뢰에 금간다

노주환 기자

입력 2016-07-24 02:32

승부조작의 후폭풍과 소문, KBO리그 신뢰에 금간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이태양(NC 다이노스)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기소된 후 KBO리그엔 추가로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있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돌고 있다.



다수의 KBO팀들은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21일 후 구단 자체적으로 선수들과의 면담을 통해 승부조작 연루 여부를 확인했다. A구단 관계자는 "우리 팀에는 아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B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확인하는 게 맞는 일이지만 참 난처하고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KBO는 22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자진신고 및 제보 기간을 8월 12일까지 3주간 갖기로 한 것이다. KBO 발표에 따르면 자진신고할 경우 영구 실격 대신 사안에 따라 2~3년간 관찰기간을 두고 추후 복귀 등의 제재를 감경해주기로 했다. 자진신고는 잠재적인 불안요소를 이번 기회에 제거하려는 목적이다. 선수들이 이 자진신고에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일지는 의문이다.

이러다보니 요즘 KBO리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뢰관계에 큰 금이 간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이태양 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 말고 다른 지검에서 또 다른 승부조작 브로커를 붙잡고 내사를 진행중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여기에 구단들의 자체적인 전수조사와 KBO의 자진신고 등이 맞물리면서 추가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더 있다는 소문이 야구 관계자들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소문들의 실체는 아직 없다. C구단 관계자는 "나도 소문은 들었다. 다른 구단 관계자가 말해서 알게 됐는데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야구인들끼리 조심하고 자중해야할 시기에 확인되지 않는 걸 자꾸 터트리면 좋을 게 뭐가 있느냐"고 안타까워 했다.

KBO리그 구단 관계자들은 앞으로 승부조작 사건 같은 악재를 더 자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의 규모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그 규모 만큼 더 짜릿한 승부와 조작을 위한 브로커 역시 활개를 치고 있다. 브로커들의 포섭 표적인 선수들은 그만큼 위험에 더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다.

D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면담을 해보면 '자기는 전혀 그런 걸 모른다'고 말한다. 또 우리가 경찰이나 검찰도 아닌데 따져 묻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아니라는 선수를 계속 의심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태양의 한순간의 잘못으로 빠져든 승부조작 사건의 파장은 예기치 않았던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선수들끼리 서로를 못믿고 의심할 수 있다. 또 구단이 선수들의 그라운드 밖 생활에도 관심을 가져야 관리를 잘한 것으로 평가를 받게 됐다. 한 베테랑 감독은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감독이 한마디하면 선수들이 죽는 시늉까지 했지만 요즘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선수들이 경기 마치고 경기장 밖에서 뭘 하는 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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